고려말, 공민왕의 신임을 얻으며 왕권에 도전하는 그 어떤 세력도 용납지 않았던 요승 신돈.
어느 날 그는 왕을 상징하는 봉황이 남쪽 작은 한 섬의 오동나무 숲에서 무리지어 산다는 얘기를 전해 듣는다.
그곳에서 새로운 임금이 나올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예감이 든 신돈은 섬에 있는 오동나무를 모조리 베어버린다.
이 같은 연유인지는 몰라도 오동나무가 유난히 많기로 유명했던 그 섬에는 오동나무를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됐다고 한다.
바로 그 섬이 천혜의 미항 오동도.
멀리서 보면 마치 오동잎처럼 생겼다고 해서 오동도로 불렸다고도 한다.

 

섬 전체가 완만한 구릉성 산지로 된 오동도는 소라바위·병풍바위·지붕바위·코끼리바위·용굴 등으로 불리는 기암절벽이 절경을 이룬다.
특히 섬의 명물인 동백나무와 이대를 비롯해 참식나무, 후박나무, 팽나무, 쥐똥나무 등 193종의 희귀 수목이 섬 전체를 감싸고 있어 ‘바다의 꽃섬’으로 불리기도 한다.

 

오동도입구에 전경은 남국적 정취를 연출한다.
길이 768m, 너비 11.7m의 방파제길은 섬과 육지를 연결하는 가교역할을 하며 ‘바다를 가르는 길’이라고 불린다.
방파제에는 바닷속 풍경, 물고기, 돌산대교, 무술목, 거북선 슈퍼그래픽 등 모두 14점의 벽화가 그려져 있어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또 섬과 방파제를 오가는 동백열차는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오동도의 바다냄새를 만끽하게 해준다.
방파제길은 지난 2007년 ‘한국의 아름다운 길’로 선정되기도 했다.

 

방파제길을 지나 섬으로 들어서면 등대로 이어진 등산로와 맨발공원으로 향하는 도로길로 나뉜다.
어느 길로 가든지 등대로 갈 수 있는 길은 모두 산책로로 조성돼 있다.

 

산책로를 따라가다 보면 다양한 테마가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빛과 음악이 조화돼 마치 춤을 추는 듯한 음악분수, 시민들의 휴식 공간 잔디광장, 2012 세계박람회 홍보관 등이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으며 도로 끝자락에는 섬 주위를 관광할 수 있는 유람선도 있다.
이 외에도 갯바위와 방파제 주변에서는 갈치와 감성돔 등을 낚기 위해 드리워진 강태공들의 낚싯대를 여기저기서 찾아 볼 수 있다.

 

등대로 직접 갈 수 있는 등산로는 울창한 동백나무와 각종 야생화가 한데 어우러진 숲터널을 이루고 있어 자연휴양림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등산로를 따라 약 20분가량 걸어 올라가면 완만한 경사길 끝에 대나무와 야자수로 둘러싸여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오동도 등대에 도착할 수 있다.

 

오동도 등대는 지난 1952년 처음 불을 밝힌 후 2002년 높이 27m위 백색 8각형 콘크리트조 등탑으로 개축됐다.
등대는 10초 간격으로 반짝이며, 약 46km가량 떨어진 먼 바다에서도 불빛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등탑 내부는 8층 높이의 나선형 계단구조와 외부 전망대용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있어 다른 등대에서는 볼 수 없는 특별함이 배어나온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에 다다르면 푸른빛으로 물든 여수, 남해, 하동 등 한려수도의 망망대해를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다.
눈앞에 펼쳐진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에 누구나 탄성을 자아낼만큼 아름다운 곳이다.

 

오동도는 여수역에서 약 1.2km가량 떨어져 있어 차로 5분 이내에 닿을 수 있고 걸어서도 충분히 갈 수 있는 만큼 가까운 거리에 있다.
섬 안까지 주차는 불가능해 차량은 방파제 입구 주차장에 두어야 한다.
오동도 인근에는 횟집이 많아 바다에서 갓 잡아 올린 싱싱한 해산물들을 사시사철 맛볼 수 있다.

 

삶의 여유를 찾고자 한다면 동백꽃 향기와 바다의 낭만이 살아 숨 쉬는 오동도로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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