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현장에서 재해로 인한 사망사고의 대부분은 추락사다. 또한 추락으로 인한 사망사고는 대부분이 소규모 건설현장에서 발생하고 있다. 소규모 민간 건설현장에서 발생하는 추락사를 줄일 방안은 없는가. 본지는 건설 현장의 실정과 문제점 및 개선방안을 4회에 걸쳐 시리즈로 보도한다. <편집자>

 

<글 싣는 순서>

① 건설현장, 산재예방 ‘모범 현장’은 어떻게 하나 

② 소규모 현장 추락사, 통계도 없고 관심도 없다

③ 소규모 현장 ‘근로자 삼진아웃제’ 여건 마련돼야

④ 소규모 현장 추락사 방지를 위한 전문가 간담회<끝>

 

[국토경제신문 박태선 기자] 본지는 9일 ‘소규모 건설현장의 추락사고 방지’를 위한 시리즈 기획진단의 마지막 순서로 정책부서 관계자와 현장에서 종사하는 안전관리책임자 및 업계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서면 간담회를 개최했다. 

당초 정책 담당자와 연구계 및 현장 종사자들이 특정 장소에 모여 대면으로 진행할 계획이었으나 국정감사 등 정책부서 사정과 건설현장의 사정 등을 감안해 서면으로 진행했다.

간담회 사회를 맡기로 한 본지 조관규 국장은 서면으로 진행됨에 따라 참여자의 발언 순서만 정해 질의하는 형식을 취했다.

다음은 간담회 참여자와의 일문일답.

 

사회자 : 소규모 현장의 추락사 방지를 위한 고용부 대표 정책은 무엇인가?

▣ 고용노동부 건설산재예방정책과 이경근 과장

"지난해 50억 미만 소규모 건설 현장에서 떨어짐 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163명으로 전년 대비 13.8% 감소했으나, 사망사고 발생유형 중 58.6%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에서는 우선 지난 2021년 이후 매달 ‘현장점검의 날’을 운영하며 떨어짐, 끼임 사고 예방을 위한 캠페인 및 점검을 실시하고 있다. 특히 비계, 단부·개구부 등 떨어짐 사고를 유발하는 주요 기인물이 포함된 TOP 12대 요인 ‘자율점검표’를 제작·배포해 건설 현장 위험 요인을 스스로 돌아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지붕공사가 집중되는 봄·가을에 지붕공사 ‘추락주의보 발령’ 보도자료를 배포해 관심과 경각심을 제고하며, 수시로 지붕공사 현장을 방문해 주요 사고사례, 안전조치 등을 지도하고 있다. 특히 재정이 취약해 안전조치를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영세한 소규모 건설현장 사업주에게 추락방지용 안전시설(시스템비계, 추락방호망 등) 임차 및 구입 비용을 지원하는 재정지원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또 안전보건공단 및 민간재해예방기관을 통해 사업주 스스로 떨어짐, 끼임 등의 위험요인 발굴 및 사고 예방대책을 수립할 수 있도록 기술지원 및 위험성평가 지원 사업도 실시하고 있다. 이와 함께 건설업에 처음 취업하는 일용직 근로자를 대상으로 건설안전 기초지식 및 사고사례 등 4시간 이상 안전보건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근로자가 건설현장에서 경각심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건설업 기초안전보건교육’을 지원하는 등 떨어짐 사고 예방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제기되는 미흡한 부분이 있으면 적극 수용해서 개선해 나갈 방침이다."

 

사회자 : 소규모 현장 추락사 방지를 위한 국토부 정책은? 

국토교통부 건설안전과 전진 사무관

“50억 원 이하 소규모 건설현장은 매년 약 16만 개소 규모로 전체 공사 현장 약 18만 개소의 약 91% 수준이나, 사고비중은 50% 이상으로 정부의 보다 세밀한 관리와 지원이 필요하다. 정부의 지속적인 건설안전관리 강화를 통해 전반적인 건설현장 사고는 감소추세이나, 민간 발주 소규모 현장의 사고 비중은 매년 증감을 반복하고 있다. 특히 ‘떨어짐’에 의한 사고가 30% 수준으로, 대규모 현장의 복합적인 원인과 달리 관리부주의와 단순 과실이 주원인으로 판단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추락사고를 방지하고 소규모 현장 안전강화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지난 2019년 4월 발표한 건설현장 추락사고 방지 종합대책에 따라, 공공공사에 근로자의 안전을 강화할 수 있는 시스템비계와 스마트안전장비 등도 포함토록 했다. 또 소규모 현장의 인허가권과 관리 역할이 있는 지자체와 협의체를 구성해 건설안전 강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특히 정부의 건설현장 안전점검 및 컨설팅 등을 위험현장 및 필요현장에 적기 반영하기 위해 빅데이터를 활용한 효율적인 점검 계획 등을 마련하고 관련 시범사업을 실시 중이다.

또 현장 자율적 책임과 관리를 지원하기 위해 소규모 현장에 대한 스마트안전장비 등을 지원하고 있다. 현장 지원을 확대해 연간 50여 개소에 AI CCTV 등 스마트 안전장비 등을 지원해 현장에서 근로자의 위험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해 관리할 수 있는 최신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지금까지 지원사업의 혜택을 입은 현장은 근로자 사망 등의 인명사고가 발생하지 않은 성과를 내고 있다. 

정부는 향후에도 현장의 의견을 충실히 수렴해 추락사고를 방지하고 소규모 현장의 안전을 강화시키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과 지원을 아끼지 않을 계획이다. 정부의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번 간담회를 통해 보완해야 될 부분이 발견되면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정책에 적극 반영토록 할 방침이다.”

 

사회자 : 현장 안전관리책임자의 시각은 어떤가. 우선 안전수칙 위반 근로자에 대한 제재 방안은 있나?

현장 안전관리책임자(익명 요청)

“있기는 하지만 실효성이 의문이다. 특히 각각 시공사는 자체 안전관리 규정을 마련해 ‘아웃 시스템(작업배제)’ 등을 시행하고 있으나, 당해 현장에 국한되는 경우가 많아 근로자 개개인에 대한 제재 방안 강화가 필요하다.

특히 현행법(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안전모 미착용 시 과태료를 부과토록 하고 있으나 근로인력 부족으로 집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참고로 근로자의 안전모 미착용은 1회 위반에 5만 원, 2회 위반에 10만 원, 3회 위반에 15만 원의 과태료를 물도록 하고 있다.

특히 서울시의 경우 안전수칙 위반자에 한해 과태료, 당해 현장 퇴출, 이력 관리 등을 통해 서울시 현장 참여를 제한하고 있지만, 현장 실효성이 없는 경우가 대다수다. 따라서 제재 방안보다는 교육 강화 등을 통해 현장 관리자 및 사업주체뿐만 아니라, 개별 근로자의 의식 변화가 필요하다.”

 

사회자 : 현장 관리자의 애로 사항은 무엇인가?

현장 안전관리책임자(익명 요청)

“과도한 업무 범위가 문제다. 안전관리자의 경우 여러 업무를 겸임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안전관련 업무와 함께 자기 본연의 업무와 회사에서 부여하는 업무를 함께 처리하고 있어 순수 안전 관리 업무에 집중할 수 없는 현실이다. 따라서 안전관리자의 업무 범위를 줄여 안전관리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개선이 필요하다.

교육제도도 문제다. 안전관리자이지만 비전공자와 전공자는 다르다. 비전공 안전관리자들은 관련학과를 졸업한 안전관리자보다 안전지식 및 기술이 부족하다. 따라서 비전공 안전관리자들에 대한 신규교육 및 직무교육 강화가 필요하다.

여기에다 안전관련 업무 담당자에게 요구하는 현행 이수 교육은 실용성이 떨어진다. 

이에 따라 △비전공자 신규교육 △구조계산 등 공법에 대한 직무교육 강화 △방대하고 모호한 기준이 많은 산업안전보건법에 관한 교육 △‘재해 사례 분석’ 및 ‘안전 개선 기법’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

 

사회자 : 추락사 방지를 위해 어떤 부분이 개선되면 좋을까?

현장 안전관리책임자(익명 요청)

“먼저 시공사와 근로자의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저가입찰 및 공사비 절감을 위한 공기단축 강요 등 안전보다 원가 및 공정관리에 치중하는 현장 분위기 때문에 대부분 안전소홀 현상이 발생한다. 특히 안전관리비를 절감하면 기업의 이익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많아 안전관리비 투자가 과도하게 낮은 실정이다.

또한 법 체계도 문제다. 특히 현장에서는 산업안전보건법과 건설기술진흥법의 안전관련 기준이 상이해 준비해야할 업무 서류가 많아 불편을 겪고 있다. 통합이 필요하다. 또 안전관리자의 근무 외 시간에 일어난 사고에 대해서는 책임기준 명확화가 필요하다.”

 

사회자 : 추락사 방지, 연구계의 시각은?

건설산업연구원 건설기술실장 최수영 박사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2021년 건설산업에서 발생한 사고사망자는 417명이며, 이 중 83.2%인 347명이 49인 이하 건설사업장에서 사망했다. 특히 417명의 사고사망자 중 59.5%인 248명이 떨어짐에 의한 사고였으며, 49인 이하 사업장의 경우 347명 중 61.7%에 해당하는 214명이 추락사였다. 건설산업 사고사망자의 절반 이상(51.3%)이 49인 이하 건설사업장에서 추락으로 인해 사망했다. 

최근 5년간 건설업 떨어짐에 의한 사망자는 지난 2017년 276명에서 2021년 248명으로 약 10% 감소했다. 공사 규모별로는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무려 40.4%(2017년 57명 → 2021년 34명) 감소한 반면, 49인 이하 사업장에서는  2017년 219명에서 2021년 214명으로 큰 변화가 없었다. 건설산업 사고사망자를 줄이기 위해서는 49인 이하 사업장의 떨어짐 사고를 예방하는 것이 핵심이라는 결론이다.

중소규모 건설사업장 떨어짐 사고를 줄이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2021년 기준 건설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 수는 49인 이하와 50인 이상 사업장이 각각 약 120만 명으로 비슷했다. 하지만 건설사업장 40만개 중 98.3%가 49인 이하 사업장이었다. 전국에 산재해 있는 중소규모 건설사업장을 중앙정부 중심으로 관리한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임을 알 수 있다. 

전국에 흩어져 있는 약 39만 개 중소규모 건설사업장은 중앙정부 중심이 아닌 기초지자체 중심으로 관리될 필요가 있다. 49인 이하 건설사업장은 민간 건축공사가 주를 이룬다. 따라서 다양한 인허가 권한을 가지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기초지자체가 이러한 공사를 관리하는 게 효과적일 수 있다. 물론 기초지자체의 건설공사 안전관리 역량은 인력 부족 등으로 인해 아직 충분한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예산 및 인력 지원 등을 통해 기초지자체의 안전관리 역량을 끌어올려, 49인 건설사업장의 떨어짐 사고를 집중관리하는 체계 구축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사회자 : 추락사 방지를 위해 현장 종사자 및 업계가 바라는 대책은?

대한건설협회 한상준 기술안전실장

“전체 40만 개 건설사업장 중 20억 원 미만 사업장이 88.8%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이들 소규모 사업장의 경우 시공업체 대부분이 중‧소규모의 영세한 업체로 안전역량이 부족하고 재정이 열악해 안전관리가 미흡한 상황이다. 지난해까지 정부는 사고 예방을 위해 산업안전보건법 전부 개정, 중대재해처벌법제정 등 사업주의 의무와 책임을 확대하고, 처벌 강화에 초점을 맞춰왔다. 그러나 재해가 감소하지 않고 답보상태를 보이자 정부도 처벌 위주 정책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타율 규제가 아닌 기업의 자율 안전관리로 안전정책을 전환했다. 이는 일단 긍정적인 변화로 보인다. 그러나 여전히 사업주의 책임과 역할에만 의지하고 있어, 정부 등 발주자의 안전투자에 대한 책임과 역할에는 아쉬움이 있다. 안전은 비용이 수반돼야 하며, 비용 투입 없이 ‘안전’만을 외친다면 공염불이 될 공산이 크다. 

그러므로 건설공사 계약 시 발주자가 의무 계상하는 산업안전보건관리비 요율의 인상이 필요하다. 안전관리자 인건비, 자재비 등의 상승 및 고가의 스마트 안전장비 증가 등 대내외 여건 변화로 안전관련 비용이 크게 증가했다. 그럼에도 현행 산업안전보건관리비율이 지난 10년간 변동 없이 고정돼 있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개정이 시급한 이유다.

그리고 사고사망의 약 60%를 차지하는 떨어짐 사고는 후진적인 사고유형으로 예방을 위한 최우선 방안은 ‘근로자의 안전의식’ 제고다. 기업에 대한 제재와 처벌은 과도할 정도로 제도가 갖추어져 있는 만큼 이제는 안전 확보에 근로자를 어떻게 참여시킬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실제로 고용부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18~2021년도 사다리 사고 중 2m 이하 낮은 높이에서 떨어져 사망하는 경우도 22%에 달했는데, 대부분이 안전장비 미착용 등 안전의식 부족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근로자 안전의식 부족의 원인으로 제도상의 미흡도 지목되고 있다. 실제로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모 미착용 등 1차 위반 시 과태료 5만 원, 2차 위반에는 10만 원, 3차 위반에 15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이 처벌의 전부다. 이는 건설현장 보통인부(단순노무직)의 하루 일당(16만 1858원)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경각심 제고를 위해 벌칙의 현실화가 필요하다.

이와 함께 소규모 현장은 안전관리자를 배치하지 않아 현장소장이 혼자서 공정관리, 품질 및 안전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과다한 안전서류 작성 등은 오히려 현장점검 등 안전관리를 소홀하게 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소규모 현장에 대한 안전서류 간소화로 현장관리인력이 사고 예방을 위한 현장점검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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