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람은 별이다/ 별들도 사랑을 한다/ …크거나 작거나, 짜부라들었거나 온전하거나, 흐리거나 밝거나 간에, 별들은 아무도 미워할 줄 모른다. 저마다의 크기와 저마다의 모양과 저마다의 밝기로 …어둠의 바다 위에 떠서 반짝거리고 있을 뿐이다.”
임철우 소설 ‘그 섬에 가고 싶다’의 배경이 된 당사도.


전남 완도에서 남서쪽으로 20km 가량 떨어져 있는 당사도는 총 면적 1.46㎢에 50여명이 오붓하게 살고 있는 작은 섬이다.
소안도 남단에서 남서쪽으로 약 3.5㎞ 해상에 있으며, 북쪽으로 예작도 복생도 항도 등 여러 섬에 둘러싸여 있다.
자지도로 더 많이 알려져 있어 지금도 뱃사람들 사이에서는 자지도라면 알아도 당사도라 하면 모르는 사람이 더 많을 정도다.

 

당사도만큼 이름에 사연 많은 섬이 또 있을까.
본래 항문도(港門島)라 불렸으나 어감이 좋지 않아 바꾼 이름이 공교롭게도 자지도(者只島)다.
자지도는 옛날에 까치 두 마리가 날아가다가 힘이 다해 바다 가운데 떨어져 섬이 생겼다 해서 까치 두 마리라는 뜻의 작이도(鵲二島)라고 불렸지만 세월이 흘러 자지도가 됐다고 한다.
하지만 이 역시도 어감이 좋지 않아 당사도로 이름을 바꾸게 된다.
청해진(淸海鎭)이 설치됐던 신라시대 때 당나라를 왕래하는 배들이 날씨가 나쁘면 이 섬에 상륙해 제(祭)를 올렸다는 옛 이야기에 따라 1982년 당사도로 이름을 바꿨다.

당사도는 파도의 침식 작용으로 인한 해식애가 발달해 섬 곳곳의 암석 낭떠러지는 마치 병풍을 펼쳐놓은 듯하다.
섬 전체에 난대성 수목들이 우거져 있고 자연산 톳과 미역, 우뭇가사리 등의 해조류가 특산물이다.
나이 70세 정도 돼야 비로소 ‘청년’으로 불릴 만큼 평균 연령대가 높은 이곳 당사도는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도 그리 덥지 않다.
봄·여름은 해무가 잦아 거문도 추자도 등 인근 섬을 볼 수 없지만 가을에는 멀리 제주도까지 볼 수 있다.


당사도에서는 등대풍경을 감상하고 와야 한다.
1909년 1월, 섬 남단에 위치한 등대에 석유를 이용해 첫 불을 밝혔다.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에 승리한 일본이 소안군도 해역을 항해하는 일본 군함과 상선들의 안전 운항을 위해 등대를 세운 것이 유래다.
지금은 부산~인천 방면으로 항해하는 1만t급 대형선박과 거문도~청산도~소안군도와 제주해역에서 목포방면으로 진입하는 선박을 인도한다.
당사도 등대는 태평양전쟁 당시 미군 비행기 공격에 대파됐다가 1948년 새로 지어졌으며, 지난 2008년 또 한 번 재단장해 8.2m 높이의 불빛은 더 환해졌다.
불빛은 20초에 한 번씩 깜빡이며 40km 밖에서도 보인다.


당사도가 ‘소안 항일운동’의 시발점이 된 곳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동학군 이준하 선생 등 의병 6명은 일본의 침략에 항거하며 등대를 습격, 일본인 4명을 사살한다.
이 사건이 1920년 ‘소안 항일운동’으로 이어졌다.
등대 옆에는 1997년 세운 항일전적비가 있고, 일본이 피살된 일본인을 위해 1910년 세운 조난기념비도 누군가에 의해 파손된 채 있다.


당사도 가는 길은 완도에서 가는 뱃길과 해남에서 가는 뱃길 등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어디에서 가든 논스톱으로 가는 배는 없다. 중간에서 한번 갈아타야 하며, 두 곳 모두 승용차를 선적할 수 있다.


우선 완도에서는 화흥포 항구(061-555-1010)에서 배를 타고 소안항에 내려서 다시 ‘섬사랑 1호(010-9281-0654)’라는 당사도행 배를 갈아타야한다.
소안항까지는 1시간 걸리며, 뱃삯은 성인 1인 6900원. 승용차를 선적하면 1만8000원이다.
소안항에서 당사도까지는 20분 걸리며 뱃삯은 2100원이고, 승용차를 선적하면 7000~8000원이다.


해남에서는 갈두항 선착장(061-533-4269)에서 배를 타고 신양진항에 내려서 다시 이목항으로 이동한 뒤 역시 ‘섬사랑 1호’를 갈아타고 당사도로 가야한다.
갈두항에서 신양진항까지는 30분가량 걸리며, 이목항에서 당사도까지는 40~50분이 소요된다.
뱃삯은 갈두항에서 신양진항까지 승용차를 실을 경우 1만6000원이고, 성인 한명 추가될 때마다 5700원을 더 내면 된다.
이목항에서 당사도 가는 ‘섬 사랑 1호’는 언제나 소안도를 경유해 해남에서 온 손님을 싣고 가는데 뱃삯은 3750원이고 승용차를 실으면 1만3000원이다.


슈퍼가 없는 당사도에서 ‘섬사랑 1호’는 구세주와 같은 존재다.
생필품 등이 바로 이 ‘섬사랑 1호’를 통해 당사도로 전달되기 때문이다.
당사도에는‘동 트는 민박(061-552-0794, 010-2681-0794)’이라는 숙소가 한 곳 있는데, 4명 정도 잘 수 있는 방이 4개 있다.
방값은 1박에 4만원이며, 밥은 해 먹어야 하니 준비해 가야 한다.


배를 타고 이동하면 갯바위 곳곳에서 감성돔 참돔을 낚을 수 있고, 아마추어는 인근 방파제에서 우럭 볼락 등을 낚을 수 있다.
물은 심층수를 그대로 마셔도 되기 때문에 따로 준비할 필요 없으며, 지하수가 풍부해 식수는 물론 샤워도 가능하다.


임철우씨의 소설 한 구절을 떠올리며 머리 위로 쏟아질 듯 빛나고 있는 별과 깎아지른 병풍바위들을  보러 당사도로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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