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건설이 시공하던 검단신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로 건설업계가 충격에 빠져 있다. 대형업체에서 시공하던 아파트가 잇따라 붕괴되면서 자성의 목소리와 함께 건설정책 전반에 대한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본지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건설현장과 건설 책의 전환을 위한 대안을 3회에 걸쳐 시리즈로 진단한다. <편집자>

〈글 싣는 순서〉

① ‘무량판 구조’ 위험한 공법인가

② 경찰 수사 초점, 어디에 맞춰지나 

③ 시공위주의 현행 제도, 대안은 없나

 

[국토경제신문 박채원 기자] 국토교통부 사고조사위원회(위원장 홍건호 교수)는 조만간 검단신도시 아파트 지하 주차장 붕괴사고에 대한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동시에 ‘철근 누락’에 대한 실증법 위반에 대해서는 경찰에 수사를 의뢰할 방침이다. 

건축물 붕괴라는 결과에 어떤 원인 제공이 있었느냐(인과 관계)를 따지는 것이 경찰 수사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수사결과에 따라 설계 잘못인지, 시공 잘못인지, 감리 잘못인지 책임 소재가 명확히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GS건설은 일단 “모든 잘못은 시공사에 있다”며 머리를 숙였고, 국토부는 “LH 출신 전관업체에서 수주한 계약을 모두 파기한다”고 천명했다. 

건축공학 및 설계절차를 이해하지 못하면 이 같은 조치는 모두 ‘헛발질 대응’에 불과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우선 설계 시공 감리 외에도 공사과정에서 ‘하중 관리’ 잘못 등 시공상의 다른 원인이 불거져도 시공사의 책임은 피할 수 없다. 

때문에 GS건설이 먼저 사과하는 것은 옳다.

그러나 LH 출신 전관 업체에까지 불똥이 튀는 것은 성난 민심을 달래기 위한 정치적 액션에 불과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LH 출신이 퇴직자가 재취업 할 수 있는 곳은 엔지니어링 업체. 

따라서 설계 감리를 담당하는 엔지니어링 업체에 책임을 먼저 묻는 것은 국토부로서는 이번 사태의 원인을 설계와 감리 때문으로 본다는 결론이다.

아직 사고조사위원회의 조사결과와 경찰의 실증법 위반 검토도 끝나지 않았는데 설계·감리에게 책임을 먼저 묻는 격이다.

일반인들이 “돈 아끼려고 철근 빼 먹었다”는 흥미 위주의 가십(gossip)을 진담으로 받아들이는 꼴이다.

모든 아파트는 건축에 앞서 기본설계가 작성되고, 시공에 앞서 기본설계를 토대로 VE(Value Engineering)를 진행한다. 

VE를 통해 공사비를 절감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는 것이다.

과잉설계 된 부분을 찾아, 뺄 것 빼고 더할 것 더해 실시설계가 완성된다.

기본설계는 LH 출신 전관업체에서 했다 하더라도 실시설계는 시행자인 LH를 비롯, 시공자와 감리 등 모든 관계자의 날인이 있어야 효력이 발생한다.

감리자 날인이 없이 전단보강근을 뺐다면 “공사비 아끼려고 철근을 빼 먹었다”는 의혹을 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길이 1m에 불과한 전단보강근 몇 가닥 아껴봐야 공사비 절감에 도움 안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본지 익명의 한 독자는 댓글을 통해 “(기둥에 들어가는) 주철근을 빼먹어야 돈이 되지, 전단보강근은 돈 안된다”며 “오히려 주철근 미설치 문제를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실제로 주두에 적용되는 전단보강철근 길이는 통상 1m. 

1m에 불과한 전단보강철근은 주철근처럼 비싼 게 아니어서 몇 가닥 뺀다고 시공비가 절감되거나, 팔아도 붕어빵 몇 개에 불과한 값어치다.

때문에 “시공비 아끼기 위해 전단보강근을 뺐다”는 주장은 건축을 모르는 사람의 편견일 뿐이다.

오히려 콘크리트와 철근의 원활한 맞물림을 위한 시공상의 해결책으로 철근을 뺐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콘크리트의 원활한 스밈을 위해 전단보강근 일부를 빼는 데 협의, 날인했다면 시행자와 시공자 감리자의 형사적 책임은 없다. 

다만 하중 계산을 잘못한 설계자에게만 책임을 물을 것이다. 

또 다른 변수로, 시공 과정상의 ‘하중관리’ 잘못이 붕괴 원인이 됐다면 시공자와 감리의 책임이다. 이 경우 설계자는 책임이 없다.

이미 국토부 사고조사위원회는 콘크리트가 아직 굳지 않은 상태에서 상부에 조경 흙을 덮거나 덤프트럭 등 작업차량 통행으로 하중을 견디지 못해 붕괴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결론이 어떻게 나든 사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시공 위주의 현행 건축 관행이 CM(Construction Management), PM(Project Management) 주도의 건축으로 바뀌어야 될 것으로 귀결되고 있다.

이미 CM 주도의 건축행정이 글로벌 스탠다드로 자리 잡았음에도 우리나라만이 시공 위주의 건축행위를 하고 있다.

‘이권 카르텔 타파’를 외치며 LH를 질책하고 있지만, 시공 위주의 건설관행을 개선하지 않은 국토부도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만은 없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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