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모델링이 건축물 재활용의 한 분야로 뿌리내리지 못하고 고사직전 상황까지 이르게 된 것은 우선 국토해양부의 무관심과 냉대 때문으로 지적되고 있다.
국토부 해당부서인 주택공급과 담당자는 리모델링 사업을 건축업자의 배만 불리는 사업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실제로 국토부 관계자는 한 개의 건축물이 건축업자에 의해 지어지고, 20년가량 지나면 리모델링을 통해 또 한번 건축업자의 배를 불린 뒤, 종국에는 재건축이라는 절차를 거치면서 건축업자들의 이익만 챙기게 되는 과정이라고 지적했다.


이번에 정부안으로 발의된 주택법 개정안도 이런 인식에서 출발하고 있다.
지난해 9월 국토부에서 입법예고한 주택법 개정안의 골자는 리모델링 시공사 선정 시기를 “소유자 전원의 동의 절차와 복잡한 부속절차들이 필요한 조합을 먼저 설립한 뒤 시공사를 선정할 것”으로 명시하고 있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리모델링 사업에 “시공사에 사업 헤게모니를 많이 부여할 것인가, 입주민에게 사업 헤게모니를 많이 부여할 것인가의 문제”라고 해석하고 “주민에게 사업 헤게모니를 많이 갖게 하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해석하기도 한다.
그러나 시장상황을 잘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국토부의 정책 방향은 리모델링 사업을 포기하겠다”는 뜻으로 곧바로 해석한다.


리모델링이 고사하고 있는 또 하나의 이유는 투자대비 가격이 오르지 않는 다는 것이다.
리모델링은 거주의 개념으로 고쳐 쓰는 것으로, 3.3㎡당 280만~400만원가량의 개조비용이 드는데, 투자한 것만큼의 가격이 상승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입주민들이 리모델링을 냉대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다 리모델링은 증축이 허용되지 않기 때문에 업체들은 ‘계륵’ 정도로 생각하고 외면해버린다.
특히 명성 있는 대형 주택업체들은 분양권도 없는 리모델링에 사업적 메리트를 가질 수 없는 게 사실이다.
이 때문에 중소형 업체에서 틈새시장 정도로 인식하는 것이 리모델링의 현주소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익단체도 허약하기 이를 데 없다.
리모델링협회가 있기는 하나, 사무총장 1명에 간사 1명 등 3~4명의 직원으로 구성, 겨우 사무실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여기에다 회장사로 있는 우림건설은 워크아웃 상태로 회사 회생에 동분서주할 뿐, 협회를 돌아볼 겨를이 없는 실정이다.


이로 인해 이번 개정안처럼 명분은 '조합 설립조항 명문화'를 내세우고, 내면으로는 ‘리모델링 분야를 없애자’는 의도의 입법안이 제출돼도, 누구 하나 나서서 이를 저지할 구심체가 없는 것이다.
쌍용건설이나 대림산업 삼성건설과 현대건설 현대산업개발 등 극히 일부가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나 국토부의 마인드를 읽은 이상, 리모델링 부서를 해체하거나 배치전환에 순발력을 보일 뿐, 입법 저지 로비는 고려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국토부와 업계와 주민 등, 누구하나 환영하지 않는 냉대 속에 리모델링은 이렇게 고사돼 가고 있다.


리모델링을 틈새시장으로 노려왔던 업계 관계자는 “‘선조합 설립, 후사업자 선정’ 규정은  7~8년 이후 시장이 성숙된 뒤 시행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안 될 경우 문제의 규정이 강제규정이 아닌 임의규정으로만 변경돼도 리모델링은 되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외국에서는 ‘리노베이션’이란 이름으로 활성화 추세에 있는 리모델링이 녹색 저탄소 성장을 추구하는 우리나라에서 왜 홀대 받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정책결정자와 마지막 보루인 입법기관이 다시 한번 신중히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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