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산업이 지금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 100대 건설기업의 30%가 법정관리 또는 워크아웃 상태인 것이다. 정책 부서인 국토해양부와 당사자인 건설기업 그리고 정책방향에 관여하는 국회 등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 지금 당장은 책임소재를 따지기 보다 우선 이 위기의 터널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건설업은 그 종사가가 170만명에 이르고, GDP의 7%를 차지하고 있다. 잘 못 되면 국가경제가 위기에 빠질 수도 있는 구조인 것이다.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국토부와 건설업계 그리고 정치권은 어떤 역할을 해야하는지 5회에 걸쳐 진단해본다.<편집자>

 

<글 싣는 순서>

1) 힘겨운 건설업, 대책없는 국토부
2) 허약체질 건설기업, 해외 경쟁력 갖춰야
3) 협·단체 기생하지 말고, 이익대변에 나서라
4) 국토해양위, 간섭보다 대안제시에 충실하라
5) 전문가 좌담-- 건설업 위기극복, 어떻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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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1등하면, 못해도 세계에서 13등 정도는 한다. 우리는 세계 13위권 경제대국이니까.”
실제로 우리의 자동차 조선 반도체 등은 세계 정상을 다투고 있다.
인터넷 인프라를 비롯, 정보통신 기술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고 있고, 지적측량기술과 전자조달 시스템 등은 해외에 전수하고 있다.


그러나 유일하게 바닥을 기고 있는 분야가 건설이다.
‘콘크리트 비비는 기술’은 세계가 알아준다고 하나, 설계(Engineering) 건설기획(Planing)  등 고급기술력을 요하는 분야에서는 해외 수준에 크게 못 미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해외매출액을 기준으로 한 ENR지 순위에 따르면 2009년말 현재 우리나라 1위 기업인 현대건설을 세계 23위를 기록하고 있다.
대림산업 42위, 대우건설 54위, GS건설 63위, 삼성물산(건설부문) 72위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초라한 성적표가 말해주듯 초고층 빌딩이나 특수 설계가 요구되는 건축물은 모두 해외업체 차지다. 
고부가가치가 창출되는 설계나 건설기획은 외국 기업이 독식하고, 우리의 ‘톱10’ 기업은 마치 하도급업체처럼, 골조 분야 등 특정분야 시공만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톱10’ 기업도 토목 건축 분야에서 설계 조달 시공을 망라하는 EPC(Engineering, Procurement & Construction) 수행 역량을 길러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EPC 수행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우선 설계 CM 등 고급 인력을 보유하고 있어야 하고, 또한 외국 발주처로부터 능력을 인정받아야 하는 것이 숙제다.


건설 원로 한 관계자는 “세계 1~2위를 달리는 빈치(VINCI) 벡텔(Bechtel) 등도 한 때는 우리처럼 단순 시공회사에 불과했으나,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인재와 역량을 키워 오늘에 이르게 됐다”며 “우리도 변신할 기회가 있었으나, 인재와 기술에 대한 투자를 게을리 하고 달콤한 국내 시장에 안주하다 이처럼 추락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또 D건설 관계자는 “고급설계인력을 채용하고 설계부서를 유지하기보다 차라리 외주로 해결하는 게 편하고 경제적이었기 때문에 그런 관행에 젖게 됐다”고 말하고 “변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외국 발주처로부터 EPC 수행능력을 인정을 받기에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한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G건설 관계자는 “플랜트 분야에서는 국내기업의 EPC 수행능력을 인정받고 있으며, 때문에 해외수주의 거의 전부가 플랜트 분야”라고 말하고 “플랜트 분야도 세계적 인정을 받기까지는 15년이 걸렸다”며 “이제 우리 기업들도 해외경쟁에 눈을 떴고 투자와 기술력 축적을 시작했으니, 머지않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L건설 관계자는 “고급기술 인력을 보유하고 조직을 유지하는 것은 항상 ‘경영상의 현실’과 직결되는 문제”라며 “세계시장에서 퇴보되고 있다는 현실을 알고는 있으나 당장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는 경영 여건상 조직을 완비하지 못하는 딜레마에 빠진다”고 밝혔다.


국토해양부 김진숙 국장은 “건설 엔지니어링 산업의 세계 경쟁력 강화를 위해 업계의 애로사항을 청취할 것”이라며 “조만간 나올 용역결과 등을 토대로 장애요소 제거를 위한 정책적 뒷받침을 다할 것”이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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