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세상이 되면서 가치의 변화가 멀미 날 정도다. 권선징악은 ‘고전읽기’에서나 나오는 구시대의 유물이 됐고, 감탄고토와 논리적 순발력으로 위기를 모면하는 잔재주가 요구되는 시대다.

신문도 이제 사양길에 접어들었다. 포털이 생기기 전에는 지하철 구내매점에서 신문을 팔았고, 종착역 선반에는 읽다 버린 신문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NAVER와 Daum이라는 포털이 생기기 전까지는 종이 신문을 통해 뉴스를 접했다. 그러나 이제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핸드폰으로 뉴스를 본다. 윤전기 한 대만 갖고 있으면 3대가 먹고살던 시대는 가고, 이제 신문 인쇄업체의 폐업이 속출하고 있다.

초기 포털업체는 콘텐츠 다양화를 위해 뉴스라는 카테고리를 마련했다. 언론사도 온라인 독자를 위해 포털에 뉴스를 제공했다. 포털의 볼거리 다양화와 언론의 온라인 뉴스 제공이라는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 그러나 이제 온라인만으로 뉴스를 소비하는 추세다. 불과 20년 만에 시대는 포털 전성시대로 변했다. 언론은 포털에 종속되고, 포털이 언론을 좌지우지하는 시대가 돼버렸다. 

인터넷 시대, 포털은 시나브로 언론사 최종 데스크인 편집국장을 지배하는 ‘상왕 편집국장’으로 등극했다. 기자가 아무리 민완해도 편집국장이 멍청하면 신문은 졸작으로 나온다. 나는 1990년 6월 7일 경남의 한 지방지 기자로 한국기자협회에 처음 입적(入籍)했다. 사수라 불리던 선배 위에 사회부장, 부장 위에는 감히 범접할 수 없는 하늘 같은 편집국장이 계셨다. 편집부 기자는 촌철살인의 제목을 뽑기 위해 머리를 쥐어뜯었고, 사건 기자는 데드라인을 지키기 위해 날뛰었다. 편집국장은 1면 톱(Top), 정치면 톱, 경제면 톱, 사회면 톱을 정함으로써 여론을 이끌어 갔다. 

쇄출이 끝나고 타사 신문을 비교해보면 기자가 물먹었는지, 데스크 시각으로 물먹었는지 드러났다. 기자가 아무리 훌륭한 기사를 써내도 편집국장이 처박아버리면 허사다. 반면 기자는 좀 아둔해도 편집국장이 기획력을 발휘하면 출중한 기사가 생산된다. 최종 데스크의 깨어있는 시각이 그만큼 중요했다. 특히 인물기사를 쓰고 사진이 없다든지, 아파트 분양기사를 쓰고 분양사무소 전화번호를 빠뜨리면 혼쭐이 났다. “기자가 제공한 분양정보에 대해 재확인하려는 독자를 위해 전화번호를 제공해야 한다”는 게 꾸지람의 요지였다. 

그러나 지금 인터넷 시대의 언론인은 비극적인 삶을 살고 있다. 언론에 무지한 포털을 ‘상왕 편집국장’으로 앉힌 열패감 때문이다. 분양사무소 전화번호를 넣어 포털에 송고하면, 포털에서는 “광고를 가장한 기사를 포털에 노출했다”며 제재를 가한다. 멍청한 데스크를 모시고 있기에 당하는 수모다.

언론의 잘못도 있다. 포털은 재미있는 콘텐츠를 제공해 클릭 수를 늘리는 게 목표이나, 언론은 숨겨진 사실을 파헤쳐 세상 밖으로 끄집어내는 게 목표요 역할이다. 인터넷 시대를 맞으면서 언론은 이 같은 본분을 망각, 스스로 포털에 종속되고 있다. 실상은 종속경쟁 충성경쟁을 펼치고 있는 지경이다. 포털 뉴스판에는 언어를 조탁하는 편집기자의 혼은 없고, 온통 흥미로운 낚시용 제목 뿐이다. 인터넷 시대를 살아내기 위한 언론의 서글픈 자화상이다.

23일 수원지법 성남지원에서 한국인터넷신문협회를 주축으로 인터넷신문사가 제기한 ‘카카오 뉴스 검색서비스 차별중지’ 가처분 심문이 진행됐다. 카카오 측은 “검색제휴 계약이 없었기 때문에 뉴스검색 기본값 변경은 영업의 자유”라고 주장하고 “특히 뉴스검색시장에서 카카오다음의 점유율은 5% 미만이어서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권한남용에도 해당되지 않는다”고 항변했다. 

맞는 말일지도 모른다. 본지도 지난 2016년 다음커뮤니케이션에 ‘뉴스송고API 제휴신청서’를 제출했을 뿐 계약서는 작성하지는 않았다. 다만, 분양사무소 전화번호가 게재된 기사가 송고되면, Daum은 제재를 가했고 발행인은 광고기사가 아니라는 해명서를 제출하는 굴욕을 감내했을 뿐이다. 

Daum에서 뉴스 검색 안된다고 문닫을 허약한 언론사는 없다. 분양사무소 전화번호를 공개하고 Daum에 송고하지 않은 분양기사에 클릭 수가 더 많은 경우도 있다. 다만, 그동안 ‘재미 뉴스는 NAVER, 전문 뉴스는 Daum’을 이용한 5% 전문 독자의 열독권마저 뺏지는 말기 바란다. 시대가 바뀌어 건설전문지 에너지전문지 의료전문지 법률전문지 테니스전문지에 소수의 열독률이 더 강해질 수도 있다. 나아가 포털에 ‘공짜 뉴스판’이 사라지고, 계약서에 의해 글값을 지불하고 뉴스를 받아 싣는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 

좁은 땅덩어리. 건설인은 해외에서 콘크리트를 비벼 돈을 벌어온다. 부디 포털도 해외로 눈을 돌려라. ‘무지한 상왕 데스크’ 굴레를 벗고 구글과 경쟁, 해외에서 돈을 벌어오는 ‘국가의 효자’로 거듭나길 바란다.

 

2024년 1월 24일

조관규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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