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1) 개선돼야 할 문화재보호법
2) 발굴수요와 공급인력의 불균형
3) 법개정 노력 무산, 왜?
4) ‘문화재 발굴공단’ 설립, 서둘러야
5) 건설업계의 현장 목소리.

 

 

건설현장에서 문화재가 발견되면, 발굴의 특성상 느릴 수밖에 없는 발굴속도에 건설업계의 속은 타들어 간다.
작업의 특성상 느린 진도라 해도 극복할 방법조차 없는 불가항력적인 것은 아니다.
발굴조사 해당지역에 여러 발굴법인이 동시에 작업을 벌이면 좀 더 이른 시간에 발굴작업을 완료할 수도 있다. 
그러나 각 현장에 동시다발적으로 여러 인력을 투입할 만큼 인력이 넉넉지 못하다는 것이 문제다.


가장 최근에 집계된(2008년 6월 16일 현재) 매장 문화재 조사기관 현황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의 문화재 발굴기관은 128개 기관이다.
128개 기관 가운데는 비영리재단법인 47개(비영리 사단법인 2개 포함)이며 나머지는 모두 대학박물관 또는 국공립박물관이다.
이들 128개 발굴기관이 대한민국 모든 건설현장의 지표조사와 발굴조사를 맡고 있는데, 실질적으로는 47개 법인이 사실상 발굴의 90%를 맡고 있다.


종사하는 인력 또한 작년말 현재 1880명으로 집계되고 있으며, 이 가운데 1000여명이 47개 법인에 나머지 880명은 대학박물관이나 부설연구소에 각각 소속돼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47개 법인에 소속돼 있는 1000명이 대한민국 모든 건설현장의 문화재 발굴작업을 사실상 도맡고 있는 실정이다.
작업의 특성상 느린 진도는 세계 공통적인 현상이니 문제될 게 없으나, 인력부족은 우리만의 유별난 문제인 것이다.


여기에다 지난 99년 지표조사 의무화이후, 지표조사 수요는 폭주하고 있다.
올 들어서만 5월말 현재 811건의 지표조사 착수신고서가 접수됐다.
상반기 지표조사 건수 811건에 1880명이 모두 투입된다 해도 한 현장에 고작 2명만이 배치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같은 인력여건으로 인해  ‘지역 독점’은 자연스런 현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다른 지역으로 진출 및 가격 경쟁을 통한 경쟁입찰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2005년에는 1510건의 지표조사와 1152건의 발굴조사가 이뤄졌으며, 2006년에는 지표조사 1382건, 발굴조사 1300건이었으며, 2007년에는 지표조사 1530건, 발굴조사 1259건이 진행됐다.


지표조사는 통상 30일 안에 끝내도록 하고 있지만 사안에 따라서 지표조사에만 1년 가량 걸리는 곳도 있다.
특히 발굴조사의 경우 발굴기간은 더욱 늘어나 울산대곡댐 수몰지구의 경우 1999년부터 2003년까지 4년 동안의 발굴조사가 진행됐으며, 진주 평거지역 택지개발 사업의 경우 지난2005년부터 지금까지 발굴조사가 진행 중이다.


인력 부족으로 인한 지역독점체제와 1~2차 유찰이후의 수위계약은 엄청난 조사비용 부담으로 이어진다.
특히 조사 및 발굴비용이 예산으로 충당되는 공공사업의 경우 발굴비용은 상상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한국전력공사 대구전력관리처가 지난 4월 3일 경북 소재 (재)아시아문화재단에 의뢰한 지표조사는 58만9109㎡ 조사(조사기간 149일)에 2억3216만6000원을 지급키로 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밖에도 주공이나 토공이 사업시행자인 경우 주변의 민간 사업시행자에 비해 통상 2~4배가 높은 가격을 형성되고 있는 실정이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최근 10년간 고고학 전공자 등 발굴 관련 인력은 연간 250명 정도 배출되나, 발굴법인에 흡수되는 인력은 10%에도 못 미치고 있는 실정”이라며 “공무원 또는 학예연구사의 경우 수백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는 것과는 큰 대조를 이루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지난 1999년 이후 건설공사의 증가로 발굴 수요는 계속 늘어나고 있으나, 법과 제도 및 인력구조는 10년 전 구조의 틀을 유지하고 있는 게 문제”라며 “발굴 및 조사비용으로 마치 눈 먼 돈처럼 쓰이지는 돈으로 공익 발굴 법인을 설립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국토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