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둘러싼 논쟁이 점입가경이다. 부산시민의 표를 얻기 위한 여당의 선제 공세에 늦게 뛰어든 야당은 한일해저터널 건설이라는 떡밥을 하나 더 얹었다. 조 단위의 천문학적 예산이 투입되는 공항 건설에 ‘건설’이라는 ‘과학’이 사라졌다. 대신 정치가 비집고 들어왔다. 집권당이 가덕도 카드에 올인하는 가운데 눈치만 보던 야당도 같이 놀자며 판에 끼어들었다. 공항이라는 인프라가 표를 얻기 위한 정치인들의 미끼로 전락하고 있다.


가덕도 신공항 논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노무현 정부가 영남권 신공항 건설을 언급한 이후 선거 때마다 단골메뉴로 등장했다. 대통령 선거, 국회의원 선거,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각종 보궐선거 등 선거라면 가리지 않고 이슈화됐다. 정치인들은 여야 구분 없이 선거 때만 되면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들고 나왔다. 극성스럽고 집요한 정치인들의 가덕도 놀이는 이번 부산시장 보궐선거에도 어김없이 나타났다.


가덕도 이슈는 여당 정치인들이 선점했다. 여당 대표는 “가덕도 신공항이 개발되면 부산 경제에 새로운 활력이 생길 것”이라고 했다. 또 한 최고위원은 “2월 임시국회에서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을 반드시 통과시키겠다”고 말했다. 다른 최고위원은 “가덕도 신공항은 선거가 아니라 전쟁 중이더라도 추진돼야 한다”고 까지 했다.


야당도 맞장구를 치며 나왔다. 제1야당의 비상대책위원장은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이 여야 합의로 처리되도록 하겠다”며 “법적·제도적 장치를 체계적으로 뒷받침해 글로벌 스마트공항으로 육성하겠다”고 했다. 그는 한 발 더 나아가 “가덕도와 일본 규슈를 잇는 한일 해저터널 건설을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쯤 되면 가덕도 신공항은 지어진 것이나 다름없다. 거대 여당이 끌고 제1야당이 밀어주는 형국이 됐다. 여당이 북을 치고 야당이 나팔을 불며 따라가는 모양새다.  이렇게 가덕도 신공항 건설은 깊이를 알 수 없는 포퓰리즘의 구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정치적 산물로 탄생한 공항으로는 노태우 정부의 청주공항, 김영삼 정부의 양양공항, 김대중 정부의 무안공항, 울진공항이 대표적이다. 오늘날 이들 공항은 하나같이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울진공항은 민간항공기가 날개 한 번 펴보지도 못하고 문을 닫았다. 지금은 비행교육훈련시설로 이용되고 있다. 모두 건설과정에서 타당성 조사를 거쳤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웃기면서도 슬픈 이야기다.


신공항 논란은 세계 3대 공항설계 전문그룹으로 꼽히는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이 지난 2016년 ‘영남권 신공항 사전타당성 검토 연구’를 수행하면서 일단락될 뻔 했다. ADPi는 기존 김해공항의 활주로를 V자 형태로 놓으면 사업비도 줄이고 안전상 논란이 됐던 남풍 때의 서클링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며 김해공항 확장 방안을 제시했다. 논란에 종지부를 찍는 듯 했다. 하지만 선거 때마다 고개를 들고 나오는 포퓰리즘 공약에 끝내 평가는 유야무야돼버렸다. 정치가 경제·과학논리를 삼켜 버린 것이다.


대부분의 유권자는 투표할 때 자신의 이해관계에 맞는 후보자에게 표를 던진다. 그러나 지역 유권자가 추구하는 이익과 선택이 국익과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 정치인들은 이런 지역민들의 성향에 편승해 표를 얻는다. 더구나 공항운영에 적자가 속출하더라도 책임지는 정치인은 한 사람도 없다. 비행기 없는 활주로에 고추를 말리든, 멸치를  말리든 상관이 없다. 정치인에게 공항은 더없이 좋은 놀이터이다. 


이성과 합리성을 찾아야 한다. 정치가 난입해 밀어붙일 일이 아니다. 사업타당성조사가 왜 필요하며, 이는 어디에 근거를 둬야 하는가 하는 본질적인 문제를 끄집어내 고민해야 한다. 더구나 지금은 세계 항공산업이 급속하게 재편되고 있다. 섣부른 조사와 판단은 위험하다. 특별법까지 제정해 속도전을 할 것이라면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충분한 근거를 제시하는 게 맞는다. 일찍이 프리드리히 하이에크는 ‘노예의 길’을 통해 이렇게 경고했다.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돼 있다”라고.

 

2021년 2월 4일

전병수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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