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경제신문 장신애 기자] 비행기 조종석에 앉으면 어떤 기분이 들까.
자동차만 운전해도 첫 운전은 떨리고 짜릿한데, 하물며 하늘을 나는 비행기를 몰아보는 건 참으로 환상적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5일 입사 4년차 된 국내 메이저항공 소속 조종사 L씨(33)를 만나 그의 하루 일과를 들어봤다.

 

L씨는 “지상이 아닌 하늘에 사무실이 있는 직업인”이라며 “조종간을 잡는 게 파일럿의 일상이지만 언제나 새롭고 설레는 일”이라고 말했다.


L씨의 이날 일정은 오후 3시 15분 부산에서 제주로, 제주에서 부산으로 운항하는 스케줄.
이후 일정은 내일 부산에서 다시 제주로 왔다가, 제주서 김포로 가는 항공편을 운항하는 것이다.


조종사의 일정은 출발 2시간 전부터 이미 시작된다. 
L씨는 회사 사옥에 도착해 기장과 함께하는 비행브리핑에 필요한 서류(Flight plan, weather, NOTAM, fleet report 등)를 준비한다.
기존에는 객실승무원도 함께하는 브리핑이 있었으나, 현재는 코로나19로 객실에서 비행시간, 날씨, 특이사항 등에 대한 합동 브리핑을 한다.


L씨와 기장은 비행 1시간 전 항공기 탑승 후, 비행을 위한 준비 절차를 수행한다.
오후 3시 15분의 출발에 앞서 보딩 25분 전, 승객이 탑승하면 L씨는 PDC(출발을 위한 허가)를 받는다. 
출발허가는 관제탑을 관장하는 공항의 해당 부서에 요청을 한다.
이후 Load Sheet가 올라오면 항공기 무게, 승객 수를 확인한다.
이륙 항공기의 중요한 정보입력이 완성되면 비행기 안에 있는 컴퓨터로 전송한다.


L씨는 이륙을 위한 성능계산을 하고, 체크리스트를 수행한 뒤 객실사무장과 탑승한 승객수를 확인하고 비행기의 문을 닫는다.
관제탑으로부터 지상활주 허가와 이륙허가를 받은 뒤에야 이륙 준비를 시작한다.
이륙을 할 때는 반드시 자동이 아닌 메뉴얼(수동)로 작동한다.

파워를 넣고, 해당 시점에서 기수를 올리는 순간 비행기가 비로소 지면에서 뜬다.
땅에 자동차 도로가 있듯이 하늘에 비행기가 다니는 길이 있다.
이걸 Airway라 한다.

파일럿은 자기 마음 내키는 대로 항행하는 게 아니라 SID 및 정해진 Airway를 따라 비행한다.


L씨는 이날 오후 4시 19분 제주도에 안전하게 착륙했다.
이후 오후 4시 55분 다시 부산으로의 비행을 준비한다.
제주에서 부산행 비행이 끝난 후, L씨가 부산에 있는 호텔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9시.
호텔에서 저녁을 먹은 뒤, 다음날 있을 비행을 머릿속에 그린다.
내일 오후에 부산에서 제주, 제주에서 김포로 가는 비행을 하면 L씨의 이번 비행일정이 끝난다.


택시나 버스 등 지상을 달리는 자동차에서도 그렇듯, 비행기에서도 행복해지는 순간들이 있다.
지난달 어린 탑승객이 비행기에서 내리면서 승무원에게 “비행기 운전하는 아저씨에게 전달해 달라”며 손편지를 건넸다.
‘맨날 비행기 운전하니까 힘드시죠? 저는 비행기 탈 때 떨어질까 봐 무서워요. 아저씨도 무섭겠지만 힘내세요’ 라는 내용이었다.
L씨는 “어린이가 벌써 비행기에 이런 관심을 가지는 걸 보면 ‘이 소년은 커서 파일럿이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미소를 머금은 적 있다”고 했다.


공군사관학교, 항공대학, 파일럿 양성 전문기관을 거치며 1000시간 이상의 비행훈련을 마쳐야 비로소 입사 자격 조건이 충족된다.
부기장의 초임 연봉은 통상 1억 원 정도다.


그러나 코로나 시대이후 파일럿이라는 직업이 그렇게 환상적이지만은 않다.
코로나의 영향으로 항공수요가 줄어들면서, 퇴직이후를 고민하는 조종사가 많아졌다.
이미 다른 자격증을 공부하는 파일럿도 늘어나고 있는 요즘이다.


L씨는 “파일럿은 항공기를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비행하는 게 가장 큰 목표”라며 “그러기 위해서는 잡념을 없애고 운항, 객실, 지상직원 등과 함께 잘 융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운항일정에 따라 잠시간과 밤낮이 바뀌어도, 이 또한 순응해야 한다.


코로나로 인해 예전만큼 활기찬 하루는 아니지만, 오늘은 오전 9시에 잠자리에서 일어나 유니폼을 입었다.
집을 나서기 전 L씨는 라이선스, 로그북, 승무원등록증, 아이디카드, EFB(아이패드), 선글라스, 필기도구 등이 가방에 있는지 본능처럼 확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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