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특단의 공급대책을 내놓겠다. 예측했던 것보다 수요가 많아 부동산 시장 안정화에 성공하지 못했다. 설 이전에 국토교통부에서 구체적인 대책을 발표할 것이다. 어떤 대책이 나올지 기대된다.” 


지난 18일 청와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기자 회견 중 부동산 대책과 관련한 대답의 핵심내용이다. 대통령의 말을 뒤집어 보면 ‘주택 수요가 그렇게 많은 줄 몰랐다’, ‘부동산 시장을 제대로 분석하지 못했다’, ‘시장을 안정시키지 못했다’, ‘따라서 모두가 깜짝 놀랄 만큼의 물량을 공급해 수요를 충족시키겠다’ 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좀 더 짧게 요약하면 ‘시장 정책은 사실상 실패했으며, 그래서 특단의 대책을 내놓겠다’는 것이다.


대통령의 말에는 고민의 흔적이 묻어 있다. 지금까지 공급이 충분했다는 정책 당국의 말과는 상당 부분 배치된다. 부동산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을 시장의 눈높이에 맞추려고 노력한 모습도 보인다. 공급 부족이 가격 상승을 불러왔다는 발언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날 대통령의 발언을 세세하게 살펴보면 시장과의 괴리가 여전하다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우선 “투기 방지에 역점을 두고 정책을 추진했다”고 했다. 투기만 차단하면 공급이 충분해지고 시장 또한 안정될 것으로 봤다는 의미다. 대통령의 말대로 투기를 차단하지 못했다면, 시장이 과열돼 투기가 일어날 수밖에 없는 부동산 시장의 메커니즘을 정책 당국이 몰랐거나 외면했다는 얘기 밖에 안 된다. 왜 30대의 젊은이들이 ‘영혼’까지 끌어다가 내 집 마련에 매달리는지 제대로 분석을 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대통령은 또 “예측했던 것보다 수요가 많아진 것은 급격하게 늘어난 1인 가구에도 원인이 있다”고 했다. 1인 가구의 급증으로 보다 많은 주택이 필요하게 됐다는 시각이다. 대통령은 “다만 인구가 감소 추세에 있음에도 가구 수가 61만 가구나 늘어난 연유는 지속적인 분석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역시 시장의 인식과는 차이가 있다. 시장에서는 세금 규제 강화, 주택 증여, 청약 수요 증가, 패닉바잉 등을 주요 원인으로 보고 있다. 규제 일변도의 정부 정책이 1인 가구를 늘렸고, 늘어난 1인 가구로 인해 공급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원인과 결과를 보는 시각에 상당한 차이가 있다.


그럼 대통령이 공언한, 대통령도 기대하고 있다는 설 이전의 획기적인 대책에는 어떤 내용이 담길까.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는 대책이 나올까. 


대통령은 공공부문의 참여 확대를 통한 공공재개발과 역세권 개발, 신규택지의 과감한 개발 등을 언급했다. 이를 통해 시장의 기대치를 뛰어넘는 물량을 공급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시장에서도 어느 정도 예상했던 것들이다. 그러나 공공재개발이나 역세권 개발로는 대규모 물량을 공급할 수가 없고, 신규택지를 과감하게 개발하는 방안 역시 복잡한 절차를 감안할 때 많은 시일이 걸린다는 것이 시장의 시각이다. 3기 신도시 개발 등을 통해 127만 가구를 공급한다고는 하나 공급의 시점이 수요의 시점과 맞지 않을 경우 기대만큼의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올 들어 부동산에 대한 대통령의 발언은 예전에 비해 많이 바뀌었다. “부동산 정책만은 자신이 있다”고 했던 이전과는 달리 ‘혁신적인 주택 공급 방안’, ‘빠르게 효과를 볼 수 있는 방안’,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특단의 대책’ 등으로. 시장에서는 이런 발언의 배경으로 시장 안정화 실패를 꼽고 있다.


변창흠 국토부 장관은 설 이전에 대책을 내놔야 한다. 사실상 문재인 정부 스물다섯 번째 부동산 대책이 된다. 9회 말 마운드에 오른 구원투수, 그는 어떤 공을 던질까. 대통령의 기대대로 시장의 불안을 한 방에 날려줄 강속구를 던질지, 밋밋한 속구를 던질지, 아니면 변화무쌍한 마구를 던질지. 관중이 기대하는 구종은 이미 정해졌다. 바로 시장 친화적 직구이다.


 2021년 1월 26일

 전병수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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