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속 52억4000만㎞를 비행하던 작은 매(하야부사2) 한 마리가 돌아왔다. 하야부사2는 지난 2014년 12월 3일 발사됐다. 발사에는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와 미쓰비시중공업이 공동개발한 로켓이 사용됐다. 작년 4월 지구에서 약 3억4000만㎞ 떨어진 어린 왕자가 살던 소행성 ‘류구’(소설 속 소행성은 B612)에 도착한 하야부사2는 내부 물질을 채취한 뒤 11월 지구를 향해 출발했다. 하야부사2는 지난 6일 호주의 우메라사막 한 가운데에 신비한 보물이 든 알(캡슐) 하나를 던지고 다시 우주 속으로 사라졌다. 앞으로 10년 동안 100억㎞를 더 비행해 다른 소행성에 착륙하겠다는 약속을 남긴 채.


하야부사2가 던지고 간 캡슐에는 소행성 류구에서 채취한 물질 0.1g이 들어있다. 미량의 이 물질은 태양계의 진화와 생명의 신비를 푸는 연구에 사용된다. 소행성은 46억 년 전 우주 대충돌 때 생성된 것으로 큰 천체에 비해 내부 물질의 성분이 변할 가능성이 낮다. 열과 압력이 작은 탓이다. 따라서 지구 생명체의 발원을 추적할 수 있는 유기물이 나올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연구원들 입장에서는 최고의 보물 상자를 얻은 셈이다.


JAXA는 이에 앞서 지난 2010년 인류 최초로 달 이외의 천체에 하야부사를 착륙시킨 후 시료 채취에 성공한 바 있다. 이 때는 행성 표면의 시료를 채취하는데 그쳤으나 이번에는 소행성의 지하물질까지 채취했다. 게다가 소행성에 인공 크레이터(구덩이) 만들기, 소형 로봇을 이용한 소행성 이동 탐사. 복수의 탐사로봇 투하, 동일한 소행성 2개 지점 착륙, 오차 60㎝의 정밀도가 필요한 지점 착륙, 지구권 외 천체의 내부조사, 복수의 소행성 주위를 도는 인공위성 실현이라는 세계 최초의 기록을 남겼다. 일본 과학자들이 서구에 비해 10년 이상 기술이 앞섰다며 환호작약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하야부사2의 개발과 제조에는 300여 개의 회사가 참여했는데 대부분이 일본 기업이다. 눈여겨볼 것은 건설회사들이 프로젝트에 참여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기업이 IHI그룹이다. IHI에어로스페이스는 캡슐 개발에 관여했다. 회사는 로켓에 실린 캡슐이 1만℃가 넘는 대기권으로 들어올 때의 잔혹한 열환경에서 캡슐을 보호하는 히트실드와 착지용 파라슈트(낙하산)의 방출기구 개발·제조 등에 참여했다. 특히 샘플을 채취하기 위해 류구 표면에 금속덩어리를 충돌시켜 구덩이를 생성하는 충돌장치 기계 개발에 참여했다. 캡슐의 회수작업과 안정화 작업을 지원했다.


다수의 대형 건설회사들이 JAXA의 우주 프로젝트 참여기업 명단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오바야시구미는 우주 엘리베이터 구상을 실현하기 위한 ‘카본 나노 튜브(CNT)’ 폭로시험에 성공했다. 또 달·화성기지 건설재료 제조방법을 개발했다. 마이크로파를 이용해 가열소성이나 콜드프레스 방식으로 환경과 구조물의 용도에 적합한 블록형 건설자재를 지속적으로 제조할 수 있다. 달과 화성 현지에서 조달하기 때문에 원가를 크게 낮출 수 있다. 다케나카공무점이 개발 중인 우주공간 채소 재배기술은 완성단계에 이르렀다. 시미즈건설은 우주용 거주공간 연구를 추진하고 있는데 이미 실험모듈을 설치했다. 가지마는 무인시공에 의한 달표면 거점 건설을 추진 중에 있다. 자동 버킷 호와 자동 캐리어 덤프 등을 개발, 굴착·복토작업 자동화를 실시해 실현 가능성을 확인했다. 구마가이구미와 스미토모임업은 잘라낸 목재를 가설 와이어로프로 늘려 운반하는 ‘가선집재시스템’의 무인화·자동화를 도모하고 있다. 달 표면에서의 구조물 및 자재운반 등에 응용한다는 계획이다.


건설회사들이 우주 탐사에 참여한다는 것은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혁명적인 기술개발에 뛰어들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동시에 우주 개발에는 반드시 건설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예를 들면 달 표면에 거주공간을 만든다고 할 때 건설기술이 없으면 이는 불가능하다. 다른 산업과 연계했을 때 나타나는 시너지 효과는 두말할 필요가 없다. 건설 산업의 중요한 임무 증의 하나가 인간에게 쾌적하고 편안하게 살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하는데 있다. 다가오는 우주시대에도 마찬가지다. 이미 건설기술은 지구를 벗어나 우주를 향해가고 있다. 탈지구화다. 건설 산업의 ‘게임 체인징’이 시작됐다.


10년 후 하야부사2는 또 다른 소행성의 물질을 갖고 돌아올 것이다. 어린 왕자의 친구 장미꽃의 뿌리를 가져올지도 모른다. 아니면 어린 왕자가 석양을 바라보던 땅 밑의 희토류를 가지고 올지도 모른다. 그동안 일본의 건설회사들은 JAXA와 함께 우주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또 다른 혁명적인 기술들을 개발해낼 것이다. 한국의 건설 산업이 부동산 문제로 아우성치고, 물고 뜯으며 날밤을 새고 있는 사이 일본은 저 멀리 달아나고 있다. 무슨 생각이 드는가. 두렵지 않은가.
 

2020년 12월 10일

전병수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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