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스물네 번째 부동산 대책이 나온 지 보름이 돼가지만 시장의 반응은 아직까지 글쎄다. 야구로 치면 8회 말 공격까지 끝낸 상태다. 24명의 타자가 나와 공격을 했지만 성적은 시원찮다. 타자들의 스윙모습에서는 기시감이 느껴진다. 투수가 던진 공을 맞추기 위해 이를 악물고 덤벼드는 모습이 십 수 년 전에 본 것과 다름이 없다. 경기의 진행과정과 결과도 비슷하다. 내야땅볼에다 외야플라이 등 득점과는 거리가 멀다. 지리멸렬한 공격만이 이어졌다. 득점은 상대팀에서 올린다. 


이제 정규게임을 마치기까지 남은 아웃카운트는 단 3개. 지난 번 스물네 번째 타자가 들어섰을 때 상대팀은 물론 관중들까지도 작전의 방향과 결과를 예측했다. 공격의 핵심은 전세형 공공임대 11만4200가구, 공공임대 공실 활용 3만9100가구, 공공전세주택 1만8000가구, 신축 매입약정 4만4000가구, 비주택 공실 리모델링 1만3000가구를 공급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관중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타자가 친 공은 파울볼이 되어 관중석으로 날아가거나 포수 뒤 그물망에 걸리기를 반복한다. 공이 방망이의 밑 부분이나 윗부분으로 깎여 맞는다. 힘이 실리지 않아 장타가 되지 않는다. 수비수 사이를 빠져 나가지 못한다. 아무래도 주자가 진루할 만한 타구는 못될 듯싶다.  


초조해진 벤치에서는 무리수가 나오고 여기저기서 훈수도 들어온다.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미래주거추진단장은 지난달 24일 입주를 앞둔 구로구 오류동의 공공임대주택을 찾아 “성년이 된 대학생과 고령자 등이 행복주택 세대로 잘 믹스돼 있다”며 “어른들과 사는 재미나 청년들이 삶의 지혜를 얻을 수 있는 교류가 더 활발히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가 둘러본 곳은 서울주택도시공사(SH)의 청신호 프로젝트 2호인 ‘숲에리움’ 행복주택이다. 노후화된 오류1동 주민센터를 근린 재생형 도시재생 모델 시범사업으로 선정해 행복주택으로 리뉴얼한 것이다. 대학생과 사회 초년생, 고령자 180가구가 입주 대상이다.


여기에 감독마저 상대팀과 관중석에 비난의 빌미를 제공한다. 국토교통부 김현미 장관은 “아파트가 빵이라면 제가 밤을 새워서라도 만들겠다”고 했다. 지난달 3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열린 현안질의에 참석한 자리에서였다. 더불어민주당 김교흥 의원의 전세대책에서 아파트 공급이 부족한 이유에 대한 질문에 이렇게 답한 것. 그는 “아파트는 절대적인 공기가 필요한데 지금 와서 아파트 물량이 부족하다고 해도 정부는 공급할 수 없다”라며 “그래서 다세대나 빌라 등을 질 좋은 품질로 공급하겠다”고 말했다.


상대팀 벤치에서 가만있을 리 없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 경제혁신위원장인 윤희숙 의원은 1일 자신의 SNS를 통해 “설사 아파트가 빵이라 하더라도 시장원리는 비슷하게 작동한다” “우선 잘나가는 빵집으로 사람들이 아침부터 몰려 빵 값까지 올리는 원인을 없애야 한다” “오후에 가도 신선한 빵이 있다면, 그러니까 인기 있는 빵집에 인기 있는 빵이 오후에도, 퇴근 시간에도 항상 갖춰져 있다면 아침부터 빵집 앞에 아우성칠 필요가 없다”고 응수했다. 경제학자답게 경제논리를 적용해 반박했다. 


또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이 지난달 공공임대주택 현장을 방문해 “어른들과 사는 재미를 느끼길”이라고 한 발언을 소환해 “각자 좋아하는 빵이 다른데 신도시에 빵집 많이 지으니 안심하라고 우기지도 말라”며 “정부가 풀빵 기계로 찍어낸 레트로 빵을 들이밀며 ‘어른과 어울려 먹는 재미’를 느껴야 한다고 강요하는 건 정말 나쁜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야구는 시합을 하기 전에 전력분석팀에서 상대팀의 전력을 상세하게 분석해 현장에 전달한다. 선발투수의 구위, 약점, 장점 등과 함께 등판이 예상되는 불펜투수들의 컨디션까지 파악한다. 이를 받아든 현장 코칭스태프는 상태투수의 투구 궤적과 우리팀 타자의 스윙궤적을 맞춰가며 라인업을 짠다. 


정부는 시장을 제대로 분석했는가. 수요자들이 사고 싶어 하는 것이 단팥빵인지, 크림빵인지, 밤빵인지 제대로 파악했는가. 야구경기에서 전문가들은 덕아웃의 분위기만 봐도 어느 팀이 이길지 가늠한다. 그런데 부동산 시장의 정부 측 덕아웃의 분위기는 어수선하기만 하다. 전문가 의견을 애써 외면하고 있다.


관중들이 환호할 수 있는 홈런은 기대하지 않는다. 집행검도 기대하지도 않는다. 다만 정밀하고 정교한 교타자가 나와 단타라도 하나 제대로 때려줬으면 좋겠다. 


2020년 12월 3일

전병수 대기자 

저작권자 © 국토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