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경제신문이 창간 12주년을 맞았다. 2008년 창간호를 낼 때는 아직 뿌리를 내리지 못한 종려나무처럼 허약했는데, 이제 제법 땅속 깊숙이 뿌리를 박은 튼실한 모습이다.


12년이란 시간은 돌이켜볼 여유도 없이 지나갔다. 마치 12시간이 흐른 것보다 더 빨리 지나간 것 같다. 혈기왕성했던 40대에서 이제 경자년(更子年) 환갑 길에 앉았다. 국토교통부를 출입하면서 쥐띠 또래들끼리 서로 ‘잘하자’고 다짐하는 젊음을 과시했는데, 이제 그들도 모두 국토부를 떠나 공기업에서 조용히 그들만의 know-how를 전수 중이다.


지금 창간작업을 다시 하라 하면 이제는 체력이 달려 못할 것 같다. 내 또래 그들도 역시 지금 야전 사령관으로 되돌아가 현장을 누비라 하면 힘겨워 할 것이다. 옛 어른들이 모든 일에는 합당한 시기가 있다는 말이 이해가 가는 요즘이다.


환갑 길에 앉아 올챙이 기자시절을 회상하니, 요즘 젊은이들에게 ‘너희들도 가시밭길을 걸어라’라고 당부하고 싶다. 우리는 올챙이 사건기자 시절, 형사보다 먼저 현장에 도착했고, 신혼여행을 가서도 머리맡에 삐삐를 켜놓고 잤다. 우리가 보리밥 먹었으니 너희도 보리밥 먹으라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가난했으니 너희도 빈궁을 맛보라는 것도 아니다. 다만, 요즘 젊은이들이 너무 허약하고 꽃길만 걸으려 한다는 것을 지적하는 것이다.         
 

12년 동안 무수한 젊은이들이 국토경제신문을 거쳐 갔다. 6개월간의 혹독한 수습기간을 잘 견뎌낸 사람도 있었으나 견뎌내지 못한 이들도 많았다. 수습기자를 견습(犬習)이라 부를 만큼 그 기간은 가혹하다. 이건 비단 신문사뿐만이 아니다. 어디를 가든 사회 초년생의 첫 적응은 힘들다. 학교에서 배웠던 모든 지식은 한낱 이론에 불과하고, 현장에서 부닥치면서 터득하는 것들뿐이다.  


그럼에도 요즘 젊은이들은 맨땅에 부딪히는 것 자체를 싫어한다. 베이비부머 세대인 우리가 그렇게 키웠으니 자업자득인 측면도 있다. 우리는 자갈밭에 홀로 버려져도 살아남아야 했고, 사막에 혼자 고립돼도 헤쳐 나와야 했다. 생활을 영위하는 게 아니라, 생활을 견뎌냈다. 그러던 우리 베이비부머의 공통된 목표 하나는 “이 가난을 다음 세대에는 물려주지 않겠노라”였다. 그래서 우리는 밤이고 낮이고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 그러면서 내 아이들에게는 ‘꽃신’을 사다 신겼다. 검정고무신에 꿰맨 양말을 신고 다녔던 우리들이지만 아이들에게는 꽃신을 신겼다. 이게 잘못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우리의 아들딸들이 하나같이 어렵고 힘든 일을 꺼려하는 세상이 돼버렸으니 말이다.


창간 12년이 지나니 국토경제 출신 몇몇 기자들은 나름 메이저 신문으로 점프해 제법 그럴싸한 기사를 써내고 있다. 그러나 꽃신만 찾던 몇몇은 아직도 이직과 실업급여로 연명하고 있다. 이들을 견주어 보면서 ‘젊은 시절에는 가시밭길을 가라’고 충고하고 싶다. 꽃길과 가시밭길이 있다면 굳이 가시밭길로 가라. 가시밭길은 젊기에 걸을 수 있는 곳이다. 긁히고 할퀴여도 젊음은 견뎌낼 수 있다. 아픈 상처로 한때 울먹일지라도, 젊음의 눈물이기에 재기의 자양분이 된다. 홀랑 벗겨 팔아도 1만 원이 안 되는 청바지와 T셔츠를 입고 다녀도 젊음이기에 아름답다.


창간 12주년, 뿌리는 튼튼해졌으나 마냥 기쁘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코로나19로 우리의 주 독자층인 건설교통 분야 종사자들이 힘겨워하고 있다. 최악의 청년 실업난에 미래 대한민국의 주인공들이 힘들어 하고 있다. 독자들에게는 힘내라고 격려하고 싶고,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에게는 가시밭길을 견뎌내라는 말밖에는 해줄 게 없다.  


“젊은이들이여, 꽃길은 언제나 가시밭길 뒤편에 있다.” 하느님이 마련해 놓은 인생여정의 목록에도 가시밭길과 꽃길은 반반 섞여 있다. 그러니 꽃길은 남겨뒀다가 늙어 걷기로 하고, 인생 길에 마련된 역경은 젊을 때 소진한다는 신념으로 가시밭길을 골라 걸어라고 당부하고 싶다.

 

2020년 5월 22일
국토경제신문 발행인 조관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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