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감염증이 세계를 덮치며, 해외건설업계에도 빨간불이 커졌다.
당장 사업 수행과 수주에 직간접적 영향을 받는 가운데, 코로나19로 인한 세계 경제 위기는 일시적 침체가 아닌 경험해 보지 못한 불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증가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해외건설업계의 전망과 대책을 짚어본다.


 

 

 

◇세계 발주시장 불확실성 가중… 공사운영·수주영업 타격까지 ‘삼중고’


[국토경제신문 조후현 기자] 그동안 세계 건설시장 성장률은 세계 GDP 성장률과 유사한 추이를 보여 왔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세계 GDP 성장률과 건설시장 성장률이 동일 하락 폭을 보였음을 감안할 때, 2020년 세계 건설시장의 규모도 큰 하락이 예상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세계 GDP 성장률을 -3.0%로 예상한 바 있다.
실제로 코로나19로 각국의 신규사업 추진 여건이 변화되며 기존에 계획된 건설사업 발주와 신규사업 수주는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실정이다.
국가별로 경기부양책의 일환으로 핵심 인프라 프로젝트 등 건설사업 발주를 추진할 가능성도 있지만, 인프라 배정 예산의 25%를 코로나19 대응 예상으로 전환한 인도네시아처럼 경제·보건 분야 지출로 신규 건설사업 발주 계획이 변동될 가능성 또한 높아졌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역시 각종 입찰 제출 마감을 연기하는 등 발주 일정을 조정하는 사례도 보고되고 있어 코로나19 확산이 건설기업 수주 계획과 전략에 끼치는 영향이 높은 실정이다.


아울러 국제유가 역시 극단적인 수준까지 하락을 반복하고 있어 중동지역을 포함한 산유국의 발주 시장 위축도 야기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지난달 말 기준 예상되는 올해 평균 국제유가는 38.7달러로 지난 2월 예측 가격보다 36%나 하락했다.
해외건설시장에서 산업설비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할 때 국제유가의 상승은 시장 회복을 위한 필수 조건이다.


이런 가운데 해외사업을 수행 중인 건설기업과 설계 및 엔지니어링 기업의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다.
실제로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해외사업을 수행 중인 건설과 설계 엔지니어링 기업 25곳을 대상으로 인터뷰와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88%가 코로나19가 심각 또는 매우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고 평가했다.
업체의 3분의 1은 진행 중 사업과 착공 예정사업, 신규사업 수주 등 해외건설사업의 모든 단계에서 매우 심각한 영향을 받고 있다고 답했으며, 절반 이상이 심각한 영향을 받고 있다고 평가했다.
해외 건설사업의 특성상 국내인력의 입출국이 잦을 수밖에 없으나, 세계적인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다수의 국가가 봉쇄조치를 취함에 따라 현지 사업에 필요한 국내인력 투입이 마비된 상황이다.


건설 사업을 수행 중인 기업들은 ‘입국 제한 등으로 인한 인력 파견 어려움(29%)’, ‘발주국의 행정 조치에 따른 현장의 축소 운영(21%)’, ‘현지 국가의 봉쇄 조치에 따른 현장 폐쇄(21%)’ 등을 가장 큰 애로 사항으로 꼽았다.


실제로 조사 대상 기업이 운영하고 있는 102개 사업 가운데 36.3%는 현지 정부의 지시로 중단되거나 축소 운영되고 있었다.
나머지 사업 역시 자재 및 인력수급 문제로 코로나19 이전과 같은 정상적인 운영이 힘든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로 검역 등이 강화되며 제3국을 통한 자재 장비 수급이 어려워졌으나, 발주국가나 발주처 지시가 있어 공기 지연은 불가항력 사유로 인정받을 수 있더라도 공사비 증액 등 계약변경에는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신규 사업수주 또한 발주 취소부터 지연, 영업을 위한 협의 지연과 계약 예정 사업 지연 등이 잇따르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계약 조건상 대유행 전염병의 불가항력 조항의 포함 여부도 발주처와의 협의가 필요한 매우 민감한 사안이다.
조사 대상 기업의 60%는 불가항력 조항 포함은 발주처와 협의가 필요한 사항이라고 답한 가운데, 전염병 대유행이 불가항력 조항에 포함돼 있다는 응답은 24%에 그쳤다.
이와 관련해 발주처와의 계약변경 협의 시 주요 문제점으로는 ‘공기 연장에 따른 간접비 증가’, ‘입국 제한 등으로 인한 공기 연장’, ‘현장 폐쇄 및 축소 운영에 따른 공기 연장’ 등이 꼽혔다.


◇‘겪어보지 못한 길’ 간다… 업계, 리스크 관리와 포스트 코로나 준비해야


건산연은 코로나19로 세계가 겪어보지 못한 길에 들어섬에 따라 해외건설업계의 선제적 대응과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유기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으로 분석했다.


먼저 해외건설업계는 대응조직을 구축하고 현지 상황 모니터링과 현장 방역체계 및 인력 관리 등에 대한 지침에 즉각적으로 대응하고 절차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건설 현장의 일시적 중지 등으로 인한 공기 연장 이슈부터 물류 시스템의 일시적 중지 등에 따른 자재 및 장비 등의 조달 문제, 입국제한에 따른 인력 수급 문제 등 사업의 연속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에 대응할 수 있는 ‘팬데믹 대응조직’ 구축과 즉각적인 전략이 마련돼야 한다.
이와 함께 향후 진출국 내부적 요인부터 국제유가 등 해외건설 리스크 관리체계 역시 더욱 고도화할 필요가 있다.


포스트 코로나19를 대비한 회복탄력성도 확보해야 한다.
중동지역 경제분석지 MEED의 분석에 따르면 2분기 계획된 910억 달러 규모의 사업은 발주가 지연될 가능성이 크지만, 다시 발주됐을 때 해외건설시장에서의 점유율 확대를 위해 빠른 회복 탄력성 확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시장별 모니터링을 통해 진출국 동향을 파악해 수주 전략을 마련하고, 사업 수행을 위한 조달체계를 점검해 위험요소를 파악하는 등 선제적 준비가 필요하다.


◇정부, 팬데믹 대응 가이드라인 세우고 외교 대응·계약분쟁 법률 지원 필요


세계적인 팬데믹 유행인 만큼, 정부의 지원도 필수적이다.
먼저 해외건설시장에서 근무하는 국내인력 확진자가 발생할 경우 해당 기업이 활용할 수 있는 정부 차원의 의료 지원을 포함한 팬데믹 대응 가이드라인 마련이 필요하다.


사업 수행과 수주를 위한 필수 영업 및 기술 인력의 제한적 입국 허용을 위한 외교적 대응도 요구된다.
사업 수행을 위해 필요한 필수 인력의 입국 제한은 기업의 현장 운영을 비롯해 추가적인 사업 수주를 위한 영업활동에도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건설현장을 운영하고 있는 기업을 대상으로 예외적 입국 조치가 필요한 수요를 조사, 필수 인력 입국 허용을 위한 상대국가 정부와의 협의 채널 구축이 필요하다.


향후 현장 폐쇄 조치 등에 따른 공기 연장이 인정되지 않을 경우 공기 지연에 따른 발주처 조치에 대한 클레임 등으로 인한 계약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FIDIC의 공사계약 조건에 따르면 불가항력 사건에 따른 공기연장은 가능하나, 추가비용이 인정되는 경우는 전쟁, 테러리즘 등 분쟁과 지진, 화산 폭발 등의 자연재해에 국한돼 있다.
이에 따라 자체적 계약관리조직이 없는 중견·중소기업에 대한 법률적 가이드라인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조직을 선제적으로 마련해 지원할 필요가 있다.


해외건설업계가 코로나19 대응 사례를 공유하고 대응 체계를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
지난달 말 기준 해외건설시장에 진출한 국내 기업은 232개, 시공 사업 건수는 1787건이다.
해외사업 수행 기업의 코로나19 사례를 모아 공유할 경우 같은 국가나 유사 사업을 수행하는 기업의 대응방안 수립에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코로나19 종식 이후 세계적인 의료 체계 개선, 의료시설 건설과 서비스 제공을 위한 의료 시스템 확보 필요성도 높아질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수요를 파악해 해외건설시장 진출 확대 전략으로 활용할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건산연 손태홍 연구위원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해외건설사업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기업이 필요로 하는 지원 방안을 기반으로 정부의 조속한 대응 체계 마련이 중요하다”며 “정부는 해외시장에 진출한 개별 기업이 활용 할 수 있는 ‘팬데믹 대응 가이드라인 수립’, 입국 제한 등의 조치 완화를 위한 ‘외교적 노력 강화’, ‘계약 클레임 법률 자문 지원’, ‘해외사업 수행 기업의 코로나19 대응 사례 공유’, ‘코로나19 종식 이후 시장 진출전략 수립과 시행’이 필요하며, 사업 수행 주체인 기업도 대응 체계를 마련해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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