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문제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은 지난주 “부동산을 투기적 수단으로 삼는 사람들에게는 매매허가제까지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데 정부는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 박선호 1차관은 16일 주택거래허가제와 관련해 “구체적으로 검토한 바 없다”고 황급히 선을 그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일 신년사에서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서 결코 지지 않을 것”이라고 한점에 비춰보면 이런 중요한 발상을 ‘아니면 말고’ 식으로 무책임하게 발언했다고 보기도 어렵다.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서울의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켜야 한다는 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 문제는 방법론이다. 부동산매매허가제나 주택거래허가제는 ‘토지 공개념’에 기반한다. 노태우 정부는 지난 1989년 택지소유상한제 등 ‘토지 공개념 3법’을 도입하려다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결로 결국 폐지됐다. 노무현 정부 당시인 2003년에도 주택거래허가제 도입을 검토했으나 위헌 논란에 막혔다. 시장경제를 왜곡시키고 국민의 재산권과 거주이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아무리 집값 안정이 중요하다고 해도 초법적, 위헌적 수단까지 거론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주택거래허가제는 자본주의 사회에선 있을 수 없는 반시장적 조치라는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현 정부는 출범 이후 모두 18차례의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평균 두 달에 한 번꼴이다. 고강도 규제를 담은 ‘12·16 대책’이 나온 지 한 달이 지났지만,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 9억 원 이하 집값이 뛰고 전셋값이 상승하는 풍선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수도권 아파트 청약 시장도 시세차익에 대한 기대감으로 투기판으로 변했다. 최근 인천 부평구의 한 무순위 청약에선 경쟁률이 무려 3만 66대 1까지 치솟았다.  ‘묻지마 투자’의 전형이다.

 

부동산 정책의 중요성을 인정한다. 그러나 규제만이 능사는 아니다. 부동산 정책은 정부와 시장이 누가 이기느냐의 게임이 아니다. 정책의 오류를 먼저 반성해야 한다. 인위적으로 수요를 억제하는 고강도 대책이 성공하지 못한 이유를 정부는 되짚어봐야 한다. 공급에 초점을 맞춘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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