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가 온통 이데올로기 대립이다. 유사 이래 사상대립이 오늘처럼 심한 때는 없었다. 아무리 정치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게임’이라지만, 요즘처럼 심각한 좌우대립이라면 자칫 공멸의 길로 가지 않을까 우려되는 상황이다.


무릇 정치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권력을 잡고, 권력을 틀어쥔 뒤에는 국가자원을 ‘무자비하게’ 분배하는 행위다. 나랏돈을 아낄 것인가, 물 쓰듯 쓸 것인가는 오로지 권력자의 정치이념에 달렸을 뿐이다. 경쟁사회에 뒤떨어진 민중들을 위해 ‘국가가 공짜로 줄 터이니 너희는 오직 먹고 놀아라’라는 슬로건도 하나의 통치행위일 수 있다.


인간 대부분의 성향은 일은 하기 싫으나 돈은 많이 갖고 싶어 한다. 도박이 성행하고 도둑과 강도가 생기는 이유다. 불로소득의 달콤함은 인간에게 주체할 수 없는 유혹이다. 인간의 이런 심리를 파고든 것이 공산주의 이론이다. 경쟁 없이 모든 사람이 생산에 참여하고 공평하게 분배되는 유유자적한 세상을 추구하는 것이다. 


이런 파라다이스를 실현하기 위해 볼셰비키 혁명이 일어났다. 부르주아의 재산을 몰수했고 소수에 불과한 반발세력 부르주아는 민중의 이름으로 처단했다. 초기 이데올로기시대에는 총칼로, 21세기는 입법과 통치행위로 혁명과업을 수행한다.

“모든 국민에게 현금 40만 원씩을 나눠줄게”라는 어떤 정치가의 뜬금없는 말에 “누구 돈으로”라고 물으면 무식꾼 취급 받는다. “정치하는 사람이 자기 호주머니 털어 주는 것 봤냐. 부자들 것 뺏어서 주면 되지”라는 말이 20세기까지는 생략 돼 있었다. 그러나 지금의 대한민국 사회는 생략하지 않는다. 오히려 “재벌에게 세금 걷어서”라고 떳떳이 천명하고 있다. 현대판 볼셰비키 혁명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노동력을 환산하지 않은 채 시간당 10잔의 커피를 파는 곳과 시간당 60잔을 파는 커피점의 최저임금이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다. 주52시간 이상 일하지 못하게 법으로 강제하고 고용노동부는 “즐거워라 반가워라”를 외치며 ‘워라밸’을 찬양하는 홍보영상을 내보내고 있다. 땀 뒤에 오는 꿀맛 같은 휴식이 아니라 ‘대충 놀고먹자’를 선동하고 있는 셈이다.  


초중고학생들에게 선거권이 있다면, 정치꾼들을 주52시간이상 공부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을 만들 것이 틀림없다. 올림픽을 앞두고 훈련에 지친 선수들에게도 주52시간 이상 훈련하면 반칙이라고 선언할 것이다. 노메달이어도 ‘워라밸’이 더 행복하다고 자화자찬하면서 “그까짓 성취욕이 뭐가 중요해. 세금 걷어 연금 줄 테니 놀아라”고 다독일 것이다.


좌파 권력이 정권을 유지하려면 국가발전의 근간이 된 모든 과거를 부인해야 한다. 새마을운동과 경제개발5개년계획은 독재정권의 상징이요, 지금의 부자는 당시 개발독재에 빌붙어 부를 축적한 결과다. 이 과정에서 노동자를 착취했고, 조세를 탈루했음에 틀림없다. 논리가 부족하면 역사인식을 비틀어놓고, 존경받는 자본주의 모델이 있다면 친일행위의 단서라도 파야 한다. 픽션영화를 만들어 여차하면 핵무기로 변신할 수 있는 ‘위험한’ 원자력발전소도 없애야 하고, 북한군 장수로 변신했으나 독립운동의 이력이 있다면 훈장을 추서해야 한다. 
 

헌법 위에 ‘집단 떼법’이 있다. 떼쓰고 농성하면 국가가 나서서 해결해 주면서 표심을 사로잡아야 한다. 설령 과잉 농성으로 수감되면, 이를 훈장삼아 정계에 입문하면 된다. 굳이 힘들여 공부하고, 땀 흘려 훈련할 필요 없는 것이 시대정신이라고 세뇌해야 한다.


주52시간 근무제 유예업종이 오늘부로 시행에 들어갔다. 50∼299인 사업장도 내년 1월, 5∼49인 사업장의 경우 내후년 7월부터 시행된다. 노사합의를 했어도 이를 어기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진다.
기업의 경영행위를 노사합의에 맡기지 않고, ‘국가이념’의 틀 속에 가둔 꼴이다. 노력으로 성공하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니 표 대결로 가면 언제나 ‘놀고먹자’ 쪽이 이긴다. 시대가 참으로 암울하다.

 

2019년 7월 1일
조관규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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