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특별기획/ 청년실업과 일자리 창출 정책의 명암

 

<글 싣는 순서>

① 일자리가 없다 VS 일할 사람이 없다
②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또 다른 불평등 초래
③ 일자리 창출-부가가치 상승, 동시 고려해야
④ 구직자 99%가 대졸자, 대입체계 개편해야 <끝>

 

 

이른바 ‘신의 직장’은 한정돼 있다. 그러나 취업 준비생들은 이런 직장만 찾아 헤매고 있다.  노동시장의 수급불균형이 발생하는 이유인 것이다. 문제는 신의 직장을 갈망하는 만큼의 노력과 정성을 투자했느냐에 있다. 노력은 하지 않고 대학만 나왔다고 신의 직장, 높은 연봉만 원하는 게 오늘날 노동시장의 문제점인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일자리창출위원회가 아무리 동분서주한다해도 결과는 나아지지 않는다.


대졸초임 5000만원이 넘는 대기업의 한 청년 근로자는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아 최고 관리자까지 오르는 게 꿈”이라며 “이를 위해 칼퇴근 등 소위 여가 따위는 포기했다”고 말했다. 반면 대졸초임 4000만원 가량의 공기업 근로자는 “실력은 연봉 5000만원짜리 대기업 사원보다 내가 더 낫다”고 말하고 “치열한 경쟁보다는 여가를 더 소중히 여기기 때문에 공기업을 선택했다”고 밝혀 여가도 무형의 급여 또는 복지로 인식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같은 최상위급 근로현장에 가보지 못한 취업준비생 일부는 ‘잠깐 걷고 보기만하면 되는’ 연봉 2000만원대 엘리베이터 점검 요원으로 며칠간 일하다가 “무거운 부품 한 개 들고 오라”고 시키면 다음날 그만두는 실정이다. T엘리베이터 관계자는 “엘리베이터 점검시장의 생산여력이 1인당 5000만원에 못미치는 현실인데, 이들은 2000만원어치의 노동력을 제공하고 5000만원의 보수를 바라고 있다”고 탄식했다.


왜 노동시장에 이같은 왜곡현상이 발생하고 있는가?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우리나라 청년실업자 대부분이 대졸 출신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지금 고등학교 졸업생보다 대학 입학생이 더 많은 기현상도 보이고 있다.
교육인적자원부에 따르면 2016년 고교졸업생은 일반고, 특목고, 특성화고, 자율고에서 60만7598명과 방송통신고, 고등기술학교 등 기타 학교에서 1만5963명이 졸업해 모두 62만3561명이 졸업했다. 그러나 그 해 대학 입학자 수는 일반대 교육대, 산업대, 방송통신대, 사이버대, 전문대 등 62만9555명으로 집계돼 고교졸업생보다 대학입학생이 6000명 가량 많았다. 전년도 재수생들이 입학하면서 졸업생 숫자보다 신입생이 많은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2015년 고교 졸업생도 63만1478명이었으나, 대학 입학자는 64만5410명으로 집계돼 졸업생보다 입학자 수가 1만4000여명 더 많았다.


통상 일본의 경우 졸업생의 50%가 대학을 진학하고 미국은 40%, 유럽은 평균 30%, 심지어 독일은 20%만이 대학에 진학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블루칼라에 대한 자긍심과 직업에 대한 자부심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일자리 창출 정책만으로 노동시장에 대한 지금의 문제들이 풀리지 않는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일자리 창출보다 앞서야 할 정책방향이 대학의 구조조정이다. 인구는 줄어들어 졸업생이 줄어드는데 대학 정원이 줄지 않는다면 교육부의 직무유기다. 이와 함께 실업계 고등학교를 졸업, 곧장 취업전선에 뛰어드는 현상이 자연스러워져야 한다. 힘들어 남들이 기피하는 3D업종 생산직에 최저임금을 적용하더라도 연봉 3000만원이면 괜찮다는 인식이 확산돼야 한다. 휴일에 야근까지 선택하면 연봉 4000만원을 손에 쥔다고 한다. 고졸 사원이라면 충분히 해볼 만한 일이다. 그러나 이곳에 한국의 젊은 청년은 없고 모두가 필리핀 방글라데시 태국 인도네시아 젊은이들이 차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관료조직이든 사기업 조직이든 적재적소에 적당한 인재를 배치하는 것이 인사관리의 기본이다. 대졸초임이 연 5000만원을 웃도는 대기업 인재는 일터에 있든, 귀가해 있든 아침 6시부터 밤 11시까지는 일에 파묻혀 있다. 젊은 인재들은 노동이라 생각지 않고 오히려 그 일을 즐기고 있다. 그런 그들에게 일자리를 나누자며 연봉을 2500만원으로 쪼개고 두 사람을 투입하겠다고 한다면 이제는 거꾸로 그들이 이곳을 떠나려 할 것이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꼴이다.


일자리 창출에 앞서 젊은이들의 근로의식이 왜곡돼 있다면 이부터 바로 잡아야 한다. 또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도 문제해결의 능사는 아니다. 임금을 착취하기 위해 비정규직이 존재하는 게 아니라, 기업에서는 적어도 임시로 필요한 프리랜서, 잠시 필요한 아르바이트, 일정기간만 필요한 비정규직 업무가 있게 마련이다. 기업의 이같은 노동 탄력성을 없애고 정부가 일방적으로 비정규직을 모두 정규직화하라고 강제한다면 또 다른 사회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한 관계자는 “정부의 일자리 창출정책은 바람직한 방향이기는 하나 강제할 수 없는 한계성을 지니고 있다”며 “교육정책, 대학 구조조정정책, 화이트칼라와 블루칼라에 대한 인식전환 문제와 함께 노동에 대한 젊은층의 인식 변화 등 다양한 변수 모두를  조합해 풀어나가야 할 구조적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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