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특별기획/ 청년실업과 일자리 창출 정책의 명암

 

<글 싣는 순서>

① 일자리가 없다 VS 일할 사람이 없다
②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또 다른 불평등 초래
③ 일자리 창출-부가가치 상승, 동시 고려해야
④ 구직자 99%가 대졸자, 대입체계 개편해야 

 

 

[국토경제신문 조관규 기자] “사과 한 개를 4등분으로 쪼개 아빠 한 조각, 엄마 한 조각, 세 살배기 아들 한 조각, 젖먹이 딸 한 조각으로 나눠 평등하게 한 조각씩 먹었다.”
이게 과연 평등한 것인가. 일찍이 아리스토텔레스는 ‘평균적 정의의 평등’과 ‘분배적 정의의 평등’이란 개념을 통해 이건 평등하지 않다고 설파했다. 힘을 많이 쓰는 엄마 아빠는 더 많이 먹어야 하고, 배꼴이 작은 아이들은 당분간 조금만 먹어도 된다는 것이다. 이를 고려해 분배하는 것이 진정한 평등이요, ‘분배적 정의의 평등’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수요와 공급은 크게 두 가지로 유형으로 나뉘어 있다. 대기업과 공무원 공기업 등 우수한 노동력을 요구하는 수요자와 그럴 필요없이 단순 노동만 제공하면 되는 노동수요로 구분된다. 또 노동력도 유력 대기업 공기업에 걸맞은 우수 노동력과 이 수준에 못 미치는 집단으로 대별된다.
우수한 노동력은 현대 삼성 대우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 자유자재로 입사할 수 있다. 특히 이들은 근로여건이 안 맞아 퇴사하더라도 SK GS 롯데 등 또 다른 대기업에 재입사 할 수 있는 우수인력들이다. 실제로 대졸 초임 4000만원이 넘는 삼성그룹 신입사원으로 입사한 A씨는 여가 등 다른 조건이 맞지 않아 초봉 2000만원대에 불과한 경찰공무원으로 전직했다. A씨는 ‘공시생’들이 몇 년 동안 준비해 겨우 합격하는 경찰시험을 퇴사하자마자 바로 합격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그러나 노동시장 실태를 오래 지켜본 사람들의 경험담에 따르면 이는 놀랄만한 일이 아니다. 예나 지금이나 ‘실력을 갖춘 사람’은 어디든 선택해서 갈 수 있다는 것이다.


베이비부머 세대인 1958년생 전후의 당시 ‘취준생’도 마찬가지였다. 실제로 1980년대 최고의 기업 현대건설 취업해 근무해오던 1960년생 여성 사원 두 명은 여가없는 근무가 힘들어 사표를 제출했다. 그리고 일정기간 행정고시와 기술고시를 공부해 나란히 합격했다. 지금 한 여성은 국토교통부 고위공무원으로 재직하고 있고, 한 여성은 경기도 한 지자체에서 부시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한 여성은 이화여대 출신이지만, 다른 여성은 인천의 한 지방대학 출신이다.


문제는 ‘우수 등급’에 못 미치는 ‘질 낮은’ 노동력의 취업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있다. 더욱이 이들 ‘질 낮은’ 노동력은 양질의 노동력과 똑같은 대우를 받고 싶어 한다. 이들은 나아가 양질의 노동력을 양질이라 인정하지 않고, 자기의 부족을 부족이라 느끼지 않는다. 청년실업자들 가운데 일부는 연봉 4000만~5000만원대 대기업과 공기업에 취업한 동료가 부러움의 대상이 아니라 ‘배 아픔의 대상’이며, 노력의 결과물로 창조된 양질의 인재가 아니라 부모를 잘 만나서 거머쥔 ‘우연’이라고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


또 ‘금수저 집안’은 그들의 노력으로 일궈낸 자수성가형 성취가 아니라고 못 박는 경향이 강하다. 다른 사람 등을 쳤거나 착취 또는 조세를 포탈했거나, 관의 비호를 받은 권력형 특혜의 결과물이라고 치부하고 있다. 이처럼 부에 대한 왜곡된 인식에다 자기계발이 없는 상태에서 대기업 인력과 동등한 수준의 대우를 받고자 하고 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는 것이다. 새 정부의 일자리창출 정책 또한 청년들의 이 같은 인식이 전혀 문제될 게 없다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어 향후 더 큰 혼란이 우려되고 있는 실정이다.


모두가 기피하는 업종, 힘든 육체노동을 요구하는 생산직일수록 임금이 높아져야 한다. 다행이 쇳물을 부어 철 구조물을 만드는 인천의 한 공장 생산직 사원의 초임은 4000만원 수준이다. 이곳 생산직 사원 이 모씨(34)는 “최저 임금 수준인데도 휴일 근무 야간 근무가 많아 연봉 4000만원을 웃돈다”고 말하고 “다만 몸은 고생되나 머리 쓸 일이 없어 오히려 편하다”고 말했다.
김포 물류단지에서 화장품 포장지 생산을 담당하는 신 모씨(50)의 경우 시급은 최저 임금수준으로 책정돼 있지만 가끔 휴일근무 야간근무가 있어 연봉은 3000만원을 약간 웃돈다. 신씨는 “기계가 생산한 제품을 분류하는 단순노동인데도 생산직 사원은 모두 외국인 근로자로 구성돼 있다”며 “CEO는 한국 대졸 청년을 원하나 이들은 야근 또는 휴일근무 몇 번 하고 나면 어김없이 그만둔다”고 아쉬워했다.


많은 노력을 한 사람은 많은 임금을 받아야 하고, 적은 노력을 한 사람은 그에 합당한 임금을 받아들여야 한다. 어떤 기업이 일자리를 창출해 그 기업에 연봉 3000만원짜리 일꾼이 입사한다면, 해당 기업의 부가가치도 3000만원 이상 상승해야 된다. 이것이 노동에 대한 수요와 공급곡선의 합치인 것이다. 인력을 충원하고 이로 인해 기업의 자산가치가 떨어진다면 공멸의 지름길이다. 입사를 원하는 청년들은 향후 입사하는 기업에 얼마만큼의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인지를 계상해야 하며 이것이 곧 자신의 몸값이 됨을 인식해야 한다. 아울러 일자리창출 위원회에는 청년들에게 ‘나라와 기업에 내놔라’는 근성보다는 ‘나라와 기업에 무엇을 제공하고 어떻게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인가’를 먼저 가르쳐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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