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및 수도권에서 소형 아파트의 가격 강세가 이어지면서 일부 수요자들이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해진 중대형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지난 2006년 11월부터 DTI 규제가 대폭 강화되면서 중대형의 아파트 가격 상승폭은 급격하게 둔화됐고, 분양시장에서도 면적을 쪼개는 방법까지 나올 정도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급속한 인기 하락은 가격에도 영향을 미쳐 지난 1년 동안 서울의 85m² 이하 아파트 3.3m²당 가격은 0.09% 오른 반면, 85m² 초과 아파트는 0.02% 오르는데 그쳤다.
부동산 정보업체에 따르면 작년 7월 3.3m²당 평균 균 매매가가 1,399만원이었던 99m² 이하 중소형아파트는 올 3월 87만원이 오른 1478만원의 매매가를 기록하고 있지만, 99m²초과 중대형은 고작 12만원 오른 1895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러한 중대형의 약세가 최근에는 역으로 인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소형 아파트 가격 상승으로 중대형과의 가격차가 좁혀지자, 조금이라도 저렴할 때 넓은 집으로 갈아타려는 수요자들이 급격히 늘고 있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수요자들은 미분양과 신규물량 가리지 않고 입지 좋은 곳들을 공략하고 있다.


서울에 사는 김현숙(42.여)씨는 최근 양천구 신월동에서 미분양으로 남아 있던 S건설의 140㎡(구46평형)의 중형 아파트를 분양받았다.
김 씨는 “일시적인 인기 하락으로 공급량이 줄어들게 되면 2~3년 뒤 중대형의 희소성이 높아지게 돼 결국 가격이 급등할 수밖에 없다”며 “현재 중대형의 가격이 약세이고, 미분양이라 혜택도 많아 이번 기회에 넓은 평형으로 옮기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소형아파트 보유자 가운데 김 씨처럼 넓은 중대형 아파트로 갈아타기를 원하는 교체 수요자들은 신규 공급 예정 물량보다는 미분양을 더 선호하고 있다.
미분양의 경우 고급마감재나 중도금 무이자, 발코니 무료 시공 등 많은 혜택이 주어져 자금 부담이 적고 입주 시기도  빨라 환금성에서도 유리하기 때문이다.


신규 물량에도 수요가 몰리고 있다.
지난 5월 성북구 종암동에서 분양된 ‘종암 래미안3차’의 143㎡ 규모와 인근의 ‘동일하이빌 뉴시티’ 155~297㎡ 평형대는 이러한 수요가 몰리면서 모든 주택형이 순위권내에서 청약이 마감되는 인기를 얻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소형은 오르고 중대형은 하락해 둘 사이에 격차가 줄어들면서 역으로 중대형의 인기가 높아지는 계기가 됐다”며 “가격이 바닥까지 떨어졌지만 경기회복 시 중대형의 가격 상승폭이 소형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크기 때문에 재테크 차원에서도 유리하다”고 말했다.

 

 

상한제 아파트가 더 비싸?
분양가 상한제가 실시되면 주변 시세보다 저렴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일부 지역에서 공급 가격이 시세보다 높게 책정돼 ‘상한제 효과’가 미미한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우방ENC가 수원시 권선구 구운동에서 분양 예정인 아파트 ‘우방 유쉘’은 평균 920만~940만원에 분양승인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첫 민간택지 아파트로 가격이 저렴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기존 아파트 평균 매매가 보다는 높게 결정됐다.


권선구의 기존 아파트 3.3㎡ 당 평균매매가는 757만원으로 우방 유쉘 분양가보다 163만~183만원이 낮다.
구운동 삼환아파트 128㎡(38평형)가 현재 2억8000만~3억3000만원(3.3㎡당 723만~852만원) 수준이어서 상한제 효과가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다만 지난해 권선구에서 분양된 아파트들의 평균 분양가는 3.3㎡당 1003만원으로 우방 유쉘이 63만~83만원 정도 싼 편이고, 분양승인 신청이 수원시 분양가심의위원회를 통과하지 않아 추가로 인하될 가능성이 있어 좀 더 지켜봐야 한다.


대구 북구에서 공급되는 ‘침산동 2차 쌍용 예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침산2차 쌍용 예가'의 분양가는 3.3㎡당 평균 779만원.
이는 지난해 말 대구시 북구에서 분양된 ‘매천 화성 파크드림’(3.3㎡당 800만원)보다는 소폭 낮아진 금액이지만, 코오롱 하늘채 1단지(3.3㎡당 743만원) 등 인근에 완공돼 있는 아파트에 비하면 여전히 높은 가격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상한제가 적용되더라도 택지비가 높고, 건축비가 상승해 분양가를 낮추는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며 “청약대기자들도 막연히 분양가가 하락하기만을 기다리기 보다는 유망단지를 중심으로 적극 청약에 나서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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