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국정 최우선 과제로 선정, 일자리 확대에 국정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일자리 창출정책을 추진하면서 중소기업의 구인난을 간과하고 있지는 않은지를 점검해보고자 한다. 또 일자리를 늘린 기업 및 국가의 부가가치와 대외 경쟁력의 동반상승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인지에 대해 건설교통 분야뿐만 아니라 산업 전반에 걸쳐 점검, 더 나은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

 

시리즈 특별기획/ 청년실업과 일자리 창출 정책의 명암

 

<글 싣는 순서>

① 일자리가 없다 VS 일할 사람이 없다
②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또 다른 불평등 초래
③ 일자리 창출-부가가치 상승, 동시 고려해야 

④ 구직자 99%가 대졸자, 대입체계 개편해야

 


[국토경제신문 조관규 기자] 22일 오전 11시 킨텍스 제1전시장 2홀.
KB국민은행이 마련한 ‘2017 KB굿잡 우수기업 취업박람회’에는 인재를 구하려는 250개 중소기업 관계자들이 발을 구르고 있었다. 겉은 침착하나 속은 타들어 가고 있다는 뜻이다. 같은 시각 채용관 바깥 개막식 행사장에는 군복차림의 장병들과 교복차림의 학생들이 개막식장을 가득 메웠다. 졸업을 앞둔 학생들과 제대를 앞둔 장병들이 구직을 위해 행사장을 찾은 것이다.


그런데 이들은 왜 사람을 구하는 채용관 부스에서 취업상담을 하지 않고 개막식장을 서성이고 있었을까? 개막식 행사장에는 피겨여왕 김연아씨가 참석해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행사에 참석한 다른 VIP 소개에는 관심도 없다가도 김연아가 소개되자 일제히 함성을 질렀다. 이어 행사가 끝나고 김연아가 자리를 뜨자 이들도 우르르 뒤따라 나갔다. 교복과 군복 그리고 평상복 차림의 일반 구직자들이 뒤섞인 무리였다.
이들의 표정에는 장래에 대한 불안이나 일자리를 찾아야 한다는 절박감을 찾아볼 수 없었다. 물론 피겨스타 김연아가 떠나고 나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절박한 심정으로 일자리를 찾을지는 몰라도 그 순간은 구직자가 아닌 그냥 관람객에 불과했다.


반면 행사장 안쪽 구직자 부스에는 표정 자체가 달랐다. 엘리베이터 안전 점검업체인 D사는 현장에서 검사를 진행할 인력을 구하기 위해 부스를 열었다. 고졸이든 대졸이든 초임 2000만원에 10명 정도의 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특히 올 초부터 안전점검 자격보유자의 엘리베이터 검사 대수가 1인당 100대로 제한됨에 따라 인력보강이 시급한 상태다. 이들 신입 직원은 3년간의 현장 실무수습을 거쳐야 100대를 검사할 수 있는 점검자격(자체점검자)을 취득할 수 있다. 승강기 관련학과 출신은 1년 4개월의 실무수습 기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아니면 승강기 기능사자격증을 가졌거나 전기전자 기능사자격증을 가진 사람의 경우 각각 4개월, 6개월의 실무경력을 쌓고 일정한 교육을 이수하면 자체점검자 신분을 획득할 수 있는 구조다. 안전을 관리하는 분야기에 자격조건이 까다롭다. 그러나 신입사원들은 현장실습 도중에 부품을 옮기는 등 조금만 힘든 상황에 직면하면 그만두고 가는 게 요즘의 젊은 세태라고 이 회사 관계자는 푸념했다.


판교에 본사를 둔 D엔지니어링업체는 플랜트 설치를 관리할 인력 3~4명을 구하기 위해 부스를 열었다. 대졸 초임 2000만원에 기계과 또는 기계설계과 인력을 구하고 있었다. 25명의 인원으로 구성된 중소기업으로 대형 플랜트 가운데 일부분을 설계 또는 설치하는 업체다. 회사 관계자는 이 분야에서 경쟁력 있는 인력은 대기업으로 갔고 나머지 고만고만한 인력들 가운데서 양질을 찾기 위해 부스를 열었다고 말했다. 새 식구가 될 조건은 아무것도 필요 없고 “일할 열정만 있으면 된다”고 했다. 일에 대한 열성이 부족한 세태를 꼬집는 말이었다.


반도체 장비 및 소재 생산업체인 O사는 대졸 초임 연봉 2600만~2800만원의 현장 생산직 10명을 구하기 위해 부스를 열었다. 전체 인원은 70여명으로 생산직과 사무직이 반반으로 나뉘어져 있다. O사 경영지원실 관계자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단지 오래도록 같이 근무할 인재가 나타나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인 부스에 있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실업자는 100만명이 넘는다는데 인력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라고 입을 모았다. 더욱 난감한 것은 “기껏 구해 두어도 며칠 안 다니고 그만두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넋두리했다.
그도 그럴 것이 요즘 세차장 ‘알바’가 1시간당 1만원. 한달에 20~23일 일하고 200만원 가량 벌어서 해외 여행 등으로 쓰고 다시 알바를 뛰는 젊은이들이 의외로 많다. 이들은 출퇴근과 조직문화에 얽매여 사는 것보다 자유분방하게 여가를 만끽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인식하고 있다.
물론 양질의 인재는 이미 대기업이나 공기업 등 양질의 일자리를 꿰차고 있다. 양질의 일자리에 근접하지 못하는 ‘차상위 인재들’과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지 못하는 ‘차상위 중소기업’의 공통적인 애로사항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한 관계자는 “일부 젊은이들의 직업관이 이렇게 바뀌어가고 있다”고 전제하고 “우리 기성세대는 이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어떤 일자리를 제공해 줘야할지 같이 풀어야 할 시대적 숙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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