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경제신문 조관규 기자] 한 개의 터널을 상하로 나눠 활용하는 복층터널 시공이 가시화되고 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원장 이태식)은 2019년까지 세계 최초의 네트워크형 복층터널 건설기술 확보를 목표로 기술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복층터널 관련 기술수준은 선진국 대비 60% 이하로 평가되고 있다.
국내의 경우 아직까지 복층터널 시공사례가 전무하다.
해외의 경우에도 프랑스 A86, 일본 Ome터널, 중국 Fuxing터널, 말레이시아 SMART터널 등 단일노선 형태의 복층터널만 운용 중에 있다.


이에 따라 국토교통부와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지난 2015년부터 네트워크형 복층터널에 대한 기술개발에 나선 것이다.
건설연이 주관 연구기관으로, 업계에서 (주)홍지(대표 김태균)를 비롯해 롯데건설, 포스코건설, 삼보기술단 등과 학계에서 경희대, 한서대 등 총 36개 산학연 기관들이 참여하고 있다.


우선 이 기술이 개발되면 네트워크형 복층터널은 활용 범위와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세계적으로도 도심지 교통정체 해소 및 환경개선(지상 녹지공간 확보)을 위한 지하 공간의 활용은 꾸준히 연구되고 있다.
특히 전용면적과 공사비 절감 등 공간 활용 극대화 방안의 하나로 복층터널은 가장 각광받고 있는 기술이다.
양방향 노선을 하나의 터널로 시공함으로써 공간 활용을 최적화할 수 있으며, 말레이시아의 SMART(도로와 수로 겸용)와 같이 다목적 활용도 가능하다.


건설연은 단일노선만 건설할 수 있는 외국의 기존 복층터널 기술과 달리 분·합류부 및 교차로 시공까지 가능한 ‘네트워크형 복층터널’ 기술로 차별화한다는 복안이다.
네트워크형 복층터널 기술에 주목하는 이유는 앞으로 정부와 서울시 등이 추진 중인 대심도 지하도로사업에 필요한 독자적 원천기술 확보 때문이다.
이들 프로젝트가 본격화될 경우 외국 기술 수입에 따른 로열티 등 예산부담을 절감할 수 있다.


네트워크형 복층터널의 핵심은 (주)홍지가 맡고 있는 ‘중간 슬래브’의 설계 및 시공 기술이다.
중간 슬래브란 터널을 상하부로 나누는 바닥판 형태의 구조물이다.
이 구조물을 경계로 터널 하부는 수로 혹은 지하철로 활용하고, 상부에는 차량 통행이 가능하게 된다.
한 개의 터널을 상하부로 분리하는 중간 슬래브라는 구조물은 차량의 무게를 견딜 만큼 튼튼해야 한다.
중간 슬래브가 적정 하중을 견딜 수 있는지를 검증하는 실험을 ‘정적 재하실험’이라고 한다.
또 차량이 지나가면 진동을 일어나기 때문에 구조물에 피로가 축적된다.
일정 시간동안 200만번 이상의 차량 진동을 가해 이에 대한 피로도를 견딜 수 있는지를 실험하는 것을 ‘동적 피로 재하실험’이라고 한다.


토목 구조물 연구개발 및 시공업체인 (주)홍지의 중간 슬래브 구조물은 최근 국가공인 시험기관인 명지대 하이브리드 구조실험센터에서 실물모형실험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구조적인 검증을 완료했다.
정적 재하실험과 동적 피로 재하실험을 모두 통과해 중간 슬래브 시공가능업체로 공인받은 셈이다.     
(주)홍지의 이두성 연구소장은 “이로써 홍지가 국내 유일의 중간 슬래브 시공가능업체로 검증된 것”이라고 밝혔다.


복층터널 시공의 핵심은 중간 슬래브 시공 기술을 어떻게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었다.
특히 이 분야의 독자기술을 가진 국가는 많지 않다.
전 세계적으로 미국, 일본, 프랑스 등 건설 선진국을 중심으로 6~7개국에 불과한 실정이다.
워낙 중요한 핵심기술이기에 대외적으로 전혀 공개되지 않고 있다.
건설연이 추진 중인 이번 프로젝트의 성패는 ‘중간 슬래브’ 기술을 성공적으로 확보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같은 핵심기술에 (주)홍지가 큰 획을 긋는 첫발을 내딛은 것이다.


나아가 건설연은 더욱 경제적이고 안정적인 설계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건설연은 특히 △네트워크형 복층터널의 환기설계 기술 △복층터널에서 발생되는 오염물질의 지상배출 최소화 기술 △중간 슬래브 내화기술 등을 핵심기술로 선정해 대심도 터널의 안정성 확보 및 터널 내외부의 환경문제에 대해서도 연구 중이다.
오는 2019년까지 기술개발 과정이 순조롭게 이뤄진다면 복층터널의 가장 핵심인 중간 슬래브의 시공 기술에다 인접 구조물에 대한 안정성 기술까지 확보하게 된다.
이를 통해 안전하고 신속한 시공도 가능해져 전 세계적으로 시공사례가 없는 네트워크형 복층터널 구축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연구를 이끌고 있는 건설연 김창용 연구위원(연구단 단장)은 “향후 더욱 진화된 기술개발이 완료되면 복층터널 공사비의 15% 이상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외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복층터널 핵심기술을 확보함으로써 우리 기업의 해외 수주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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