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 전성시대다. 주위를 둘러보면 해외여행 한 번 안 가 본 사람이 없고 불경기다 뭐다 해도 우리 국민이 해외에서 사용한 금액은 매년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남들 다 가는 데 나도 한 번 나가야지 하고 여행경비를 따져보면 부담이 되는 게 사실이다. 물론 경제적 여유가 있어 경비 걱정 없이 갈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어디에서 한 푼이라도 아낄 수 있을 까 여행경비 리스트를 체크하고 또 체크한다.


사람들의 눈이 제일 먼저 가는 게 항공권이다. 유럽이나 미국처럼 10시간 이상 가야 하는 곳은 친절한 기내 서비스와 안락한 좌석이 필수겠지만 일본이나 중국처럼 1~2시간이면 도착하는 곳은 조금 불편해도, 조금 좁아도 참을 수 있다는 생각에 저가항공사로 눈을 돌린다. 조금만 품을 팔면 절반 이하 가격으로 항공권을 손에 넣을 수 있으니 경비를 절약할 수 있다.


그러나 여행 후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다음부터는 저가항공사를 타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저가항공사니까 서비스에 대한 기대는 크지 않았다. 좁은 좌석에 내 몸을 구겨 넣어야 해도 적은 돈을 냈으니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내 짐이 없어졌는데 약관을 들이대며 항공사는 보상해줄 수 없다고 하는 대목에서 분노가 치민다. 나는 피해를 입었는데 책임지지 않겠다고 억지를 부리는 것이다. 남의 물건을 맡았다가 잃어버리거나 망가뜨리면 보상해주는 게 상식 아닌가.


공정거래위원회도 이건 잘못됐다고 보고 지난해 3월 제주항공에 수하물 파손·분실 등에 대한 면책 약관 조항을 시정토록 했다. 이후 진에어와 티웨이항공도 해당 조항을 자진 삭제했다. 그런데도 이스타항공과 에어부산은 남 일이란 듯이 면책 조항을 그대로 남겨두고 승객의 수하물 파손·분실에 대해 책임지려 하지 않다가 공정위가 지난 2월 직권조사에 들어가자 그제야 부랴부랴 면책 조항을 삭제하고 시정된 수하물 배상 관련 약관을 사용하고 있다. 서비스 정신, 책임 정신이 아니라 등 떠밀려서 마지못해 보상해주겠다는 것이다.


저가항공업계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더 이상 저렴한 가격만으로 승부하는 시대는 지났다. ‘싼 게 비지떡이니 감안하고 타세요’라며 배짱부릴 것이 아니라면, 또 이용하고 싶은 생각이 들게 해야 한다. 거창한 서비스는 못하더라도 승객이 짐이 사라질까하는 걱정은 안하게 해야 하는 것이다. 어떤 이는 우스갯소리로 일본 저가항공사 피치항공의 이름에 빗대 “저가항공사는 피치 못할 때만 타는 것”이라고 했다. 어쩔 수 없어 탔다는 말을 더 이상 듣지 않도록 저가항공사는 승객의 귀한 소지품을 책임져주는 자발적인 서비스 정신을 갖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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