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근로자에게 막걸리와 담배가 없으면, 힘든 현장을 어떻게 견뎌나갈까?”
담뱃값이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담배는 여전히 서민층 건설근로자들의 기호품이다.
그러나 최근 유통기한 지난 담배가 버젓이 유통되고 있어 흡연층 서민을 울리고 있다.
27일 김포한강신도시 건설현장에서 노동일을 하는 A씨(45)는 김포의 한 편의점에서 담배를 구입했다가 맛이 이상해 살펴보니 지난 2013년 7월 20일 제조된 담배임을 알게 됐다.
A씨는 이날 노임을 받고 기분이 좋아 모처럼 6000원짜리 고급담배를 구입했다가 이 같은 낭패를 당했다.
담배에 제조일자가 새겨져 있는지 몰랐던 A씨는 담배에 누릇누릇한 반점이 있고 맛이 이상해 알아보니 2년전에 제조된 담배라는 것.


어떻게 2013년산 담배가 유통될까?
담뱃값이 인상된 올해 초에도 서민 흡연층은 지난해 제조된 2500원짜리 담배를 2000원 오른 4500원에 울며겨자먹기로 사 피웠다.
정책 시행부처가 소비자 편익보다는 생산자와 유통자의 편익을 우선 고려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담뱃값 인상은 시행 4개월 전인 지난해 9월 12일에 이미 예고된 상황.
당시 기획재정부에서는 매점매석 고시를 통해 제조업체를 비롯한 도소매인이 담배를 매점매석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고시했다.
문제는 2015년 1월 1일부터라는 날짜를 인상시점으로 삼았다는 게 정책의 허점이다.
생산자 유통자 그리고 정책 결정자만 편했을 뿐, 정작 소비자인 국민은 불편을 겪고 있다.

 

2015년도에 제조된 담배부터 인상된 가격을 적용한다는 정책을 시행했더라면 흡연층 서민이 편익을 받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사재기 또한 유통업체에서는 의미가 없어지며, 흡연층 실수요자들만이 제한된 사재기를 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담배 포장에 제조일자가 낱낱이 새겨져 있는데도 가격인상을 일괄 적용하는 우를 범했다.
이 때문에 유통업체는 종전대로 공급을 받고도 제한적으로 판매, 사재기가 가능해진 것이다.
2013년산 담배가 아직도 편의점에서 유통되고 있는 이유이다.
반대로 사재기 여력이 부족한 영세 소매점에서는 ‘곰팡이 담배’를 구입한 사례가 발견되지 않고 있다.
변질된 담배의 유통은 정책 허점의 틈을 노린 KT&G와 대형 유통업체가 빚어낸 합작품이라는 반증이다.   


담배에 유통기한이 있나?
KT&G 홍보팀 관계자는 “담배에 법적으로 표기되는 유통기한은 없으나 맛과 향기 등을 감안 통상 1년을 유통기한으로 본다”면서 “1년 이상 판매되지 않은 제품은 교환해주니 문제될 것 없다”고 말했다.

KT&G 측은 1년이 지난 제품은 교환해 준다고 말하고 있으나 이 또한 유통업자만 배려할 뿐, 소비자 입장에서는 구입해 뜯어 피우던 담배를 반품한다는 것은 정서적으로 불가능하다. 
이와 함께 사재기의 결과물일 소지가 있는 경우에는 교환이 아니라 오히려 관계당국에 신고해 유통경로를 밝혀내야 마땅하다.

 

2년 묵은 담배가 시중에 유통되는 것을 두고 세간에서는 “대형 유통업체의 사재기를 묵인한 정책 당국과 KT&G와 유통업체의 유착이 빚어낸 ‘공동범행’”이라고 질타하고 있다.
이에 대해 KT&G 관계자는 “생산자 실명제로 품질관리에 최선을 다하고 있으나, 유통업체에서 재고품을 풀어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며 “다만 1년이 경과한 제품은 교환해 줄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서민층 기호품인 담뱃값 인상으로 올 상반기까지 거둬들인 담배세금(국민건강증진부담금 포함)은 4조3700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3조1600억원보다 1조2100억원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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