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주기관의 우월적 지위를 남용한 ‘갑의 횡포’가 세상에 알려졌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한국수자원공사(K-water)의 부당한 공사비 감액 사실을 적발하고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을 부과했다.
지난해 말 한국가스공사, 한국전력공사, 코레일, 한국도로공사에 이어 또 다시 공기업이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공사비를 후려친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이들 공기업은 설계변경 적용단가를 재조정하거나 예정가격 작성 때 착오가 있다는 이유 등을 내세우며 건설사에 지급해야할 공사비를 깎았다.
이 과정에서 일부 공기업은 이미 지급한 공사비까지 회수했다.

LH는 설계변경 방침을 확정할 때 건설사와 협의를 거쳐 단가를 정해놓고도 계약체결 과정에서 부당한 이유로 적용단가를 낮게 조정하거나 자체 종합감사를 통해 지난 2010년부터 3년간 협력사에게 공사비 51건 48억9500만원을 지급하지 않았다.


K-water는 턴키와 최저가낙찰제 대상공사에서 부당한 기준을 적용하며 9건 10억원의 공사비를 삭감했다.
또 가스공사는 협력사의 귀책사유가 없음에도 설계변경이 부적절했다며 9억3200만원(6건)을, 코레일과 한전은 예정가격 작성에 착오가 있었다며 각각 1억5400만원(37건), 9200만원(80건)을 감액 또는 회수했다.
도공은 공사비는 깎지 않았지만 고속도로 건설공사 휴지기간 동안 협력사에게 공사현장의 유지관리를 맡기면서도 이에 대한 비용은 일절 청구하지 못하도록 했다.


거대 공기업의 부당한 ‘갑의 횡포’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공기업이 예산절감을 위해 공사 계약을 체결할 때 부당특약이나 부당 내부지침 등을 운영해 왔다는 것도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공정위 적발 이전에도 부당하고 불공정한 거래 관행은 존재했었다.
이 때문에 건설업계는 지속적으로 개선을 요구해 왔고 그 때마다 공기업은 규제 철폐와 운영시스템 개선 등을 약속하며 해결을 모색하는 것처럼 제스처를 취해왔다.
그러나 이번 공정위 적발에서 알 수 있듯, 거대 공기업의 횡포는 아직까지 사라지지 않고 있다.


더욱이 6개 공기업은 공사비를 깎아 아낀 돈을 제 식구 배불리기에 사용했다.
이들은 수의계약 등을 통해 계열사와 퇴직자가 재직하는 업체에 적게는 수십억원, 많게는 수천억원대의 일감을 몰아줬다.
계열사 부당 지원을 위해 상생발전을 도모해야 할 협력사의 등골을 빼먹은 것이다.
공기업이 공사비를 적게 주면 공사를 맡은 대형 건설사가 하도급업체에게 공사비를 적게 지급하는 또 다른 불공정 행위로 이어질 수 있다.


올 초 정재찬 공정위원장은 신년사를 통해 공기업의 불공정 행위에 대한 감시를 확대하고 위법행위가 있으면 엄중 제재하겠다고 천명했다.
공정위의 감시 확대로 앞으로 공기업의 불공정한 관행이 사라질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건설산업에서 올바른 계약문화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공기업이 먼저 솔선수범해야 한다는 것이다.

 

2015년 1월 15일
송경남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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