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건설협회가 맡고 있는 시공능력평가 업무가 제3의 기관으로 이관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와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한 달간 건설협회에 대한 정밀 감사를 실시한 감사원은 우선 건설협회의 시공능력평가 업무부터 문제 삼았다.

 

시평 문제는 감사원이 국토부 위수탁 업무에 대한 적정성 감사를 실시하기 이전부터 나오고 있었으나 감사원의 이번 감사결과가 쐐기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감사원의 이 같은 잠정결론은 그동안 시평업무를 맡아왔던 건설협회의 업무역량이 국토교통부의 기대에 못 미치고 있는데 따른 필연적 조치로 무사안일한 건협이 자초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시평업무의 강제 환수 작업이 실행에 옮겨질 경우 건설협회의 위상은 크게 약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여기에다 건협이 맡고 있는 다른 위수탁 업무에 대한 환수조치도 뒤따를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건협의 존립 자체에 큰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감사원은 특히 시평을 맡길 제3의 기관으로는 국토부 산하 건설산업정보센터를 지목하고 있다.
시평업무의 타기관 위탁은 상당부분 구체화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는 대목이다.
건설산업정보센터는 지난 2009년 설립돼 그동안 국토연구원에서 관리해오던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KISCON)을 운영하며 건설산업에 대한 다양한 데이터베이스 구축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건설산업정보센터는 연구원 등 15명의 인원으로 구성돼 있어 95명의 임직원으로 구성된 건설협회에 비해 소규모 조직이다.


이 때문에 건설산업정보센터가 현재의 슬림한 조직으로 전체 건설사의 방대한 공사실적 건수를 처리할 수 있느냐하는 것이 관건이다.
실제로 지난해 시평건수는 1만921개사 종합건설사를 대상으로 건협에서 11만1718건 △3만7041개 전문건설사를 대상으로 전문건설협회에서 50만4052건 △6600개 설비건설사를 대상으로 설비건설협회에서 16만760건 △4705개 시설물유지관리업체를 대상으로 시설물유지관리협회에서 6만6470건의 시평업무를 수행했다.
이 같은 공사실적의 방대함을 근거로 건설협회를 비롯한 전문건설협회, 설비건설협회, 시설물유지관리협회 등 4개 협회에서는 일제히 시평업무의 제3기관 이관은 불가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4개 협회가 공히 이 같은 명분을 내세우며 한 목소리를 내고 있으나 현실적인 속내는 회원사에 대한 영향력 상실을 우려하고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 전문과 설비 등 방대하고 세세한 부분은 그대로 두고, 문제의 진원지가 된 건설협회의 시평업무부터 개선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우선 빌미를 제공한 종합건설사에 대한 시평업무를 건설산업정보센터에 이관해 운영하면서 개선 및 보완책을 마련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특히 건협을 지칭해 “큰집 잘못으로 작은집까지 날벼락을 맞는 결과가 초래됐다”며 “시평업무뿐만 아니라 협회를 방만하게 운영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할 때”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와 함께 대한민국이 해방이후 전란을 겪으면서도 세계 10대 경제대국으로 성장하는 데는 건설과 무역이 일등공신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무역협회는 경제5단체에 포함된 반면, 건설단체총연합회를 아우르는 건설협회는 오늘의 모습에 머물러 있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터져나오고 있다.
실제로 무역협회는 경제5단체로 장관 출신이 협회장으로 초빙되는 곳으로 성장했으나, 건설협회는 자중지란에다 구성원의 작은 이익 챙기기에 급급해하다 외부로부터 철퇴를 맞는 신세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4개 협회 산하 업체는 조만간 있을 감사원의 감사보고서 발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오로지 문제의 핵심만 도려내고 혐의 없는 3개 협회는 무사하기를 바란다”며 “큰집 잘못으로 작은집까지 타격받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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