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정부 재정투자에서 3대 분야에 들었던 SOC 부문이 교육, 국방, 복지 부문 다음 순위로 밀려난 지가 제법 됐다. 개발입국의 발전지향 시대에는 도로 등 SOC 산업의 비중이 클 수밖에 없지만, 지속가능성과 삶의 질을 중심으로 하는 복지지향 시대에는 투자 재원의 제약으로 비중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사회 발전 단계상 우리나라 SOC는 산업상 비중보다 사회기반시설 본래의 기능 외에 SOC와 관련된 복합적 서비스 기능을 더 요구받을 것으로 보인다. 본 고에서는 SOC 중에서 대표적인 시설인 도로에 대해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변화와 그에 대한 대응 방향을 살펴보았다.


첫째, ‘시설 공급자 중심’에서 ‘이용자 중심’으로의 변화 요구이다. 종래에 도로 건설사업을 추진하는 발주자(공무원)와 시공사가 도로의 가나다를 결정하고 이용자는 그 시설을 이용하는 방식이었다면, 이제는 이용자가 도로를 이용하면서 어떤 서비스를 요구하는지 귀를 기울여 그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기존 도로는 당시 기준에 맞게 건설됐다 하더라도 이용자 관점에서 보면 불안하고 불편할 수 있다. 공급자가 아닌 이용자 편에서 안전성과 불편함을 개선하고 구조적 개선이 어려운 경우 안내와 지원 서비스를 통해 안전하고 편리한 도로 이용을 도모해야 한다.


이러한 서비스는 첨단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유리하다. 자율주행 도로 개념이 그것인데, 고속 군집주행이 가능한 스마트 자율주행과 위험상황 자동 회피 등 안전운전 지원 시스템이 구현되고 도로도 똑똑하게 반응해 차량, 운전자, 인프라가 모두 완전 자율주행이 가능하게 된다. 이를 위해 1990년대 후반부터 미국에서는 자동 도로시스템(Automatic Highway System)을, 일본에서는 첨단 순항지원 도로시스템(Advanced Cruise-Assist Highway System)을 각각 검토해 왔다. 미국은 자동 군집주행을 통해서 안전한 최대 통과 교통량을 추구했고, 일본은 현실 도로에서 안전운전 지원체계를 잘 확보해 안전한 교통 흐름을 극대화하는 쪽에 초점을 두고 있다. 유럽은 이 두 접근을 합하여 텔레마틱스를 통한 도로 및 교통 서비스를 개발, 이용자에게 제공하는 방식으로 추진해 오고 있다.


둘째, ‘일회성 제조업’에서 ‘서비스 산업’으로의 변화 요구인데, 도로라는 시설을 공급하기 위한 일회성 제조업에서 이용자가 요구하는 것을 제공하기 위한 서비스 산업으로 산업의 초점이 바뀌고 있다. 출발지에서 목적지로 신속하게 이동하는 전통적인 도로 기능에서 진화해 좀 더 안전하고 스마트하게 운전자를 안내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내비게이션, 위험 안내 등)을 비롯해 경관도로 및 아름다운 길 100선, 벚꽃길 등과 같이 도로를 관광상품의 랜드마크로 활용하거나 연계하는 복합 상품 서비스화하는 것은 변화의 시작으로 읽힌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의 도로를 다른 서비스 산업의 시각에서 살펴보고 그러한 산업과 연계한 복합 서비스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 경관이 아름다운 도로에서 몸과 마음이 재충전되는 힐링로드, 아름다운 청춘남녀를 위한 견우직녀길, 결혼 25주년이면 가보아야 할 길(은혼길)과 서비스 등 얼마든지 도로를 서비스 상품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셋째, 이러한 이용자와 서비스 중심의 도로가 되기 위해 인프라 자체는 그 기능을 더 잘 할 수 있어야 하고, 그러한 이용자 서비스가 가능한 기능을 갖추어야 한다는 점이다. 다양한 이용자 서비스를 감당하기 위해 앞으로는 인프라 자체가 △지속가능하고 유지관리비용이 적게 들어야 하며 △환경 친화적이어야 하고 △다기능, 다용도로 쓸 수 있어야 한다. 최근에는 스마트 인프라의 개념에서 좀 더 진화한 사물기반 통신(IoT, Internet of Things : 모든 사물이 인체의 신경처럼 연결되는 지구 신경망시스템)형의 인프라 개념이 대두되고 있는데, 이 개념은 인프라 스스로가 자신의 상태를 진단하고 관리자와 교신하며 자가 치유하는 인프라로 기존 스마트 인프라보다 더 똑똑해진 인프라를 추구한다.


앞으로의 인프라가 이러한 기능을 갖추기 위해서는 현재의 인프라도 기본 성능을 확보하면서 요구 기능을 점차로 확보해가야 하며, 수명주기에 이른 인프라의 재건설 과정에서도 이러한 기능을 적극적으로 확보해가야 한다. 수명주기에 이른 미국의 고속도로시스템에 대한 재건설 시기와 방법, 기능 보강 등에 대한 구체적인 고민을 미룬 결과가 오늘날 미국의 인프라 낙후를 불러온 주요 원인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미래 인프라에 요구되는 기능과 서비스가 무엇인지 체계적으로 고민하고 그에 상응하는 서비스를 확보하기 위한 연구개발과 시범 구현, 실제 인프라 적용에 이르는 일련의 지속적인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조만간 우리가 사는 사회의 기반과 그에 따른 활동은 활력을 잃게 될 것임에 유의해야 한다.

 

2014년 5월 19일

한국건설기술연구원 SOC성능연구소 박영환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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