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 기반 유라시아경제권 가시화

미연결구간 해소·현대화 등 남북한 철도 정비 과제

 

사상 최대 규모의 유라시아경제권이 철도를 타고 성큼 다가오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유라시아경제권은 전세계 경제권 중 규모가 사상 최대다.
EU(유럽연합)나 NAFTA(북아메리카자유무역협정)에 비해 인구는 5배, 경제규모는 2배 수준이다.
EU의 인구 규모는 5억1000만 명, GDP는 14조6000억 달러다.
NAFTA는 인구 4억7000만 명에 GDP는 16조5000억 달러다.

이에 비해 유라시아경제권은 인구 24억3000만 명에 GDP는 27조8000억 달러에 이른다.

 

유라시아를 하나의 대륙으로 연결하는 중심에는 실크로드 익스프레스(SRX)가 있다.
SRX는 철도 중심의 국제복합수송망을 뜻한다.
SRX가 갖춰질 경우 물류와 교통, 에너지 인프라의 단일 시장이 형성되고 유라시아가 세계 성장엔진으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 정부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동북아평협력 구상을 가능케 하는 동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유라시아경제권의 관문 역할을 할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은 SRX로 대륙과 직접 연결되는 이점이 있다.
여기에다 해양을 아우르는 지경학적 이점을 지녀 SRX가 가시화할 경우 부산항은 세계적인 허브항만으로 성장이 예상된다.

SRX는 저성장시대에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충하는 역할도 기대된다.
월드뱅크에 따르면 몽골과 벨라루스 등 TSR(시베리아횡단열차) 경유 국가의 경우 지난 2000년부터 2012년까지 2.9∼6.7%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카자흐스탄과 주즈베키스탄 등 TCR(중국횡단열차) 경유 국가의 경우 연간 3.8∼8.5%의 성장률을 보였다.

 

기업의 생산성 또한 획기적으로 제고될 것으로 보인다.
부산에서 모스크바까지 컨테이너를 수송한다고 가정했을 때 해운은 48일 걸리지만 TSR은 21∼23일이면 충분하다.

반면 EU나 북미, 남미의 경우 같은 기간 2.6%, 1.8%, 3.1%의 성장률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이처럼 SRX가 세계 경제의 판도를 바꾸는 힘을 가진 반면 극복해야 할 과제도 만만찮다.
SRX 실현을 위해 해결해야 하는 과제는 △대륙철도 운영 효율화 △남북한 철도 연결과 남북한 지역 철도 정비 △북한리스크 해소 등이다.

대륙철도 운영 효율화의 경우 물류 또는 승객이 국경을 넘을 때 통관절차를 개선해야 하고 표준궤와 광궤의 차이 극복이 필요하다.

 

남북한 철도 연결과 남북한 지역 철도 정비도 시급한 과제다.
남북한 철도 연결은 경의선과 경원선, 동해선 등이 가능하지만 남한 철도여건에서 SRX 실현은 거의 불가능한 것으로 평가된다.
경부선 서울∼시흥, 경의선 서울∼수색 구간은 선로용량이 한계에 도달한 상황이다.
현 상태로도 열차를 더 이상 투입할 수 없어 남북한 철도가 연결되더라도 병목현상이 예상된다.

동해선의 경우 부산항을 출발해 강릉까지 전철 연결 공사가 시행되고 있으나 강릉과 제진까지는 미연결 구간이다.
즉 동해선을 통해서는 북한과 철도로 직접 연결될 수 없는 상황이다.

 

북한의 철도사정도 여의치 않다.
시설낙후와 안전을 위한 저속 운행 등 선결 과제가 많다.

국회 유라시아철도 추진위원회(위원장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심재철 의원)는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2월 정책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 세미나에서 한국교통연구원 철도정책기술본부 이제훈 본부장은 “SRX 철도망 구축계획 수립과 철도사업 타당성평가 제도 개선, SRX 관련 북한철도 현대화방안 수립 SRX 관련 북한철도 현대화방안을 수립, SRX 실현 전담조직 구성, SRX 실현 로드맵 수립 등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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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연, 궤간가변 고속대차 개발 성공

국경통과시 환승 없이 바로 통과… 장거리 고속운행에 적합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은 지난달 러시아 철도의 광궤와 한국철도의 표준 궤도를 모두 달릴 수 있는 궤간가변 고속대차 개발에 성공했다.
한국철도가 북한을 통과해 러시아로 운행할 경우 철도 궤도의 폭이 다르기 때문에 러시아 국경에서 환승이나 환적이 필요했다.
한국·중국·유럽 철도는 열차 궤도 폭이 1435㎜이지만 러시아철도는 궤도 폭이 1520㎜로 궤도 폭이 85㎜의 차이가 나 유라시아 철도사업에 장애로 작용해 왔다.

 

철도연이 개발한 궤간가변 고속대차를 적용하면 한국에서 출발한 열차가 환승이나 환적, 또는 열차바퀴 교환 없이 바로 통과해 유럽까지 달릴 수 있게 된다.

기존에는 철도 궤도의 폭이 다른 광궤도와 표준궤도의 차이를 해결하기 위해 환적·환승이나 열차바퀴를 교환해야 했다.
이에 따라 국경 통과 정체, 승객 불편, 환적을 위한 각종 인프라 비용과 인건비 등으로 철도 운행과 국경 활성화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철도연이 개발한 궤간가변 고속대차는 시속 200㎞대의 고속주행이 가능하다.
궤간의 차이가 발생한 지점에서 열차가 멈추지 않고 시속 10∼30㎞의 속도로 운행할 수 있다.
또 위험 화물의 대량수송에도 적합해 향후 동북아 지역의 화물 운송에 많은 수요가 예상된다.

철도연의 궤간가변 고속대차는 남북철도 운행과 장거리, 혹한기 등 동북아지역의 운행 환경을 고려해 개발됐다.
유럽에서 쓰이고 있는 궤간가변 대차와 비교해 고속화, 장거리 운행, 유지 보수, 추위를 견디는 내한성 면에서 우수한 것으로 평가된다.

 

유럽의 폴란드 제품(SUW 2000)과 비교했을 때 궤간가변장치의 핵심부품인 잠금장치의 무게를 최대 40% 줄였다.
또 부품수는 절반으로 줄여 고속화와 장거리운행, 유지 보수성을 대폭 향상시켰다.

궤간가변열차를 운행하는 유럽 국가는 폴란드∼리투아니아(화물·여객)와 스페인∼프랑스(여객)다.

새로 개발된 궤간가변 고속대차는 280㎞/h 동특성시험에 성공했고 동북아 혹한기 운영에 대비한 영하 80℃의 극한 환경에서 부품 피로시험과 충격시험을 통과했다.

 

철도연은 향후 세계철도연맹 기준으로 500회 궤간변경 및 10만㎞ 실제 주행을 진행한 이후 실용화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남북 및 동북아철도 연계시 두만강~하산과 중국~러시아 국경역에서 시범운행을 하고 양자 및 다자협력을 통해 유럽처럼 궤간가변 철도운송체계를 활성화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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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로템, 해외에서 철도 금맥 캔다

글로벌 철도 신시장 확대… 브라질·우크라이나 등 진출 확대

 

철도차량부문 국내 최대 기업인 현대로템은 세계적 수준의 차량제작 노하우를 바탕으로 해외시장에 적극 진출하고 있다.
“도전은 허무맹랑한 일도 이뤄낼 만큼 새롭고 과감해야 하며 바로 지금이 무한 도전을 감행할 때다.”
지난해 7월 1일 ‘비전 2020 선포식’에서 한규환 현대로템 부회장이 한 말이다.
현대로템이 세계시장에서 글로벌 선진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도 이런 도전정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무한 도전으로 글로벌 철도 신시장 ‘접수중’= 지난 2003년 11월은 현대로템에게는 브라질 진출의 시동이 걸린 때로 기록된다.
500억원 규모의 사우바도르 지하철 1호선에 투입될 전동차 24량을 수주한 것.
지난 1990년대 중반부터 수차례 시장 진입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고배를 들어야만 했던 브라질에 첫 발을 내딛는 순간이었다.
이후 2004년 3월에는 리오데 자네이루 주 정부로부터 센트랄시에 투입될 900억 원 규모의 전동차 80량을 수주했다.
사우바도르 지하철 1호선의 계약시기는 지난 2003년 11월이지만 계약발효시점은 2006년이어서 사실상 브라질에 현대로템의 전동차가 달리기 시작한 것은 리오 데 자네이루의 센트랄 전동차가 처음이다.

센트랄 전동차 입찰 당시 현대로템은 경쟁사 및 시행청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 영업활동에 난항을 겪어야 했다.
불과 4개월 전 살바도르시 수주를 했지만 시행청이 다른 데다 강력한 경쟁자인 프랑스 알스톰사가 입찰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져 인지도가 낮은 현대로템의 수주 가능성은 희박해 보였다.

그러나 현대로템은 브라질 현지에 철도 영업전문 별도 조직을 보유한 일본 미쯔이물산과 제휴를 맺고 관련 정보를 수집, 시행청 표심잡기에 공을 들였다.
경쟁사에 우호적인 시행청 및 관련기관 주요 인사들을 한국으로 초청해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 부산국제철도 및 물류산업전을 관람토록 하는 등 한국과 우리의 철도기술력을 소개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이 사업 수주가 성공적인 수출사례로 평가받는 이유는 경쟁사와의 정보전에서 승리했기 때문이다.
현대로템은 치밀한 가격 분석을 통한 최적의 투찰가를 산정하고 경쟁력 있는 현지 부품업체를 발굴해 내는 등 빈틈없는 입찰전략을 세웠다.
결국 본 입찰 마감과 동시에 이뤄진 가격 개봉에서 현대로템은 투찰 가격에서 우위를 확보하면서 무모하다는 외부 평가를 뒤엎고 당당히 수주에 성공했다.

 

불모지에서 금맥 캐는 현대로템= 사우바도르시 메트로 1호선과 센트랄 전동차를 필두로 현대로템은 지난 10년간 브라질 내 3대 주요도시, 4개 운영사로부터 9000억 원 규모 총 518량을 수주 및 납품했다.
특히 남미 최초의 민자 철도사업으로 건설된 상파울로시 메트로4호선의 무인운전 전동차 차량 84량은 지난 2010년 5월 상업운전 시작 이후 우수한 차량 성능으로 상파울로 주정부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일일 승객 평균 78만명을 수송함으로써 국제 철도시장에서 무인전동차도 철도대중교통의 근간을 담당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현대로템은 이러한 평가를 바탕으로 지난해 11월에는 앞서 납품한 상파울로 메트로 4호선 2단계 사업의 무인운전 차량 90량을 수주한 데 이어 올 6월 상파울루 교외선 운영사인 상파울로 광역교통공사(CPTM)로부터는 240량을 신규 수주했다.

이같은 도전정신은 지금도 해외 시장에서 계속되고 있다.
유라시아 철도로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러시아 시장을 포함한 CIS지역을 비롯해 중남미 지역 등으로 영역을 확대해 나가는 중이다.
특히 브라질과 같은 사회간접자본 시설이 낙후된 지역에서 금맥을 캐내겠다는 복안이다.
브라질의 경우 2000년대 들어 상파울루, 리오 데 자네이루, 사우바도르 등 주요 도시가 앞다퉈 철도관련 투자를 확충하고 있다.
특히 브라질은 올해 월드컵과 오는 2016년 하계올림픽을 앞두고 철도와 교통 등 사회간접자본 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될 예정이다.

현대로템의 성가는 동계 올림픽 등 국제행사가 열리는 국가에서 더욱 빛나는 독특한 특징을 갖고 있다.

지난 2010년 12월 수주한 우크라이나 전동차사업은 지난 2012년 6월에 개최된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12)을 앞두고 진행됐다.
‘우크라이나 특급’으로 명명된 현대로템의 전동차사업은 대회가 열리는 우크라이나 4개 도시를 연결하는 노선에 투입돼 축구팬 등 승객 수송 역할을 담당했다.
또 브라질의 센트랄 전동차 역시 지난 2007년 7월 개최된 아메리카 대륙 최대 스포츠 행사인 판 아메리카 대회를 상징하는 홍보물을 부착한 채 운행노선에 투입된 바 있다.

또 지난 2009년 개통한 캐나다 밴쿠버 무인 전동차도 2010년 동계 올림픽에 대비해 납품돼 세계인의 주목을 끌었고 당시 시행청은 이례적으로 현대로템에 조기납품에 대한 감사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사업영역을 다각화함으로써 성장기반을 다지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는 현대로템은 E&M, O&M 분야에서 인도, 중국, 필리핀 등 아시아권과 우크라이나, 카자흐스탄 등 CIS 국가 등 엔지니어링 기술을 필요로 하는 국가들을 중점 타깃으로 삼아 세를 넓혀간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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