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공학은 국민의 안전과 재산보호 측면에서 봐야합니다. 아무리 창의적인 건축 디자인이라도 엔지니어링이 받쳐주지 않으면 제대로 된 건축물이 될 수 없습니다.”

 

한국구조공학단체총연합회 정란 회장(단국대 교수)은 건축물의 구조안전을 책임지는 구조기술사의 위상이 떨어지는 것이 못내 아쉽다고 말했다.

정란 교수는 “구조기술사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업무를 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지 않아 엔지니어링 분야도 침체돼 있다”며 “구조공학 문화를 선진화시키기 위해서는 법과 제도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건축교육 시스템이 디자인의 건축학과와 엔지니어링의 건축공학과로 분리된지 10여 년이 지났는데도 법과 제도는 지난 1960년대 제정된 건축사법과 1970년대 미국에서 들어온 기술사제도가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기 때문이다.

 

정 회장은 국내 설계 기술 발전이 더딘 것도 같은 이유라고 설명한다.
그는 “우리나라는 초고층건축물이나 특수건축물의 설계를 대부분 외국 업체에 의존하고 있다”며 “지금처럼 구조·설비설계를 건축사로부터 하청받는 제도가 지속된다면 우리 설계기술의 발전은 기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현재 건축사법에는 ‘건축설계는 건축사만이 할 수 있다’라고 규정돼 있어 구조설계를 구조기술자가, 설비설계를 설비기술자가 못하고 있다.

이에 반해 일본의 경우 디자인 관련 건축사는 의장전문건축사로, 구조기술자는 구조전문건축사로, 설비기술자는 설비전문건축사로 자격증을 부여해 각각의 업무를 수행토록 하고 있다.

 

정 회장은 “설계기술이 발전하지 못하면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구현되기 어렵고, 국내 건설산업의 발전도 한계에 부딪힐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회장이 설계기술을 강조하는 국토교통부 R&D 사업 중 하나인 초고층빌딩설계기술연구단의 단장 역할도 맡고 있기 때문이다.

연구단은 지난 2009년 설계 분야의 핵심요소 기술 개발과 첨단 IT 기술의 융합을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엔지니어링 능력을 확보하기 위해 발족됐다.

 

정 회장은 지난해 11월 구조공학연합회가 창립된 주된 이유도 올바른 구조공학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란 회장은 “건축사의 아이디어를 도면화하고 실체화하는 것은 엔지니어의 몫”이라며 “우리나라가 시공뿐 아니라 설계에서도 최고가 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도록 연합회가 제도개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연합회는 강구조학회, 콘크리트학회, 토목구조기술사회, 건축구조기술사회, 지진공학회, 구조물진단유지관리공학회 등 10개의 학회·기술사회로 구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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