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홍수 등 상상을 초월한 기상이변이 매년 발생하며 인명 재산피해 등 사회적 비용이 증가하고 있다. 이에 맞서 정부와 지자체는 하수관거 확장과 대심도 저류조 등의 건설을 추진하고 있으나 비용과 효과면에서 한계에 부딪힌 상황이다. 기후변화가 우리 방재패러다임의 근본적인 변화를 유도하고 있다. 이에따라 저비용 고효율의 선진 방재 대책은 무엇인지 3회에 걸쳐 살펴보았다.<편집자>

 

<글 싣는 순서>
①대형화에 예측불가… 폭우가 늘어난다
②작은 아이디어가 수해 막는다
③하드웨어 한계 소프트웨어로 넘자<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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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부산 해운대의 한 대형 쇼핑몰이 하룻동안 200㎜의 폭우로 침수됐다.
쇼핑몰 뒤편 큰 공원 지하에 대규모 저류지가 조성돼 있었지만 비가 오자 쓰레기와 낙엽 등이 몰려와 빗물이 들어가는 입구를 막아버린 것이다.


아무리 좋은 시설을 만든다 해도 사소한 청소나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다면 제구실을 못할 수밖에 없다는 사례다.
방재의 경우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를 어떻게 수립하고 관리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우리나라는 대피 체계도 빈약한 실정이다.
홍수피해가 나면 주민들이 어디로 대피해야 하는지 알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 2006년 7월 안양천 제방 붕괴 당시 양평동  아파트가 1층까지 침수되는 등 일대가 물바다로 변했다.


지자체는 수해민들을 인근 학교 등에 분산시켰지만 정작 이들을 화나게 한 건 ‘주민 돌리기’였다.
주민들이 이 학교로 가면 자리가 없어 다른 학교로 가라하고 다시 그 학교로 가면 거기도 꽉 찼다며 다른 곳으로 가라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비상 사태가 발생할 경우 지자체가 미리 대피 장소만 지정했어도 이같은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종합적인 방재 계획 수립을 위해서는 도시계획 중 공간계획이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공간계획은 주택과 도로, 교통 등을 종합적인 시각으로 살펴보는 것으로, 운영만 잘 해도 지금의 제도로도 효과적인 방재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공간계획 수립의 모범 사례로 세종시를 들고 있다.
세종시 건설 과정에서 도시계획 최고 책임자가 도시건설과 관련한 각종 회의에 참석해 토론하고 조정하는 역할을 담당함으로써 통합적인 공간계획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세종시의 경우처럼 정부차원에서 부처 간 협조전략을 짜주는 컨트롤타워가 시급하다.


정부의 기존 방재시스템은 부처 간 칸막이로 인해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부처간 칸막이의 대표적인 사례는 하천이다.
계곡은 산림청, 소하천은 소방방재청, 지방하천은 지자체, 국가하천은 국토교통부가 담당한다.


지난 2002년 태풍 루사 때 강원도 하천 복구 당시, 하천 아래쪽은 복구가 됐으나 계곡쪽은 복구가 안된 상태에서 다시 비가 내리자 토사가 밀려와 공사가 무용지물이 되는 사례가 빈번했다.
부처 간에 복구 시기와 예산 편성이 따로 따로 되다보니 벌어진 사태다.


국토연구원 국가도시방재연구센터 심우배 센터장은 “점점 대형화하는 재해 앞에 예방과 대응이라는 관점에서 정부의 방재 전략을 다시 수립해야 한다”며 “방재 하드웨어보다 국가차원에서 부처 간 협조전략을 짜주는 소프트웨어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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