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와 서울시의 전국호환 교통카드 갈등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국토부는 예정대로 오는 11월 전국 호환 교통카드를 선보일 계획이지만 서울시는 국토부와 별도로 신교통카드시스템 2단계 사업을 추진하는 등 엇박자를 내고 있다.

 

갈등이 해결되지 않으면 국토부의 ‘One Card, All Pass’ 정책은 큰 흠집을 입게 된다.
더 큰 문제는 중앙 부처와 지자체가 대중교통 시스템을 놓고 각기 다른 체계를 구축하는데 따르는 예산 낭비와 카드 구입에 따른 이중 부담이다.

 

갈등은 서울시 교통카드의 90%를 차지하고 있는 T머니카드가 국토부의 전국호환 교통카드에 포함되지 않으면서 불거졌다.

서울시는 몇 차례에 걸쳐 새 카드 구입에 따른 불편과 교체 비용이 많기 때문에 기존 카드를 병행 사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국토부는 서울시의 요구는 표준기술 보급을 통해 최소의 비용으로 효과적인 호환을 실현하려는 국가 정책 취지에 맞지 않는다며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서울시는 국가표준에 따라 발행된 카드의 사용을 제한하는 것이 오히려 국가정책의 일관성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반발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기존 교통카드는 기술표준원에서 제정한 표준지불 규격인 KS X 6924에 의해 발행돼 △SAM과의 대응성 △단순지불처리 방식 △부가정보 지불방식이 동일하다.
 
새 카드 구입에 따른 비용도 이번엔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선불교통카드의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스마트카드 이비카드 마이비카드 3개사의 누적 발급량은 2억장이며 이중 실제 유효카드는 3000만장으로 교체 비용만 900억~6000억원이 든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한 발 더 나가 기술적인 부문도 언급했다.지자체에서 시행중인 요금정책을 구현하려면 다양한 카드 소지자 정보를 수용해야 하는데 전국호환 교통카드 인증요령에서는 이를 수용하지 못한다는 것이다.또 인증 요령에 따라 ID센터를 부여받아 생성할 수 있는 수는 31개 기관으로 제한돼 전국의 교통기관 등이 추가적인 ID센터 코드를 부여받을 수 없어 교통카드 사업자로 등록할 수 없는 결함도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시는 관계자는 “새 카드 사용을 강제하기 보다는 기술적으로 상호호환이 가능한 기존 카드를 수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비용 문제와 기술적인 결함을 해결하기 위한 기간 등을 고려해 기존 카드를 병행해서 사용할 수 있는 유예기간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 교통카드 사업과 관련해 지자체와 기존 사업자가 단말기 등 교통인프라에 많은 투자를 했다”며 “국토부가 무임승차하기 보다는 적절한 진입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합리적인 정부정책”이라고 덧붙였다.
 
국토부는 여전히 서울시의 요구를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시의 요구를 수용하면 T머니카드를 국가표준 전국호환 카드로 인정하는 결과가 돼 사업자간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현재 T머니카드를 발행하는 스마트카드사를 제외한 다른 카드사업자들은 이미 국토부의 전국호환 교통카드를 발행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국가표준 문제에 대해서도 전국호환 교통카드 개발과정에 기술표준원도 참여했고, 법에 명시된 인증기관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의 인증도 받았다고 설명했다.카드교체에 따른 매몰비용 산출도 발행된 카드와 실제 통용되는 카드의 수량차이를 고려할 때 과다 계상된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인증 오류 문제에 대해서는 현재 인증요령을 개정 중에 있으며 ID센터를 부여받아 생성할 수 있는 기관의 수는 전국의 모든 운송사업자가 아니라 11개 카드 사업자이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전국호환 교통카드는 모든 국민이 강제적으로 교체하는 것이 아니라 희망자에 한해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서울시의 주장처럼 교체 비용이 많지 않을 것”이라며 “단말기 등 현재 사용되는 장비들도 계속 쓸 수 있기 때문에 시장 진입비용이나 유예기간을 운운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올 11월 새 카드 발행 전에 서울시도 릴레이 협약에 참여하길 기대한다”며 “서울시가 끝까지 거부하더라도 듀얼카드 형식을 통해 새 카드를 서울에서 사용할 수 있게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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