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철도의 레일체결장치 납품을 두고 연일 특혜의혹 비리의혹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국회의원들이 가세해 의혹을 쏟아냄으로써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레일체결장치란 레일을 지면에 고정시키는 장치다.
종전에는 자갈궤도가 대세였으나, 최근에는 고속철도에 적합한 콘크리트궤도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레일을 체결할 때는 레일과 콘크리트 사이에 고무나 우레탄 재질의 충격완화 장치를 삽입해야 한다.
이를 레일패드라 부른다.
레일패드는 충격을 흡수할 만큼 말랑말랑한 탄력성을 유지해야 하며 동시에 고속으로 주행하는 열차의 스피드와 무게에도 찢어지지 않아야 한다.


우리나라는 아직 이런 성질을 충족시키는 우레탄이나 고무를 생산하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조건을 만족하는 레일체결장치를 생산하는 업체는 영국의 팬드롤社와 독일의 보슬로社로 이들 두 회사가 세계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팬드롤은 자갈궤도 체결에 강세를 보이며, 세계시장의 60%를 차지하고 있고, 보슬로는 콘크리트궤도 체결에 두각을 나타내면서 세계시장의 30%를 차지하고 있다.
팬드롤 제품은 설치가 쉽고 유지관리가 용이하다는 장점을 갖고 있고, 보슬로 제품은 레일패드이 탄성기능 뛰어나다는 각각의 장점을 가지고 있다.


특히 보슬로 제품의 레일패드에는 충격과 진동을 감소시키는 방진패드가 있어 전 세계 콘크리트 궤도에서는 보슬로 제품이 시장을 휩쓸고 있다.
우리나라 동대구~부산 구간이 콘크리트 궤도이면서 팬드롤 체결장치를 채택한 것은 세계적으로 거의 유일한 사례로 기록될 만큼 콘크리트 궤도에는 보슬로가 우위를 점하고 있다. 


반면 팬드롤은 지난 1980년대에 우리나라에 들어와 한국시장의 거의 100%를 차지하고 있었다.
보슬로는 지하철 2호선 한양대 일부 구간과 지난 2004년 개통한 경부고속철 대전~대구 구간 가운데 터널구간 등 지극히 일부 구간에만 참여했다.
대전~대구 구간은 기본시공이 자갈궤도이고, 장대터널 등 특수구간에만 콘크리트 궤도를 적용했기 때문이다.
콘크리트 궤도가 적용되기 전까지는 한국시장에 팬드롤 제품밖에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러나 최근의 고속철도에 콘크리트 궤도가 대세를 이루면서 상황이 역전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시장을 지키려는 자와 새로이 시장을 잠식하려는 자의 다툼이 시작된 것이다.


실제로 레일체결장치가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지난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콘크리트 구간임에도 팬드롤 체결장치가 적용된 경부고속철 4공구(대구~울산)에서 빙압으로 인한 침목 동파 사건이 발생했다.
이후 지난 4월 보슬로 제품이 채택된 신분당선 레일체결장치의 파손 사건이 불거져 나왔다.
이어 심재철 의원실에서 보슬로가 납품한 호남고속철 레일체결장치에 대한 비리의혹이 제기됐다.
반격이라도 하듯, 또 다른 국회의원은 팬드롤이 납품한 경부고속철 2단계 구간(동대구~부산) 레일체결장치에 대한 비리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폭로전에 이들 국회의원이 가세하면서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고 있는 형국이다.
이 때문에 항간에는 정치권이나 정부기관에 소위 ‘팬드롤 장학생’과 ‘보슬로 장학생’이 암약하고 있다는 다소 과장된 소문도 나돌고 있다.
이들 ‘장학생’이 팬드롤과 보슬로의 대리전을 펼치고 있다는 것이 소문의 핵심이다.

 

철도 업계 한 관계자는 “왈가왈부 말들이 많으나, 기술적으로 접근하고 기술적으로 해결해야 될 문제”라고 전제하고 “자갈궤도에서는 팬드롤 제품이 득세했으나, 콘크리트 궤도에서는 보슬로 제품이 탄성기능과 방진기능 측면에서 더 나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두 제품의 납품가격은 대동소이하며 레일패드의 교체 주기는 과부하를 걸지 않음을 전제로 15~20년가량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어쨌든 레일체결장치를 두고 앞으로도 계속될 대리전 성격의 폭로전에 공감하거나 등을 돌리는 것은 이제 전후사정을 알게 된 독자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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