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오늘날의 경제대국으로 다시 서게 한 등소평의 한마디는 ‘백묘흑묘(白猫黑猫)’였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그 뿐이지 색깔은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다. 그동안 유지해왔던 사회주의 체제에 대한 고집을 버리고, 오로지 잘 살기 위해 개방주의 경제체제를 받아들이겠다는 의지였다. 중국에 등소평이라는 지도자가 없었거나, 백묘흑묘론이 없었다면, 그리고 반대파가 국민의 정서와 여론을 내세워 그의 개방정책에 발목을 잡았다면 중국은 오늘날의 국운융성을 누리지 못했을 것이다.


4대강 종합정비 계획이 15일 발표됐다. '4대강 종합 정비방안'은 당초 12월 8일에 개최되기로 했던 제3차 국가균형발전위원회에서 주요 안건으로 다뤄지기로 돼 있었으나, 무슨 연유인지 회의 자체가 연기되는 곡절을 겪었다. 국토해양부에서는 이 때문에 브리핑 계획과 보도자료 배포 일정 및 엠바고 사항 등을 수차례에 걸쳐 변경하는 혼선을 빚기도 했다.


4대강 종합정비계획의 핵심은 미래에 대비하는 치수사업이자, 경기침체 국면을 돌파하기 위한 ‘한국판 뉴딜정책’이다. 경북 안동을 비롯, 충북 충주 충남 연기 전남 나주 대구 부산 등 7개 선도사업지역부터 동시다발적으로 사업을 시작해 지역경제를 활성화 하겠다는 행정수반의 의지 표명이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행정부의 이 같은 4대강 정비사업을 두고 이것이 한반도 대운하를 위한 사전 포석이 아니냐며 몽니를 부리고 있다. 특히 야당은 대통령이 직접 대운하가 아니라고 언급해야 한다며 목청을 높이고 있다. 그러나 국제적 경기 침체국면에 접해 있는 우리국민은 이 정책이 과연 경제회생의 활로를 마련해 주느냐 아니냐에 관심이 더 많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침체된 현재의 난국을 타개해 줄 수 있는 정책인지 아닌지에 더 많은 관심을 쏟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국민의 정서도 읽지 못한 채, 특정 정책 반대에 목청을 돋우고 그런 자신의 행위를 영웅적 행동으로 묘사해 표를 구걸하는 국회의원이 18대 국회에 아직도 남아 있다니 참으로 실망이다. 더욱이 지난 18일의 국회는 우리 국민이 선택한 국회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참담한 국회였다. 이날 여야를 막론하고 의원회관에는 보좌관 비서관이 거의 자리를 비웠다. 한미 FTA를 두고, 언론의 스포트 라이트를 독차지 하기 위해 벌이는 그들만의 잔치에 보좌진들이 방패막이로 동원됐기 때문이다. 민주당 P의원실의 K보좌관이나, 한나나라당 C의원실 K보좌관은 평소 남다른 친분을 과시한다. 그러나 두 보좌관은 모두 대리전에 동원되고 없었다.  


포스코가 지난 18일 창사이래 첫 감산에 들어 갔다. LG디스플레이 또한 최근 파주 구미공장의 가동을 당분간 중단했다. GM을 비롯한 세계의 유수 업체들이 흔들리고 있는 지경이니, 국내 자동차 업계의 감산 소식과 건설업계의 잇따른 휴폐업은 이미 식상한 뉴스가 돼 버린 실정이다. 교육과학기술부와 국세청을 시작으로 1급 고위직이 줄줄이 사표를 제출하고 있고, 일부 공기업은 현재 구체적인 숫자까지 적시된 감원조치에 모두 숨을 죽이고 있는 상황이다.


법적으로 보장된 4년동안의 임기로 감원의 칼바람에 비켜 서 있는 국회의원 신분이라고 국민들의 타는 속을 외면해서는 곤란하다. 더욱이 이런 시국에 외국의 주요 언론사들에 ‘싸움질 하는 대한민국 국회’라는 타이틀의 뉴스를 내보내는 장면을 제공해서는 안 된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4대강 정비사업이든 대운하 사업이든, 경기 활성화의 돌파구가 있는 쪽이면 전진해야 한다.


선진 국회라면 14조원을 투입하는 이번 4대강 정비사업이 과연 투입비용만큼 일자리 창출과 생산유발 효과가 있는지를 먼저 따져야 하는 것이다. 경제지표와 경제잣대를 근거로 정확하게 분석하는 것이 먼저라는 것이다. 분석결과 지역발전과 일자리 창출, 그리고 장기 종합적인 관점에서 경제적 타당성이 없다고 판단되면 그때 비로소 정책폐기 촉구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대운하를 부인하거나 추인하는 것이 경기회복을 바라는 국민들에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2008년 12월 19일
조관규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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