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도 자동차도 모두 후분양제인데 유독 아파트만 선분양제로 팔아야 한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지난달 28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새정부 주택시장정책의 기조와 과제’에 대한 정책토론회에서는 때아닌 휴대폰 후분양제 논란이 불거졌다.


휴대폰 후분양제 논란이 나온 배경은 이렇다.
당시 토론회에서는 주택경기 활성화를 위해 규제완화가 필요하다는 데 다수가 공감했다.
이 과정에서 대표적인 부동산 규제로 꼽히고 있는 분양가 상한제 폐지도 자연스럽게 거론됐다.


그러자 한 국회의원이 자신의 지역구를 예로 들며 분양가 상한제 폐지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는 “분양가 상한제가 도입되기 전에 아파트를 구입한 주민들이 입주 시점에서 집값이 크게 떨어져 큰 피해를 보았다”며 “만약 좀 더 일찍 분양가 상한제가 도입됐더라면 그렇게까지 피해를 보지 않았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서민보호차원에서 아파트 후분양제와 연계한다면 분양가 상한제 폐지도 고려할 수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여기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어떤 정책이든 모두를 만족시킬 특효약은 없다는 점이다.
가까운 미래에 후분양제 정책이 전면 실시된다고 가정해 보자.
아파트 건설회사들은 건축에 들어가는 건축비를 마련하기 위해 금융권에 노크할 것이다.
금융권 입장에서는 당연히 손해를 보지 않으려고 회사의 신용도나 담보를 살펴보게 될 것이고 결국 일부의 우량 건설업체에만 자금 지원이 집중적으로 이뤄질 것이다.
자금력이나 브랜드 경쟁력이 약한 중소건설사들은 아파트 분양은 꿈도 꾸지 못한 채 대형 건설사의 하청업체으로 명맥을 유지하거나 회사를 접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단적인 예를 들었지만 충분히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다.
사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신속한 의사결정이 내려지지 못하는 우리나라의 정치 풍토다.
민간에서는 하루빨리 시장 축소기에 걸맞은 규제완화라도 해달라고 아우성인데 정작 정치권의 행동은 굼뜨기 그지없다.
엘빈 토플러가 말한 것처럼 시장의 시간과 정치권의 시간이 다르게 흐르기 때문일까.
주택경기 과열기에는 연일 규제의 타이밍을 놓치더니 이제 하락기에는 그때 쳐 놓은 그물을 손에 움켜쥔 채 풀 줄 모른다.


박근혜 정부가 지난 1일 정상적인 주택거래라도 살리겠다는 취지로 주택시장 활성화 대책을 내놓았다.
정치권은 ‘휴대폰 후분양’ 논란 등은 잠시 꺼두고 ‘최소한의 규제완화’ 대책이라도 마련해 서민의 시름을 달래 주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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