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을 진행하려면 하루 빨리 시작하든지 아니면 깨끗하게 접든지 어떻게든 결판을 지어야 주민이 살 것 아닙니까?”

15일 용산국제업무지구개발 예정지역인 서부이촌동 주민들은 현 상황을 ‘패닉’에 비유했다.

급작스럽게 부동산시장이 침체되면서 사업추진이 불투명해진 가운데 현지 주민들은 초조함과 고통 속에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낡은 아파트 벽면과 골목 어귀에는 현재의 복잡한 상황을 반영하듯 여기 저기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서부이촌동 주민에게 악몽이 시작된 것은 지난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8월 용산역 코레일 부지와 서부 이촌동을 포함한 41만5483㎡를 국제업무지구로 개발하는 내용의 용산역세권개발계획이 확정됐다.

당초 이곳에는 총사업비 31조원을 들여 2012년까지 초고층 빌딩과 국제업무시설, 상업시설, 주거시설 등을 건설할 계획이었으나 부동산 경기 침체로 사업추진 동력이 상실된 실정이다.

여기에다 사업비 조달 및 사업 방식을 놓고 20여개 투자자들이 갈등을 겪고 있어 사업진행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주민들은 언제 개발이 진행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이주대책 기준일’이라도 해제해 정상적인 재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서울시는 코레일측과 용산역세권 개발 계획을 공동 수립했으며, 지난 2007년 8월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한 조치로 이주대책 기준일을 지정했다.

이에 따라 이주대책 기준일 이후 타지인이 주택을 구입하더라도 지분권을 행사하지 못해 거래 자체가 전무한 실정이다.

 

서울시는 이같은 주민의 요구에 대해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주대책 기준일을 해제하는 것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서울시가 서부 이촌동 주민들의 손해배상 청구소송 제기를 우려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서부 이촌동은 현재 2300여 가구가 거주하고 있으며 이 중 투자 목적으로 이주한 가구는 40%인 900여 가구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원주민과 투자자 등은 지난 6년간 입은 재산상의 손해에 대해 서울시를 상대로 손실보상 청구소송도 불사한다는 입장이다. 

 

주민들은 “서부 이촌동이 통합개발 형태로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주민 의견은 철저히 배제됐다”며 “서울시와 코레일이 일방적으로 사업을 진행한 만큼 이주대책 기준일이 해제되면 그동안 입은 재산 피해를 보상받기 위한 줄소송이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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