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평가와 관련한 비리 사건은 끊임없이 신문을 장식하는 단골메뉴 중 하나이다.
경찰청 자료에 의하면 최근 인천지역이나 광교신도시의 공시업무 수주비리와 관련하여 비위 통보된 감정평가사만 해도 44명에 달한다.
뇌물 공여로 31명, 명의신탁으로 13명이 적발돼 현재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토해양부의 처벌은 시늉에 그치고 있다.
국토해양부는 지난 2005년부터 현재까지 감정평가사 및 평가법인에 대해 단 6건의 징계조치를 취하는데 그쳤다.

 

더 심각한 문제는 비리사실이 적발된 법인이 아무런 제재 없이 공시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민 개개인의 재산권인 전국의 부동산 가격을 감정 평가하는 사람이 부동산 가격을 조작하다 적발된 범죄자임이 밝혀졌는데, 그에게 다시 재산권의 근거가 되고 세원의 근거가 될 부동산 가격을 감정·평가해 공시하도록 맡긴다니 이게 어디 말이 되는가.
 

해당 감정평가 법인은 당연히 "문제를 일으킨 해당 감정평가사는 공시업무에 제외하고, 다른 감정평가사를 투입했다"고 해명한다.
그럴듯한 해명으로 보이기는 하나, 눈 가리고 아웅이요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다.


법인의 이름으로 파견돼 공시업무를 수행하는 감정평가사는 개인 자격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법인 자격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다.
법인에게 당연 귀책사유가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비리 사실이 적발된 법인은 공시업무에서 제외돼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또 한 가지는 공시업무의 배정을 맡고 있는 ‘부동산가격공시위원회’의 설치 근거 및 구성도 문제다. 
부동산 가격의 조사 및 평가, 공시업무 배정 등의 공적 역할을 담당하는 위원회임에도 불구하고, 법적 근거가 전혀 없이 민간 협회의 정관에 따라 관련 감정평가법인 관계자로 구성되어 있다.
즉, 자신들의 업무 배정을 자의적으로 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공시업무와 관련 있는 한국토지공사, 한국도로공사 등 공공기관에도 만연해 있다.

이들 공공기관 역시 비리 법인들에게 어떠한 제한도 없이 공시업무를 배정하고 있다.


지난 9일 한국토지공사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이를 지적하자, 토공 사장은 잘못을 인정하고 시정조치를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보다 근원적 해결을 위해 제도의 정비가 시급하다.

우선 근거법인 ‘부동산 가격공시 및 감정평가에 관한 법률’을 통해 공시업무 배정 등에 관하여 정부의 통제 하에 운영될 수 있도록 설정해야 한다.
또한 비위 사실이 적발된 감정평가사 및 감정평가법인에 대해서는 업무 정지 외에 자격 취소까지 징계를 확대해야 한다.
이밖에 최근 공공기관에서 도입하고 있는 ‘전자심사제’ 도 근원적 해결책이 아니다.


이번 국정감사 이후 보다  보완·강화되고 투명화 된 공시업무 배정시스템을 의원입법을 통해 발의할 계획이다.

 


2008년 10월 10일
국토해양위원회 국회의원 김 성태(한나라당 서울 강서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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