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1) 힘겨운 건설업, 대책없는 국토부
2) 허약체질 건설기업, 해외 경쟁력 갖춰야
3) 협·단체 기생하지 말고, 이익대변에 나서라
4) 국토해양위, 간섭보다 대안제시에 충실하라
5) 전문가 좌담-- 건설업 위기극복, 어떻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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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산업이 장기 불황으로 최악의 위기 상황을 맞고 있다.
해외 부문 수주는 호조를 보이지만 플랜트 부문과 중동지역에 편중이 심한 형편이다.
특히 중동지역 프로젝트는 국내 대형건설사간 출혈경쟁으로, 수주는 했지만 공사비를 결산하는 몇년후에는 ‘후폭풍’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국토경제신문은 ‘건설업 위기 극복 어떻게 할 것인가’ 마지막편으로 각 분야 전문가가 참여한 지상좌담회를 마련했다.
좌담회는 본지 조관규 편집국장의 사회로 △현대건설 권오식 해외영업본부 상무 △건설협회 김근성 건설환경실 실장 △국토부 박진홍 기술정책과 사무관 △LG건설 손태홍 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 △동부엔지니어링 오규창 수자원환경부 상무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진경호 수석연구위원 등 참석했다. <편집자>

 

 

◈ 조관규 본지 편집국장
100대 건설기업의 30개 기업이 워크아웃 또는 법정관리 상태에 있다.
ENR지의 2009년도 건설기업 해외매출액 순위를 보면 현대 23위, 삼성ENG 35위, 대림산업 42위, 대우건설 54위, GS건설 63위, 삼성건설 72위에 각각 머무르고 있다.
세계 13위권 경제국가가 건설 분야에서만 이처럼 뒤쳐지고 있는 것은 업계가 해결해나가야 할 중대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우선, 우리나라 건설기업이 해외 건축현장에서 EPC(설계 조달 시공) 능력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데, 문제는 무엇이고, 또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

 

 

◈ 박진홍 국토해양부 기술정책과 사무관
국내 건설업계가 해외 진출에 주력한 결과 좋은 성과를 내고 있으나 선진국과 기술력을 비교하면 미흡하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특히 두바이의 부르츠 칼라파, 싱가폴의 마리나베이샌즈 리조트 등 세계의 유수 랜드마크 건축물을 건설하면서 시공분야의 능력은 인정받고 있으나, 설계 등 건설기술용역 분야에서는 기술력을 인정받지 못했다.


건설기술용역은 지난해 최초로 해외수주 10억 달러를 돌파하는 등 성과는 거뒀다. 그러나 세계시장 점유율은 0.5% 수준에 머무르고, 수주 분야도 도시설계나 플랜트설계 등으로 한정된 것이 현실이다.


해외건설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고 고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건설전반에 대한 토털솔루션(Total-Solution)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국내 건설업체들은 아직 저(低)수익·고(高)리스크인 상세설계, 시공분야 등에서만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종합사업관리(PMC), 개념설계(FEED) 등 고부가가치 영역에서는 선진국에 비해 취약하다.

국내 업체의 기술력이 해외 시장에서도 그대로 통용될 수 있도록 국내 건설시장의 환경을 글로벌 스탠다드화해야 한다.

 

◈ 김근성 대한건설협회 건설환경실 실장
2000년대 중반이후 우리나라의 해외건설 수주액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해외부문에서 호황을 누리고 있다. 국내업체들의 건설기술 발전으로 경쟁력이 확보됐고 대형건설사 위주의 적극적인 해외진출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것이다.


구체적으로 플랜트는 설계·시공·시운전까지 일괄하는 수주가 많다. 그러나 건축물이나 도로·항만 등 토목공사는 단순 시공위주의 도급형 건설수주가 대부분이다. 즉 건축물이나 도로는 경쟁력이 떨어짐을 보여주는 것이다.


지금 해외 건설시장은 단순도급형에서 설계를 포함하거나 건설사업에 자본이 참여하는 투자개발형 사업까지 다양하게 변화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건설시스템은 아직 선진화된 체계를 갖추지 못했다. 설계진입을 제한하거나, 자본을 경계하는 체제가 유지되고 있다. 건설기술 수준이 플랜트 분야는 81%수준인데 건축분야는 75%에 머물고 있기 때문에 기술경쟁이 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설계기술 경쟁력 강화가 중요하다. 이를 위해 건축 설계업에 자본이 참여할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하거나 기술경쟁을 촉진하는 방안도 마련돼야 할 것이다.


또 해외 건설시장은 도시를 계획하거나 개발하는 투자형으로 변화하고 있다. 따라서 민간 건설사들이 경험을 축적할 수 있도록 신도시를 개발하거나 도심을 재개발할 때 민간건설사에게 참여기회를 확대하고, 정부차원의 지원 대책도 마련돼야 한다.


건설에서는 대규모 투자비용이 요구되기 때문에 금융기관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국내에서 대부분 금융기관이 건설사업에 직접 참여하지 않고 대출하는 형식으로 참여하고 있다.


지금 선진국은 단순도급형 건설수주에서 벗어나 투자개발형 사업비중이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우리도 건설산업과 금융의 협력강화 방안이 절실히 요구된다. 금융기관도 부가가치 창출을 위해 적극적인 건설사업 참여가 필요하다.

침체된 국내 건설산업의 돌파구를 해외에서 창출함으로서 건설 종사자들의 사기를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으며 국가이익에도 상당한 기여를 할 것이다.

 

◈ 진경호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건설관리경제연구실 수석연구원
세계 건설기업은 FEED를 포함한 설계, 핵심 장비 및 설비의 적시공급에 필요한 구매조달능력과 이를 설계기술 등 핵심기술에 적용하고 총괄해 관리하는 사업관리 역량이 요구된다.


국내 건설기업이 이러한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 외국의 전문가들을 영입하거나 다양한 기술개발 활동과 인적자원 역량 확대에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적으로 필요한 경험이 부족해 세계시장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내 건설기업이 설계역량을 기반으로 엔지니어링 기반 EPC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역량은 단 시간에 해결될 수는 없다. 설계 역량과 사업관리 역량 확보를 위해 사업별, 업무별로 구체적이면서도 다양한 교육과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 사업관리 역량의 조기 확보를 위해 이를 지원할 수 있는 지식관리체계를 구축해 역량을 확보해 나가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 손태홍 GS건설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
일반 건축 및 토목 부문에서 사용되는 EPC의 개념과 범위는 플랜트 부문과 다르다는 것을 명백히 해야 한다.  왜냐하면 플랜트 산업은 설계와 자재의 구매 조달 부문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또 플랜트와 일반 건설 분야간 발주방식 차이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 플랜트는 일괄수주 즉, EPC가 일반적인 방식이지만 일반 건설 분야의 경우 설계와 시공을 분리하는 경우가 보편화돼 있다.


이러한 두 분야간 차이를 감안하고 해외건설시장의 건축 및 토목부문에서 국내 기업의 EPC 능력이 인정을 받지 못하는 원인은 EPC 자체의 경쟁력보다 가격 경쟁력에서 찾을 수 있다. 이제 가격 경쟁력으로 중국 및 인도 등과 같은 후발 국가와 경쟁할 수 없는 상황이다. 또 국내에서 실적과 가격 위주의 경쟁을 고수하고 있는 것도 해외건설 시장에서 경쟁력 저하의 원인이다.


해외 건축 및 토목 시장에서 수주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EPC 경쟁력 제고뿐 아니라 금융 관련 지원능력도 높여야 한다. 또 가격 차이에서 오는 경쟁력 저하를 극복하기 위해 PM부문에 대한 진출을 확대하는 것도 필요하다. 해외 건축 및 토목 시장에서 프랑스 건설그룹 뱅시(Vinci)나 벡텔(bechtel) 등은 시공 분야보다는 기술력을 요구하는 설계나 리스크 관리 등의 매니지먼트 분야에 집중했다. 국내 기업도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분야로의 시각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부 정책이 현재 플랜트 엔지니어링 분야에 치중된 것에서 벗어나 건설엔지니어링 분야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는 것도 경쟁력 제고를 위해 긴요하다.

 

 

◈ 권오식 현대건설 해외영업본부 상무
해외출장을 가면 유럽 선진 건설·엔지니어링업체 사람들을 두루 만나는데, 그때 우리 건설업 현실을 반추하며 ‘이대로 가다가는 큰일 나겠구나’라는 생각을 자주 한다.


우리나라 건설사들의 현재 시공 중심 사업방식으로는 지속성장에 한계가 있다. 건설업계의 세계적인 트렌드를 미리 읽고 준비해야 하는데, 상당히 미흡한 게 현실이다. 이제는 순수시공이나 가격 경쟁력만으로는 노동비용이 상대적으로 싼 인도나 중국에 이길 수 없는 상황이다.


풍부한 해외공사 수행 경험과 노하우,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몇몇 기업을 빼고는 사실상 해외에서 사업 전 분야를 독자적으로 수행하기는 어려운 게 국내 건설업계의 현실이다.


우리나라가 건설대국이 되는 길은 건설기업들이 해외 고부가가치 공종으로 진출하고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회사로 환골탈태하는 것이다. 결국 세계적인 건설사가 되려면 건설 패러다임을 바꾸고, 지속가능경영을 추진해야 한다.


현대건설은 글로벌 인더스트리얼 디벨로퍼를 지향하고 있는데, 이는 단순 시공에서 벗어나 디자인과 엔지니어링·구매·금융 그리고 시공까지 아우르는 선진국형 건설사 모델을 말하는 것이다. 공사를 기획·제안하고 디자인과 엔지니어링·구매·시공에 금융 조달까지 도맡아 하는 구조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신재생에너지와 원자력발전, 물산업, 환경 등 건설업체가 금융을 조달해야 하는 투자개발형 사업이 늘어날 것으로 보이며, 이와 관련해 해외건설 금융시스템 구축과 전문인력 확보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 오규창 동부엔지니어링 수자원환경부 전무
EPC보다 설계와 시공이 통합된 EC가 더 적합한 개념이 아닐까 생각한다. EC는 1980년대 후반 벡텔사가 도입해 부각된 설계능력인 엔지니어링(Engineering)과 시공능력인 건설(Construction)의 결합이다. 사업 발굴 및 제안, 기획, 타당성 조사, 기본 및 실시설계, 시공, 시운전, 유지관리에 이르는 생애주기 전 과정의 업무를 포함한 건설사업 능력을 의미한다.


국내 엔지니어링 업체가 EC 부문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업역을 자문 및 지도(Consulting), 기술 서비스(Engineering), 건설(Construction), 운영 및 유지관리(O&M)으로 다각화해야 한다.


해외시장은 디자인&빌드(설계·시공 동시 진행), BTO(수익형 민자사업), BOT(건설·가동·양도), BTL(임대형 민자사업) 등 다양한 형태로 발주되고 있다.  나아가 설계 시공의 통합인 EC로 발주가 예상된다. 이 같은 관점에서 국내 엔지니어링 업체는 우선적으로 컨설팅 영역에 대한 인력 확보와 교육 등 역량 강화가 긴요하다.


외국의 사례를 보면, 미국의 EC 회사인 파슨스(총매출액 5조1000억원)는 컨설팅 40%, 엔지니어링 29%, 건설 29%다. CH2M힐(총매출 9조2000억원)도 엔지니어링 44%, 컨설팅 42%, 건설 12%이다. 벡텔(총매출 49조1000억원)은 건설 52%, 컨설팅 42%, 엔지니어링 5%다. 컨설팅 영역이 매출 구조에서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국내 엔지니어링 업체는 해외사례와 국내 법 제도의 변경 없이도 가능한 컨설팅 영역의 강화해야 엔지니어링 산업이 진정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 조관규 국장
EPC 능력에 대한 우리 건설기업의 현황과 문제점 그리고 대책은 무엇인가?


◈ 진경호 수석연구위원
EPC 능력은 단시간에 확보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10년~20년의 장기적인 성장전략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국내 건설기업은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시공분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설계, 사업관리 등 핵심기술 분야에 대한 투자도 조기에 회수되기를 원하는 조급증 때문에 지속적인 투자가 어려운 현실이다.


선진 건설기업의 성장전략의 초점은 기업규모의 성장, 사업·지역적 범위 확대, 시장에서 요구하는 기술에 대한 전문기술 서비스 역량 강화 등에 맞춰져 있다. 이를 위한 핵심적인 방법으로 인수합병(M&A)을 통해 신속한 기업역량 강화 및 세계시장 진출을 위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이 과정에서 M&A는 대형업체간 합병도 있겠지만, 특정 전문기술을 갖춘 기획 및 컨설팅업체와 유지운영에 이르기까지 건설사업 전체 생애주기 단계에 걸친 다양한 업체들이 대상이 된다는 점도 시사점이 많다.


국내 건설기업도 전략적으로 M&A를 수행할 수 있는 전담부서의 확보가 긴요하다.

 

◈ 손태홍 선임연구원
국내 EPC능력에 대한 평가는 연구개발(R&D) 과제로 이뤄져 왔다. 공통적으로  기술 경쟁력 즉 EPC 능력은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업체의 90% 수준이거나 대등한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초고층 건물, 고난도 터널 및 교량공사 등 높은 기술력을 요구하는 분야에서도 선진국 업체에 뒤지지 않는 상황이다.


문제는 원천기술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물론 해수담수화, 원전 등과 같은 일부 분야에서 국산화률이 높지만 플랜트 부문에서 대부분 기본설계 관련 핵심 원천기술은 선진국 업체들이 보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기본설계는 기자재 및 시공업체 선정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분야다. 전체 공사비에서 비중은 낮지만 고부가가치가 높다. 따라서 원천 기술 확보를 위해 정부와 학계 그리고 업계가 유기적으로 결합해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또 고품질이면서 저가의 기자재를 조달하기 위한 폭넓은 해외 영업망의 확충도 업계가 노력해야 할 부분이다.

 

◈ 조관규 국장
엔지니어링 업체 시각에서 보는 우리나라 건설기업 EPC 경쟁력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 오규창 전무
국내 건설시장 구조는 엔지니어링과 건설이 법과 제도적으로 지나치게 구분돼 있어 벽이 존재하고 있다. 반면 민간과 해외시장이 주된 플랜트 분야는 태생적으로 EPC를 겸비해야만 해외시장에서 기술 및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있기 때문에 성장이 가능했다. 이러한 측면에서 엔지니어링 산업에 대한 정부의 지나친 규제와 보호는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건설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킨다고 볼 수 있다.


일부의 부작용이 있지만 EC의 범주에 있는 국내의 턴키(대안 포함) 시장은 특정분야 기술의 발전과 향상에 기여한다. 다만 현실적으로 심의과정 부작용과 수주를 위해 지나치게 겉보기에 치우친 디자인은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분명한 것은 기술경쟁이라는 대명제로 보면 득이 되는 것이 크다는 것이다. 또 턴키 제도의 활성화는 공공공사 수주가 불가능한 우수 중소업체의 생존시장이 될 수 있다. 다만 국내 턴키시장은 설계사의 기술보다는 시공사의 전략 및 영업에 따라 수주 여부가 결정돼 설계사가 하도급으로 인식돼 엔지니어링업체의 기술력과 글로벌 경쟁력 확보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 조관규 국장
EPC 해외경쟁력 확보를 위한 국토부의 정책방향은 무엇인가?

 

◈ 박진홍 사무관
국토부에서는 국내 환경을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게 개선해 국내에서 쌓은 기술력이 바로 해외 경쟁력으로 이어지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먼저 건설기술용역 선진화를 추진하고 있다. 건설산업 전 단계에서 토탈 서비스가 가능한 종합 건설기술용역업체 육성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설계, 감리, CM 등으로 구분된 업역간 칸막이를 허물어 건설업체가 다양한 형태의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중이다.


우선 연계성 강화를 위해 등록분류도 단순화하고 등록기준도 간소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업체의 진입장벽은 낮추는 대신 선정과정에서 기술력을 제대로 평가하도록 업체의 실적과 기술자의 경력관리를 체계적으로 하기 위한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설계 프로세스 개선도 추진 중이다. 국내 건설기술 수준은 선진국 대비 77%라고 하나, 시공만 81%에 달하고 고부가가치인 기획·계획 분야는 75% 수준으로 나타나고 있다. 해외에서 설계를 수주하는 경우에도 대부분 수익성이 낮은 상세설계 위주인 것이 현실이다. 국내 특유의 설계 프로세스가 기본구상, 기본설계 등에 역량을 투입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를 개선해 과도한 설계도서 작성을 완화하고 설계 프로세스도 개선하려고 한다. 건설기술관리법도 정부 주도의 관리·규제법에서 건설기술 관련 산업의 진흥을 위한 법으로 개편하고, 국제 경쟁력 확보를 위한 각종 지원제도를 보강할 예정이다.

 

◈ 조관규 국장
플랜트 분야는 해외에서 EPC능력을 인정받는데 15년 걸렸다. 토목 건축 분야에서는 시간 단축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 각자 어떤 노력들을 해야 하나?

 

◈ 진경호 수석연구위원
발주자들이 이제 전통적인 토목 및 건축분야의 기술역량뿐만 아니라 다양한 서비스가 융합돼 제공될 수 있는 업체를 선호하고 있다. 규모를 키우고 해외 전략거점 확보와 함께 지속가능한 발전 등에 필요한 환경서비스 역량, 공공 건강 및 안전 관련 서비스 등의 강화도 필요하다.


또 최근 통합발주 및 민간투자 시장의 강화 추세에 따라 시설물의 유지운영 및 운영수익의 신속한 회수를 위한 기획역량 등 다양한 역량의 확보와 함께 다양한 발주방식에 대한 경험 및 지식이 기업내에 통합적으로 축적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 박진홍 사무관
정부 노력은 실제 해외시장에 나가 활동하는 건설업체의 적극적인 참여없이는 성공할 수 없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시장을 선점은 기술개발과 투자가 필수적이다. 해외건설시장의 특성상 미·영 등 건설 선진국과 같이 우리 건설기업이 단시간에 해외 건설시장에서 기술력을 인정받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기업과 정부가 긴밀하게 협력해 노력한다면 수년이내에 해외 건설시장에서 기술력을 인정받는 기업이 탄생할 것으로 확신한다.

 

◈ 김근성 실장
플랜트 공사는 기술집약적 산업으로 전문적인 기술력과 자본이 있는 업체만 수행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국내 대형기업이 전문적인 기술력을 갖추고 자본을 투자해 플랜트 산업을 육성했고 이를 계기로 설계·시공·원가관리 능력이 크게 향상되면서 플랜트 분야는 경쟁력이 확보돼 해외수주가 활성화되는 성과를 거뒀다. 이에 비해 건축분야는 해외건설 수주의 15% 내외로 기술력도 부족하고 금융과 협력도 어렵기 때문에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건축분야는 단순 시공위주에서 벗어나 기획·설계·건설이 종합적으로 수행될 수 있는 기술경쟁력 강화방안이 필요하고 금융을 어떻게 건설과 접목할 것인가가 풀어야할 과제이다.


건축분야에서 해외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시간을 단축하려면 우선 대형공사부터 기술경쟁 촉진방안이 필요하고, 설계·시공분야가 서로  상생할 수 있도록 협력체계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전문 중소건설사의 육성대책도 시급하다. 해외공사 대부분은 대형 건설사가 수행하고 있으나 대형·중소 건설업체간 협력을 통해 서로의 장점을 공유한다면 해외 경쟁력이 향상될 수 있을 것이다. 건설기자재 산업과 같은 연관산업을 적극 육성해 건설사업을 지원하는 체계도 마련돼야 할 것이다.


또 건설분야에 해외 경쟁력을 갖춘 인재가 부족한 것도 풀어야 할 과제이다.  정부가 장기적인 계획으로 체계적인 해외 전문인력 육성 시스템이 필요하다.


금융기관과 협력체계도 구축해야 한다. 건설과 금융 협력이 해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첩경이다. 건설기자재 산업·금융 등 연관 산업과 건설사업이 서로 협력할 때 선진국과 격차를 줄이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 손태홍 선임연구원
중동시장을 비롯한 주요 해외건설시장에서 국내 업체의 EPC 능력은 선진국과 대등하거나 앞선다는 평가도 받는다. 하지만  기본설계 등과 같은 원천기술의 부족은 해결되지 않고 있다. 더구나 플랜트 산업이 과거의 엔지니어링과 건설 중심에서 융복합 제조 및 서비스업으로 변모하고 있어 원천 기술력 확보를 위한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투자가 있어야 한다. 더불어 효율적인 프로젝트 관리능력과 원가 절감을 통한 가격 경쟁력 확보가 요구된다. 또 최근 신재생 에너지와 같은 신규분야에 대한 플랜트 수요가 증가하고 있어 신규 분야 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제휴나 M&A 등과 같은 다각화된 경쟁력 확보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 오규창 전무
엔지니어링 업체는 엔지니어링 업역에서는 현행 실적위주의 PQ(사전적격심사) 수주시장에 안주하기보다 신공법 개발 및 적용, 기술 및 원가 부문에서 건설사 입장에서 현장 중심의 설계능력을 배양해야 할 것이다. 또 컨설팅과 건설, 운영 및 유지관리(O&M) 등으로 업역도 다각화해야 한다. 특히 사업 발굴 및 제안, 기획, 타당성 조사 등의 컨설팅 업역에 대한 집중적 인력 확보와 교육 등에 투자가 필요하다.

 

◈ 권오식 상무
국내 공사는 설계와 시공이 분리 시행되는 반면에 해외 공사는 EPC 방식이 대세다. 설계와 구매, 시공능력을 적절하게 갖춰야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업체들과 경쟁할 수 있다. 해외에서 EPC 능력을 인정받으려면 협력업체로부터 신뢰를 얻고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


해외 선진기업과의 협력으로 실적과 경험을 쌓고, 노하우가 어우러진 최고의 기술로 신뢰를 얻어야 할 것이며, 시장조사와 현지화 전략 등 철저한 사전준비도 필요하다. 경쟁력을 보유한 분야를 선별해 독보적인 경쟁력으로 발주처의 신뢰를 얻는다면 해외건설시장에서 선두 자리를 지켜나갈 수 있을 것이다.


국내 건설기업은 EPC 경험이 풍부하고, 상세설계 능력도 뛰어나며, 시장 적응력도 탁월하다. 앞으로 국내 업체의 취약 부문인 기본설계, 원천기술, 금융조달 및 사업관리 능력, 신기술 확보 및 개발 부족을 적극적으로 보완하는 데 관심을 둬야 할 것이다. 특히 한국의 대형 건설업체가 중동의 플랜트 공사에만 집중적으로 참여해 경쟁이 치열한 점도 극복해야 할 과제이다.

 

 

◈ 조관규 국장
엔지니어링 업체의 입장에서 봤을 때 EPC 경쟁력 강화를 위한 건설업체의 과제와, 정부의 정책적 보완 사항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 오규창 전무
건설사는 엔지니어링 수행 능력을 확보해 턴키 등에서 설계관리 능력이 아닌 창의적 공법의 도입과 개발, 특화 기술개발을 수행할 수 있는 조직과 인력을 강화해야 한다. 엔지니어링 업체를 EC의 동반자로 인식하는 것도 중요하다.  또 플랜트 분야 등에서 습득한 해외 수주 정보를 토목·건설 분야에 확대 적용할 수 있도록 힘써야 한다. 해외시장 확보를 위해 엔지니어링 업체와 공동으로 건설의 생애주기 전 과정의 업무를 포함한 설계 시공의 통합(EC)에도 관심을 기울려야 한다.

 
또 국내 건설산업에서 재정사업 발주 패턴은 기본계획, 기본설계, 실시설계 후 시설공사 입찰로 이어진다. 설계는 창의성보다 사업비 중심으로 결정되고 있다. 건설사는 원가관리 위주의 공사를 수행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이러한 패턴을 탈피해서 일정규모(금액 또는 기술능력) 이상의 사업은 EC 등으로 발주방식을 전환 할 수 있는 법과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 특히 해외시장에서 많이 시행하고 있는 민간의 사업 발굴 및 제안이 활성화 될 수 있도록 제도적인 뒷받침이 요구된다.   정리= 김희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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