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제조업체 좀 살려주십시오. 누가 국토부 좀 말려주실 수 없습니까?”
국토해양부의 규제정책에 일방적으로 당하고만 있는 건설기계 제조업체 한 관계자의 하소연이다.


건설기계 제조업체는 국토부의 ‘한 쪽 편들기’ 행정으로 언제나 ‘반사적 손실’을 입고 있다며 이같이 호소했다.
‘한 쪽 편들기’란 건설기계와 관련된 두 곳의 이익단체가 있는데, 한 곳은 건설기계를 제조하는 생산자 단체이고, 한 곳은 건설기계를 구입해 임대사업 등을 영위하는 사용자 단체이다.


사연은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토부는 민노총의 요구를 받아들여 건설기계 수급조절제도 시행을 골자로 하는 건설기계관리법을 개정키로 했다.
수급조절제도란 특정분야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렀으니 더 이상의 시장진입을 막겠다는 것이다.


국토부는 기존 사용자 단체의 요구를 받아들여 이같은 골자의 입법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당시 산업자원부는 산업육성을 발목 잡을 소지가 있는 법안이라는 이유로 반대했다.
부처간 이견이 있는 정부안은 국무회의 심의에 통과 되지 못하는 법.
국토부는 이 법안을 국회에 토스(넘기기)한다.


정상적인 국회라면 업역간 이익 다툼이 있는 법안에 대해서는 공청회 과정을 거쳐 최대한의 의견수렴을 하도록 돼 있지만, 요식행위쯤으로 가볍게 여기거나 의견수렴에 배제하는 경우도 있다.
당시 열린우리당 K의원은 이 법안을 건네받아 건설기계 가운데 덤프트럭과 콘크리트믹스트럭에 한해 신규등록을 제한 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대표발의하고 통과시켰다.
이로써 2009년 8월부터 2년간 시범사업으로 시행키로 하는 법적근거가 마련됐다.


그러나 시범사업이란 출발선상에 법안에 따른 정책효과가 있으면 확대하고 없으면 폐기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2년간의 법 운용결과, 신규진입 장벽을 쳤음에도 건설기계 임대사업자의 수익성은 나아지지 않았으며, 제작사는 제작사대로 생산활동 위축으로 인한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제작사의 생산활동 위축으로 후방산업인 영세 부품업계의 타격은 심각한 수준에 이런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기계 시장은 수출이 75% 내수가 25%를 차지하고 있는데, 덤프트럭의 경우 지난 2009년 말 현재 5만3161대가 등록돼 있었다.
이 가운데 건설기업 등이 소유하고 있는 자가용이 4289대이고 나머지 4만8514대가 임대사업자가 소유 등록하고 있는 영업용으로 구성돼 있다.
2년이 지난 2011년 3월말 현재 5만5384대가 등록돼 있고, 이 가운데 자가용은 6839대 영업용은 4만8183대로 나타나 있다고 국토부 관계자는 집계했다.

 
집계결과를 분석하면 국내 건설기계의 91%를 영업용이 차지하고 있으며, 법은 영업용 신규등록을 규제했고, 이에 따라 장비임대료가 오를 것에 대비한 건설기업은 차라리 2600대 가량을 구매해서 사용했다는 것이다.
비유하자면, 며칠만 렌트하면 될 차량을 렌트업체의 가격인상 횡포에 맞서 차라리 구입해 사용하고 되팔거나 처분한 것과 같은 이치다.
국토부와 ‘영세 렌트업체’의 예상은 빚나갔으며, 수요자는 과잉투자를 했고, 제조사는 영업용 수요 동결로 어려움을 겪는 삼각파도를 맞은 결과로 드러났다.


그럼에도 국토부는 지난해 11월 “소규모 임대 사업자의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으므로 수급조절 품목을 불도저 굴삭기 등 건설기계 8개 전 기종을 대상으로 향후 5년간의 수급계획안을 마련하라”는 과업지시서를 국토연구원에 의뢰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정책 실패는 사실”이라고 말하고 그럼에도 다시 추진하고자 하는 것은 “국토부가 의도한 정책효과가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에 성공할 때까지 재시도하겠다는 순수한 열정”이라고 밝혔다.
임대사업자와 제조업자와 건설업계가 동시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도, 한번 시작했던 정책에 대해 성공을 입증할 때까지 밀고 나가겠다는 의지인 것이다.


이에 대해 제조사 단체 한 관계자는 “국토부는 수급조절 문제를 비롯, 형식승인 문제, 리콜문제 등 단 한 차례도 제조업체의 의견을 받아들여진 적이 없다”고 말하고 “마치 귀막고 달리는 듯한 국토부를 제발 좀, 누가 좀 말려 달라”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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