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산업이 지금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 100대 건설기업의 30%가 법정관리 또는 워크아웃 상태인 것이다. 정책 부서인 국토해양부와 당사자인 건설기업 그리고 정책방향에 관여하는 국회 등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 지금 당장은 책임소재를 따지기 보다 우선 이 위기의 터널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건설업은 그 종사가가 170만명에 이르고, GDP의 7%를 차지하고 있다. 잘 못 되면 국가경제가 위기에 빠질 수도 있는 구조인 것이다.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국토부와 건설업계 그리고 정치권은 어떤 역할을 해야하는지 5회에 걸쳐 진단해본다.<편집자>


<글 싣는 순서>

1) 힘겨운 건설업, 대책없는 국토부
2) 허약체질 건설기업, 해외 경쟁력 갖춰야
3) 협·단체 기생하지 말고, 이익대변에 나서라
4) 국토해양위, 간섭보다 대안제시에 충실하라

5) 전문가 좌담-- 건설업 위기극복, 어떻게 할 것인가

 

----------------------------------------------------------------------------------------------------

 

도급순위 100대 건설기업 가운데 27개 업체가 법정관리 또는 기업회생절차(워크아웃)를 밟고 있다.
워크아웃은 실질적인 경영권을 채권단이 가지고 있는 것이고, 법정관리는 청산을 전제로 기업 경영권을 법원이 가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건설기업의 30%가 부실하다는 반증인 것이다.


GDP의 7%를 건설업이 차지하고 있고, 170만명이 건설업에 종사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건설기업의 이 같은 현실은 자칫 국가를 위기 상황으로 내몰 수 있는 심각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국토해양부의 대응은 참으로 안이한 지경이다.
안이하기 보다는 아예 대응 매뉴얼을 가지고 있지 않다.


최악의 주택시장 침체에 국내 건설경기는 얼어붙었고, 녹색 뉴딜정책으로 일컬어지며 토목경기 부양정책 효과를 노렸던 4대강 사업도 ‘언발에 오줌누기식’ 약발로 정책수명을 다했다. 
여기에다 해외시장도 중동사태로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플랜트 분야를 제외하고는 업계의 해외경쟁력도 없었던 데다, 그나마 ‘콘크리트 비벼주기’로  참여해왔던 중동 건설시장도 얼어붙어 있는 실정이다.


이쯤 되면 국토부가 어떤 정책대안을 제시해야 하는데 손놓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위기를 맞고 있는 건설기업의 최근 상황을 두고, 업계의 책임도 있지만 정책 방향을 제대로 제시하지 못한 국토부도 일정부분 책임을 져야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그동안 주택 건설시장에는 정부의 시장개입이 과도했던 만큼, 잘못된 결과에 대해서도 공동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분양이 시작되는 김포한강신도시 주택사업은 정부의 시장개입으로 인한 대표적인 ‘정책 충돌’ 사업으로 지적되고 있다.
대우건설을 비롯한 한라건설 반도건설 등 중견건설업체들은 이번에 분양하는 김포한강신도시 아파트를 3.3㎡당 940만~1060만원에 분양(기준층 기준)하고 있다.


이는 LH공사가 연초 그린벨트 지역을 해제해서 공급한 서초우면지구 보금자리주택 공급가격과 거의 동일한 수준(59㎡ 996만원, 84㎡ 1061만원)인 것이다.
김포한강신도시의 이 같은 분양가 책정은 이미 상승해버린 가격대로 부지를 매입해야했기에 더 이상 낮출 수 없게 된데서 비롯됐다.


이에 따라 같은 가격에 우면지구는 서초동 테헤란 업무지구와 양재IC 등이 가까운 도심 한복판인 반면, 민간기업이 분양하고 있는 김포한강신도시의 경우 여의도까지 1시간~1시간 30분 거리에 위치하는 불균형이 초래됐다.


보금자리주택의 경우 입주에 제약조건이 있기는 하지만, 실수요자라면 과연 누가 서초지역을 두고 김포를 선택할까하는 회의가 생긴다는 것이다.


이런 코미디 같은 현실이 지금 우리 건설업계의 현주소이다.
그럼에도 정책부서인 국토부는 ‘내 잘못 아니요, 내 일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애당초 정책의 시장개입이 없었다면 모르되, 정책의 시장개입이 있어온 주택 건설산업이 탈출구를 찾지 못해 헤매고 있다면 특단의 정책적 대안을 제시해 줘야 한다. 


A유형의 부작용에는 A형 처방, B유형의 병목현상에는 B형 받침대 지렛대 전략 등 적시적기의 유용한 ‘정책 매뉴얼’이 마련돼 있어야 함에도 국토부에는 아직 없는 실정이다.


‘DTI 규제 완화, 분양가상한제 폐지’ 같은 이론적이고 피상적인 대안 말고 △건설기업 회생과 △주택공급 안정과 △도시의 부가가치가 동반 상승하는 최선 또는 차선의 정책 매뉴얼 개발이 시급한 형국인 것이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분양실적이 저조하게 되면 업계는 최악의 어려움에 봉착할 수도 있다”고 전제하고 “분양에 성공하든 실패하든 정부는 이번 분양을 기점으로 유용한 정책 매뉴얼 마련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국토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