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적 자동차 2부제를 시행하는 11일에 운행할 수 있는 자동차 뒷번호는 홀수일까요, 짝수일까요?”
G20 서울회의가 개최되기 하루 전인 10일 아침 출근길, MBC 라디오 ‘손에 잡히는 경제’ 진행자가 낸 퀴즈다. G20 회의를 유치하는 이 나라 대한민국에서 이런 코미디 같은  퀴즈가 나왔다.


우리가 알고 있는 자동차 10부제는 차량 끝번호가 해당 날짜와 일치하면 운행이 금지되는 네거티브 방식이다. 요일제로 일컬어지는 자동차 5부제도 마찬가지다. 월요일은 1·6번, 화요일은 2·7번, 수요일은 3·8번 등으로 네거티브 방식을 취하고 있다. 정상적인 상식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2부제도 당연히 5부제, 10부제와 마찬가지로 끝번호가 해당 날짜와 일치하면 운행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런데 유독 2부제는 홀숫날에 짝수번이 운행하지 못하고, 짝숫날은 홀수번이 운행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어떤 청취자는 “11일 날은 당연히 짝수번이 운행하지 못하지요. 청취자 수준을 어떻게 보고 이런 문제를 내시나요”라는 댓글을 남기기도 했단다. 진행자는 그러나 “실제로는 정답자보다 오답자가 더 많았습니다”라고 소개했다.


G20 정상회의가 서울에서 열리던 11일과 12일 국토해양부는 ‘자율적 자동차 2부제’와 ‘승용차 휴일’을 교통대책으로 내놨다. 2부제 관행에 따라 11일은 짝수번 차량이, 12일은 홀수번이 운행하지 못하도록 했다.


5부제 10부제와 달리, 11일은 짝수가 운행하지 못하고, 12일은 홀수가 운행하지 못하는 ‘변종 2부제’는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일까? 2부제는 지난 2008년 7월 15일부터 에너지절약 대책의 하나로 장·차관급 전용차량, 일반 업무용 승용차량, 공무원 자가용 승용차를 대상으로 시행됐다. 고유가 시대에 공직자들이 긍정적인 마인드로 적극적으로 에너지 절감에 솔선한다는 의미에서 지금 우리에게 혼란을 준 ‘포지티브 방식’이 채택됐다고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밝혔다. 2부제는 5부제 10부제와는 달리, 포지티브와 네거티브 중 어느 방식으로도 운영이 가능하기 때문에 차라리 긍정적인 쪽을 택했다는 설명이었다.


물론 공직자를 대상으로 한 제도가 일반 국민으로까지 대상을 확대·시행한 경우는 드물었다. 굳이 꼽아보자면 88올림픽, 2000년 아셈회의 정도였다. 강제적이라는 이미지의 네거티브 방식을 탈피한다는 이유 하나로 지난 2008년 갑자기 포지티브로 변경하면서 국민들을 헷갈리게 하는 헝클어진 정책이 된 것이다.


G20 교통 대책으로 내놓은 2부제는 태생 자체가 국민을 혼란에 빠뜨리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앞으로 큰 나랏일이 없는 한 자동차 2부제는 다시 수면 아래로 내려가겠지만 여전히 ‘혼돈의 상태’로 남아있게 될 것이다. 들쑥날쑥한 ‘코미디 정책’이 지속되는 한 정책을 바로 알리기 위한 ‘퀴즈’는 또 다시 재연될 것이다.


국가의 정책은 일관성이 있어야 하고 통일성이 있어야 하며 표준화 돼 있어야 한다. 지금이라도 10부제 5부제 2부제의 금지대상과 장려대상을 표준화해야 한다. 정부는 국민에게 무조건적인 참여를 종용하기보다는 정책 일관성부터 유지한 뒤 국민의 동참을 유도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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