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와 베이징을 연결하는 항공 노선 신설을 놓고 국토해양부가 딜레마에 빠져 있다.


한중일 수도를 연결하는 베세토(BeSeTo; 베이징·서울·도쿄) 셔틀노선을 구축해 동북아 3국 수도를 1일 생활권으로 만들기 위해 추진되고 있는 김포~베이징 노선.
수도권 비즈니스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한국 일본 중국은 각각 외곽 노선을 수도권으로 끌어들이고 있는 추세다.
이미 지난 2003년 김포(서울)와 하네다(도쿄) 노선이 개설돼 1일 12왕복 운항하고 있다.
외곽 나리타 공항과는 별도로 수도권 직항로가 개설된 것이다.
여기에다 일본은 지난 2009년 하네다~베이징 노선을 개설 운항하고 있다.


우리는 그러나 일본과는 수도권 항로가 개설돼 있으나 중국과는 푸동(국제선) 상해(국내선)와 연결돼 있을 뿐 수도 베이징과는 항로개설이 돼 있지 않은 실정이다.
이에 따라 국토부는 지난해 1월 한중항공회담을 갖고, 김포~베이징 노선개설에 원칙적으로 합의를 이끌어 냈다. 
그러나 문제는 베이징 공항에 추가노선이 개설될 슬롯(공항 이착륙 가능 시간대)이 없다는 것.
국토부 관계자도 현장방문을 통해 확인해 본 결과 베이징 공항이 포화상태에 이르러 슬롯이 없음을 확인했다.


중국측은 이에 따라 지난 4월 “사정이 이러하니 김포~베이징을 연결하려면 기존 인천공항의 운항 편수를 줄이고, 남은 여지를 김포로 개설할 것”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인천~베이징은 양국이 1일 12왕복, 주 42왕복을 운행하고 있는데, 이곳 운항횟수를 줄여 주 14왕복 가량을 옮기라는 뜻이다.


우리나라로서는 당연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제안이다.
기존 인천에서 잘 운항되고 있는 노선을 김포로 옮길 이유가 없으며, 특히 허브 공항으로 육성하고 있는 인천공항의 슬롯을 빼낼 이유가 없는 것이다.
더욱이 슬롯은 늘어나지 않고 공항 소음만 도심으로 끌어들이는 셈이 되는 것이며 인천공항의 환승화물과 환승객 수요를 포기해야 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국토부는 어찌됐든 슬롯을 얻어내 인천의 운항횟수를 줄이지 않고 김포와 베이징 노선 신규개설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국토부의 고민은 여기가 끝이 아니다.
만약 김포의 추가 슬롯을 얻어내지 못하고 인천을 고집할 경우, ‘인천공항 허브 정책’과 ‘국내외 수도권 비즈니스 고객의 불만’이 충돌하는 현실에 직면하게 된다.
어디까지가 최선이고, 어디까지가 차선의 정책결정인지 국토부가 깊이 장고해야할 대목인 것이다. 


이 같은 정책결정을 앞두고, 반사적 이익을 얻거나 잃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은 입장을 각각 달리하고 있다.
아시아나의 경우 인천~베이징 노선을 주24회 운항하고 있어 일부를 김포~베이징 노선으로 돌려도 큰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주 18회 운항하고 있는 대한항공은 상대적으로 많은 노선이 줄게 되고 또 인천공항의 환승객과 화물수요 감소에 따라 ‘슬롯 증설만이 대안’이라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최선책은 기존 인천공항의 슬롯을 그대로 유지하고, 김포공항의 슬롯을 만들어 내는 것이지만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인천공항의 슬롯을 빼와서 김포~베이징을 연결하는 차선책을 택할 것인지는 아직 장고 중에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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