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명 공조직 구성 땐, 500명 발굴인력풀 형성 가능-

 

 

<글 싣는 순서>

1) 개선돼야 할 문화재보호법
2) 발굴수요와 공급인력의 불균형
3) 법개정 노력 무산, 왜?
4) ‘문화재 발굴공단’ 설립, 서둘러야

5) 건설업계의 현장 목소리

 


▣ 국무조정실 문화재 발굴관행 개선회의
“더딘 문화재 발굴 관행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공무원 발굴단’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지난 2007년 1월 국무조정실 정책차장 주재 회의.
당시 행정자치부와 기획예산처, 건설교통부와 문화재청에서 올라온 국장급 간부들이 참석했다. 회의 주제는 문화재 발굴 관행 개선이었다.
발굴 수요는 급증하는데 발굴인력은 한정돼 있고, 그나마 발굴업계는 지역독점을 불문율처럼 고수하고있으니 대안을 찾자는 것이었다.

이날 회의에서 문화재청이 제시한 안은 문화재 발굴을 전담할 120명의 공무원 조직을 새로 만들자는 것이었다.  
행자부의 조직 개편 승인이 있어야 하고, 기획예산처의 예산 배정이 뒤따라야하는 사안이다. 회의결과는‘불가’였다.

 

회의장에서는 안을 낸 문화재청 간부의 목소리가 가장 컸다.
대조적인 것은 문화재에 발목 잡혀 공기차질을 빚고 있는 건설인의 속 타는 심정을 대변해야할 건교부의 목소리는 작았다는 것이 후일담이다.
문화재 발굴에 따른 병리현상을 문화재청만 통감하고 있을 뿐, 건설 주무부서인 건교부도 모르고 있었다는 반증이다.

  

 

▣ 고고학회의 반대 

문화재청은 이날의 국무조정회의 이전부터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하고 있었다.
이미 지난 2005년 “현재의 발굴 시스템으로는 국가 경쟁력이 퇴보하는 꼴이니 ‘공무원 발굴단’을 구성하는 특단의 대책을 세우자”는 골자의 내부 기안이 작성되기도 했다.
기안 사실이 알려지자 고고학회에서 강력 반발하고 나섰으며, 결국 논의의 테이블에 올려지지도 못하고 폐기되고 말았다.

주목해야 할 것은 고고학회에서 발끈하고 나섰다는 대목이다.

 

민간 문화재 발굴 법인은 예나 지금이나 45개 법인, 사설법인 종사 인력은 1000여명.
당시 연도별 발굴수요는 2005년 2662건(지표조사 1510건, 발굴조사 1152건) 2006년 2682건 (지표조사 1382건, 발굴조사 1300건) 2007년 2789건(지표조사 1530건, 발굴조사 1259건)이었다.
45개 민간 법인 소속 1000여명이 발굴수요의 90%를 담당하고 있었으며, 일손이 이처럼 모자라고 있는데도 ‘발굴 인력 확대 정책’에 결사반대했던 것이다.
이들 반대론자들의 눈에 매장 문화재는 ‘수십년을 두고 천천히 먹어 치울 확보된 밥그릇’으로 보였을 뿐, 조속히 발굴하고 보존해야할 문화재 그 자체로 보이지는 않았던 것이다.

 

어쨌든 문화재 발굴 문제는 2006년말 또다시 국무조정회의에 올려졌다.
회의 중간에 “문화재 발굴수요를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자”는 엉뚱한 의견도 있었다.
회의의 가장 큰 소득이라면 “120명가량의 공무원 국책사업발굴단을 만들어 행복도시 혁신도시 기업도시 신도시 등 공공성 건설 현장만이라도 우선 투입하자”는 안에 “검토해보자”는 중지를 모은 것이었다. 

 

  

▣ 설상가상의 날벼락, 매장문화재 보호법  

2007년 1월 드디어 국무조정실 정책차장 주재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 됐으나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발굴수요가 소진하고 나면 공무원 인력을 어떻게 할 것인가 △공무원 증원에 따른 국가비용 증가 문제 △비상 대응에 공무원 조직은 맞지 않다는 등의 이유로 '공무원 발굴단 설립안'은 폐기됐다.

 

대안으로 국립문화재연구소 산하에 20명 정도의 지표조사 전담요원을 두거나, 문화재청 산하 특수법인인 한국문화재보호재단에 50명 정도의 인력을 확보해 국책사업과 발굴조사에 투입한다는 내용의 미봉책을 추진키로 했다.
그러나 민간 발굴법인에 비해 별다른 유인요소가 없는 특수법인에 인력이 모일리 만무했다.
두번의 모집공고에 지원 인력은 5명에 불과했으며, 결국 이들 5명은 다른 발굴법인에 흡수시킨 뒤 미봉책은 중단됐다.

 

그리고 지난 4월 40일 대통령 주재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에서 문화재 발굴에 대한 제도개선 방안이 논의 됐다.
이어 더딘 문화재 발굴관행을 개선한다는 명목으로 법 제정 작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관할 시장 상호 불침범 관행’을 용인하고 ‘지역 독점권’을 유지하는 상태를 개선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오히려 공기업에게는 발굴법인과 수의계약을 할 수 있는 특례를 제정한 ‘매장문화재 보호법’을 입법예고 했다.
다른 시도 소재 발굴법인은 관행상 입찰에 참여하지 않고, 달랑 해당지역 발굴법인 1곳만이 입찰에 참여함으로써 2차 유찰은 뻔한 결과인데, 2차 유찰까지의 요식행위로 시간을 낭비하지 말자는 취지다.
경쟁을 유도하고 입찰 참여를 이끌어내는 개선책이 아니라, 철통같은 담합행위 관행에 백기투항한 꼴인 것이다.

이로써 주택공사와 토지공사 등 공기업 건설사업 시행자는 문화재 발굴에 관해서는 갑의 위치를 버리고 을의 위치에서 발굴단의 금전적 요구와 시간적 요구를 순순히 들어줘야 할 위치로 전락했다.

 

  

▣ 공무원 발굴단 왜 필요한가

기존의 발굴법인과 경쟁할 공무원 조직의 발굴단이 구성돼야 지역 독점 폐단, 입찰 거부행위로 인한 유찰을 방지할 수 있다.
120명가량의 공무원 조직이 구성되면 350명가량의 일용직 인력을 재흡수, 500명가량의 문화재 ‘발굴인력풀’ 형성이 가능하다.

 

고고학회와 발굴법인은 공단설립 반대보다는 경쟁에서 이길 방안을 찾아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신속 정확한 서비스 정신으로 재무장, 세계 경쟁에서 앞서나갈 수 있는 발굴법인으로 재탄생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무원 조직과 경쟁해서 패배한다면 이미 경쟁력 상실상태로 스스로 폐업을 고려해야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앞으로 20년 이후면 발굴수요가 소진, 공무원 조직이든 기존의 발굴법인이든 간판을 내려야한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향후 북한지역의 발굴수요와 20년간의 노하우 축적을 통한 세계 경쟁력 확보로 세계발굴시장에 진출 등 확대 발전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의견도 많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수의계약 허용 특례는 경쟁력이 확보되면 최우선적으로 개정돼야할 한시적 조항”이라고 설명하고 “공무원 조직의 가칭 ‘발굴공단’이 설립돼 경쟁이 활성화되면 그동안 앓아왔던 건설업계의 애로해소는 물론 국가의 세계경쟁력이 한 단계 상승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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