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여수에서 제주도쪽으로 114km 가량 떨어진 곳에 위치한 거문도.

거문도는 고도, 서도, 동도 등 세 개 섬으로 이뤄져 있다.

그래서 삼도라 불렸지만 섬에 학문이 뛰어난 사람이 많은 것을 보고 ‘거문’으로 개칭했다는 일화도 있다.

 

거문도는 서도의 등대부터 동도 해안까지 큰 바다에서 밀려오는 파도로 인한 해식애가 발달, 기암괴석의 높은 절벽이 많다.

수많은 세월동안 얼마나 큰 파도가 일었고, 얼마나 강한 바람이 불었는지 짐작케하는 형상이다.

파란만장한 풍운의 역사와 아름다운 자연 비경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거문도 여행은 낭만적이고 모험적이다.

 

거문도에서 꼭 가봐야 할 곳으로는 서도의 거문도 등대가 첫 손에 꼽힌다.

고도에 있는 거문도항에 내려서 섬 연결도로인 삼호교를 건너 서도로 갈 수 있다.

 

등대로 가기 위해서는 거문도항부터 걸어서 유림해수욕장을 지나 ‘목넘어’란 갯바위지대까지 가야한다.

이곳은 태풍이나 해일이 일어 파도가 바위를 넘나든다고 해서 ‘목넘어’라 부른다.

거문도 항에서 이곳 ‘목넘어’까지 '봉고택시'로도 갈 수도 있다.

 

초입을 5분 정도 오르면 완만한 경사로가 이어져 아이들과 함께 올라도 무리가 없다.

비탈진 나무계단, 그리고 남해의 세찬 바람에도 강인하게 버티어 온 1.6㎞의 동백나무 숲이 나오는데 하늘이 보이지 않을 만큼 울창하다.

마치 바다 한 가운데 숨어 있는 해저와 같은 동백숲 산길이 멋스럽다.

거문도 동백나무는 11월부터 꽃이 피기 시작해 이듬해 3~4월까지도 그 자태를 자랑한다.

 

동백나무 터널을 다 지나면 196m의 수월산 남쪽 끝에 달하게 된다.

균형 잡힌 몸매를 자랑하는 돈나무와 억새풀과 같은 강인한 잡풀이 약간 있을 뿐, 문자 그대로 아찔한 기암 절벽 위에 하얀 등대가 위태롭게 자리하고 있다.

 

거문도 등대는 남해안 최초의 등대로 1905년 4월에 처음 불을 밝혔다.

등탑은 6.4m로 그리 높은 편은 아니지만, 해수면으로부터는 무려 69m에 이른다.

동양 최대의 프리즘 렌즈를 자랑하는 이 적색과 백색의 섬광은 15초마다 교차한다.

빛이 비칠 수 있는 광달거리는 42㎞다.

 

등대 옆에 자리 잡은 관백정에도 꼭 한 번 들러보자.

멀리 백도가 보인다고 이름 붙여진 이 곳 육모 정자에 오르면 망망대해가 시원스럽고도 장엄하게 펼쳐진다.

 

거문도에 와서 백도를 둘러보지 못했다면 거문도 여행을 반밖에 즐기지 못한 것이다.

멀리서 바라보면 섬이 하얗게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백도’는 섬이 백개여서 붙여졌다는 설도 있다.

실제로는 거문도에서 동쪽으로 28㎞ 떨어져 있고 39개의 무인도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백도는 갖가지 모양의 기암괴석으로 천인절벽을 이루고 있다.

수많은 세월 동안, 해식으로 인해 날카롭게 절벽이 형성됐고, 절벽 틈새는 파도에 깎여 크고 작은 해식굴이 저마다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다.

 

또 작은 바위들이 나타났다가 사라지고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나면서 그 신비로운 운치를 더한다.

이 아름다운 섬 안에는 천연기념물 215호인 흑비둘기를 비롯해 휘파람새와 팔색조 등 뭍에서 살기 힘든 30여 종의 조류가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바위틈을 제 집으로 삼고 자유롭게 서식하고 있다.

또 120여 종의 희귀식물도 안개와 이슬을 양분삼아 청정하게 살아가고 있다.

백도를 한 바퀴 둘러 볼 수 있는 유람선은 거문도항에서 탈 수 있고 2시간 정도 걸리며 운임은 성인 기준 2만9000원.

 

청정수역 다도해에 왔으면 낚시를 해봐야 한다.

거문도 근해는 돔을 비롯한 고급 어종들의 천국이기 때문이다.

어종이 다양해 계절에 관계없이 잘 잡힌다.

여름철에는 벵에돔이, 겨울철에는 감성돔이 주로 걸려든다.

 

거문도에 가기 위해서는 여수항이나 고흥 녹동항에서 배를 타면 된다.

우선 녹동항에서 거문도까지는 쾌속선과 여객차도선을 이용할 수 있다.

쾌속선의 경우 성인 기준 편도 2만4000원이고, 1시간 20분 정도 걸린다.

 

차를 선적할 수 있는 여객차도선의 경우 3시간이 소요되는데, 승용차의 경우 운전자 포함 편도 7만3700원이다. 성인 1인 추가할 때마다 2만2800원을 더 내야한다.

 

또 여수항에서도 거문도로 가는 배편이 있는데, 쾌속선은 오전 7시40분, 오후 1시40분 등 하루 2회 왕복한다.

‘줄리아아쿠아호’와 ‘오가고호’가 번갈아 운항되며 2시간 30분정도 걸리며, 나로도 초도를 거쳐 거문도로 간다.

배편 문의는 녹동의 경우 쾌속선은 청해진 해운 (061-844-2700)으로, 여객차도선은 녹동항(061-843-2300)으로 문의하면 된다.

여수항의 경우는 여수여객선 터미널(061-663-0116)로 문의하면 된다.

 

거문도는 차를 가져갈 수 있으나 작은섬이기에 걸어다니기에 충분하다.

가져간 차는 여객선 터미널 안에 주차하면 된다.

주차비는 24시간에 5000원으로 그리 비싸지 않은 편.

 

거문도는 숙박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특히 거문도 항 근처에 많이 있어 마음에 드는 곳을 고르기만 하면 된다.

민박은 2인 기준 1박에 3만원 선이고, 보통 민박이 식당과 겸하고 있어 식사를 할 수 있다.

정육점은 따로 없기 때문에 돼지고기 등은 여수 등에서 사가야 한다.

거문도에는 해수 담수화 시설이 있어 섬이지만 물 걱정은 안 해도 된다.

 

뭉게구름이 피어오르는 이 가을, 도시를 떠나 이제 곧 한없이 붉게 피어날 거문도의 동백꽃을 기다리며 갈치회와 삼치회를 맛보고 오자!

저작권자 © 국토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