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건설기계업계의 ‘뜨거운 감자’로 인식돼 오던 건설기계 리콜제도가 국회에서 발의돼 통과나 폐기, 양자택일의 기로에 서게 됐다.
통과되면 통과되는 대로 업계의 주름이 깊어지고, 폐기되면 폐기되는 대로 입법부의 법의식 위신이 추락하는 외나무다리에 맞선 형국이다.


이 같은 갈등은 국토부와 업계의 의견조율 실패에다, 건설기계 제작업계와 건설기계 사용업계 간의 이익대립이 갈등심화의 원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국토부는 그동안 굴삭기 사용자들은 하자가 발생해도 적정한 사후관리를 받지 못해왔다고 인식해왔다.
특히 상대적 약자인 사용자들은 하자가 발생해도 제작 3사(현대중공업 두산인프라코어 볼보코리아)가 ‘사용자의 오남용으로 인한 하자’라고 버티면 적정한 AS(사후관리)를 받지 못해왔다고 국토부는 주장하고 있다.


반면 제작사 관계자는 “사용자들은 공육협회 공삼협회등 기종별 이익단체를 구성하고, 대규모 노동단체와 연대해 있으며, 심지어 트위트로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며 “세계 경쟁에 뛰고 있는 기업이 고객들의 불만을 묵살하고 살아남을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제작사 측은 또 “리콜에 응하기 위해 한강의 건설현장에 있는 70t 굴삭기 1대를 공장으로 옮기는 데만 2000만원 가량의 비용이 소요된다”고 말하고 있다.
굴삭기를 해체해 3대의 대형 트럭에 싣고 공장에 입고해야 하기 때문에 이동비용만 2000만원이라는 것이다.


또 굴삭기가 실려 나가면 해당 굴삭기에 배당된 덤프트럭 등 모든 장비가 올스톱 되는 상황이 벌어지므로 리콜 명령은 곧 ‘산업 마비 명령’이라고 강조했다.
있어도 사문화 될 수밖에 없는 규정이라는 주장이다. 
나아가 대부분의 제작사들은 내수보다 수출비중이 높으며, 심지어 생산량의 80%를 수출하는 업체의 경우에는 리콜명령 1회에 기업이 휘청거릴 수도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시베리아와 중국 현장에 있는 건설기계를, 특히 바퀴 달린 자동차도 아닌 건설기계를 리콜하는 것은 코미디에나 나올 이야기라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리콜 명령을 받기 전에 사전 조치하면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제작업계 측은 “지금 그렇게 하고 있다”고 맞서고 있다.


이와 함께 국토부 관계자는 “제작사는 세계에 유래가 없는 법이라고 주장하지만 △미국 운수성과 △일본 국토교통성 △영국의 운수성 △호주의 교통지역 개발성에서 각각 리콜제도를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반면 제작사 측은 “그들이 시행하는 리콜은 덤프트럭과 콘크리트 펌프카 등 바퀴달린, 말하자면 안전성에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에 국한된다”고 주장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자동차 관련 법과 건설기계 관련 법이 분리돼 있으나, 외국의 입법체계는 우리나라와 달리 동일한 카테고리 안에 규정하고, 개별적용하는 차이가 있다”고 강조했다.
제작사 측은 나아가 “산업재를 리콜하는 국가가 있는지에 대한 비교분석을 위해 외국을 견학하거나, 분석을 위한 용역비용을 부담할 용의가 있다고 수차례 밝혀왔다”며 “이 같은 업계 의견을 묵살하고, 법개정을 강행하는 이유가 궁금하다”고 토로했다.


한편 현기환 의원실 관계자는 “업계의 반발수위가 새삼 높게 느껴진다”며 “충분한 의견 수렴과 검토를 거쳐 산업발전 기여에 합당한 개정안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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