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1) 개선돼야 할 문화재보호법
2) 발굴수요와 공급인력의 불균형
3) 법개정 노력 무산, 왜?
4) ‘문화재 발굴공단’ 설립, 서둘러야
5) 건설업계의 현장 목소리 

 


지난 4월 30일 대통령 주재로 개최된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의 핵심 이슈는 문화재 발굴에 따른 건설업계의 애로 해결이었다.
문화재 발굴에 따른 건설업계의 속 타는 심정이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의 논제로 테이블 위에 올려진 것이다.
문화재 발굴로 인한 건설공사 차질이 이미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는 인식의 확산이다.  


1999년 문화재보호법 제 91조의 신설로, 건설사업 시행자는 공사에 앞서 지표조사를 하고 있다.
법에 따라 일체의 발굴비용은 건설업자가 부담하고, 발굴업체의 더딘 작업속도에 속은 타들어가지만 행여 심기를 불편하게 해 더 늦어지는 결과를 초래할까봐 눈치만 살펴왔다.
10년이 지난 지금, 많은 여건의 변화가 있었음에도 지표조사와 발굴조사 조항은 마치 법전 위에 잠자는 조문처럼 아무 변화 없이 10년을 버텨오고 있다.


1999년 이후 지표조사와 발굴조사 수요의 증가로 발굴인력 부족 현상을 겪어오고 있다.
그럼에도 공적 인력 투입이나, 시·도간 발굴단의 상호 교차 투입 등 지역 독점권 허물기 등에 대한 시도는 없었다.
발굴법인 내부의 자체적인 시도는 물론, 법 개정이나 제도적인 접근을 통해 해결하려는 외부적인 노력 또한 없었다.


기껏해야 17대 국회에서 발굴 및 조사기간을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법안을 제출하는 정도였다.
문제의 본질과 핵심에 대한 연구 없이, 막연히 법으로 발굴기한을 제한하면 어쩔 수없이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인식한 아마추어적 발상이다. 그나마 회기 종료로 폐기된 상태다.


또한 문화재보호법 제 54조의 문화재 발견에 대한 신고의무와 그에 따른 시행령 34조 ‘발굴허가 신청’ 절차를 간소화 하자는 정도에 그쳤다.
“매장문화재의 발굴허가를 받으려는 자는 문화재 발굴 허가신청서를 작성, 시장·군수·구청장 및 시·도지사를 거쳐 문화재청장에게 신청하여야 한다”는 조항을, 시·군·구를 경유하면 시간이 소요되니 경유절차를 없애자는 정도였다.
낮은 수준의 피상적인 접근만 있어왔다는 것이다. 


이 같은 수박겉핥기식 해결책만 제시돼 오다 국경위 회의이후 문화재청은 지난 5월 ‘매장문화재 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안)’을 제정했다.
매장 문화재에 대한 내용을 문화재보호법에서 분리해 낸 것은 법체계상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내용을 들여다보면 문화재 발굴에 대한 건설업계의 애로와 그동안의 상황변화에 대한 법률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거나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한 흔적은 찾아볼 수 없다.
현장 건설업계의 문화재 발굴 애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발굴인력의 확충 ▲지역 독점권 폐단 개선 ▲발굴 기관간의 경쟁유도 등이 담보돼야 하며, 궁극적으로는 ▲건설공기에 차질 없는 신속하고 완벽한 발굴 및 보존으로 이어져야 하는 것이다.


입법예고기간(5월 15일~6월 5일까지)을 거쳐 국회가 정상화되면 곧 입법발의 될 ‘매장문화재 보호법’은 이런 내용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매장문화재의 조사 발굴 보존을 위해 발굴 및 조사기관에 육성 예산을 지원 할 수 있도록 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지역 독점권 유지에다 예산지원까지 받을 수 있게 됐다.


여기에다 조사발굴의 신속성을 빌미로 (1~2차 유찰은 당연한 결과이니) 차라리 수의계약을 인정하도록 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가칭 매장문화재보호법 제 33조 5항에 따라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또는 정부투자기관은 지표조사 또는 발굴조사 계약을 할 경우 ‘국가계약법 7조’, ‘지자체 계약법 9조’규정에도 불구하고 수의계약으로 할 수 있도록 하는 특례조항을 마련한 것이다.
이에 따라 민간보다 9배 비싼 지표조사 계약을 체결한 한국전력공사 대구전력관리처(본보 6월 30일자 1면)는 이제 종전처럼 한전의 자체감사를 두려워하거나, 감사원 등 외부 감시기관의 눈치를 보지 않고도 수의계약을 할 수 있는 ‘탈법 안전장치’가 법적으로 마련된 것이다.


나아가 그동안 건설현장에서 발굴된 문화재를 언제부터 누가 어떻게 보존하고 관리할 것인가가 논란이 돼왔는데, 법 14조와 법 17조에 따라 문화재청장이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지시·지정할 수 있도록 하는 권한을 부여했다.   
 

결국 고고학 관련 협·단체와 발굴법인의 손을 들어주었을 뿐, 건설업계의 애로는 단 1%도 반영된 게 없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의 핵심 이슈였던 건설업계의 공통적인 애로가 어떻게 이 같은 법 취지로 변질 됐는지 개탄스럽다”고 분개했다.
건설업계는 “대한건설협회는 고고학 관련 협·단체와는 비교될 수 없는 대형 이익단체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협회는 회원사의 애로에 수수방관하는 실정”이라고 지적하고 “입법기관에 발의를 의뢰하기 전, 정상적인 로비력을 발휘해 건설업계의 애로를 전달해야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저작권자 © 국토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