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 빌딩 사무실이 텅텅 비고 있다.

강남권, 도심권, 여의도 등 서울 주요 오피스 밀집지역에는 공실이 늘어나고 임대료도 하락하는 추세다.
최근 강남 테헤란로에는 임차인을 들이기 위한 현수막과 입간판이 여기저기 눈에 띤다.
아시아 주요 도시 중에서도 탄탄한 수요 덕분에 낮은 공실률을 자랑했던 서울 오피스시장에 무슨 일이 생긴 걸까.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강남권역을 비롯, 서울 도심의 오피스 빌딩 공실률은 7.6%로 지난해 말보다 0.1% 포인트 증가했다.
지난해 1분기 4.9%였던 것을 감안, 2.7% 포인트 늘어났다. 

 

빈 사무실이 늘면서 임대료도 하락세다.
30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의 대표적인 오피스 빌딩 밀집지역인 강남 테헤란 주변의 경우 평당 11만원 수준이던 월 임대료를 주변시세에 맞춰 7~8만원까지 내렸으나 공실률은 5%대를 찍었다.

강남권역 공실률이 5%를 넘은 것은 외환위기 이후 처음이다.


서울 종로·을지로·신문로 등 도심권역 역시 전 분기 대비 0.3% 포인트 증가한 3.5%를 기록했다.

광화문의 A빌딩은 지난해 말 임대료가 3.3㎡당 7만5000원에서 최근 7만2000원으로 4% 하락, 강남 F빌딩은 3.3㎡당 8만원에서 7만5000원으로 6.25% 떨어졌다.

지난 1분기 서울시내 오피스 빌딩의 평균 임대료는 3.3㎡당 546만7000원으로 전분기 대비 0.9% 올랐지만 상승폭은 전 분기에 비해 감소했다.

 

임대시장의 침체는 건물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강남 대로변 상업지역의 상가 건물 시세는 지난해 말 3.3㎡당 1억원이던 것이 현재 8500만원으로 하락했다.

오피스 빌딩 가격은 3.3㎡당 2000만원에서 1700만~1800만원으로 10~15%가량 하락했다.

 

서브프라임 등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기업들이 투자를 축소, 사무실 수요가 감소한데다 강남일대 고급 빌딩에서 활동하던 외국계 보험사, 텔레마케팅, 부동산 컨설팅 등이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임차인을 들이기 위해 1~2개월씩 임대료를 받지 않는 ‘렌트 프리(rent free)’ 계약도 등장했다.
공실 기간이 길어지면서 1∼2개월치 임대료를 받지 않더라도 임차인을 구하려는 건물주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1개월치 임대료를 받지 않을 경우 8% 정도의 임대료 인하 효과가 있다.

 

빌딩관리업체인 신영에셋에 따르면 2분기 집계가 마무리되지 않았지만 2분기 역시 도심 오피스 빌딩 공실률 증가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올해와 내년 준공되는 오피스 빌딩이 많고 신규 창업 업체들이 변두리나 아파트형 공장으로 대거 입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전 서울의 낮은 공실률로 착공된 13개 대형 오피스 빌딩의 공급이 올해부터 2013년까지 예정돼 있다.

 

또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에 착공한 20개의 대형 오피스빌딩이 2016년까지 공급, 수도권에 있는 공공기관 사옥 100여개가 앞으로 매각됨에 따라 대규모 공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CBRE 코리아 관계자는 “앞으로도 강남권역과 도심권역 공실률은 0.1∼0.2% 포인트 정도 높아질 것으로 추산된다”며 “경기가 급격히 개선될 여지가 없고 빌딩 공급이 많아 당분간 높은 공실률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국토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